[금강산관광 10년] 사건.사고 13건…23명 사망

분단의 벽을 넘어 남북 교류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금강산 관광사업이 18일로 10주년이 되지만 지난 7월 남측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사건을 계기로 막혀버린 ‘땅길’은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박씨 피살사건의 “경위와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강력히 대응했던 남측 정부가 “북한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그런 진상조사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며 한 발짝 물러서는 태도까지 취했으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 문제를 둘러싸고 얽히고 설킨 실타래가 풀리기 전까지는 관광 재개가 요원해 보이는 상황이다.

2004년 4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 남측 관계자가 금강산 치마바위에 새겨진 ‘천출명장 김정일’이라는 문구를 들먹이며 농담을 던졌다 행사가 파행으로 치달은 사례도 있지만 이를 제외하고 금강산 관광사업과 관련해 지난 10년간 발생한 사건.사고는 박씨 피살 사건을 포함해 모두 13건.

2005년 12월 현대아산 협력사 직원이 승용차로 북한 군인을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를 비롯해 지난해 7월에는 금강산 만물상지역에서 관광버스가 전복돼 대학생 등 6명이 다치고, 같은 해 10월 구룡폭포 인근 무룡교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20여 명이 추락해 3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이어졌다.

이들 사건.사고로 말미암아 남측 관광객 22명과 북한군인 1명 등 총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남한 각지의 국립공원에서 2006년 한 해 동안 총 2천228건의 구조를 요하는 사고가 터졌던 점에 비춰볼 때 금강산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는 숫자상으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지만 때로는 남북관계 특수성이 반영돼 미묘한 파문을 일으키기도 한다.

자연재해나 대형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되는 사례도 박씨 피살사건을 제외하고 4차례 발생했다.

관광 개시 후 1년도 채 되지 않았던 1999년 6월 관광객 민영미씨가 북측에 억류되면서 남측 당국의 중단조치에 따라 40여 일 멈춘 것을 비롯, 2002년 9월 태풍 ‘루사’로 인한 10여 일, 2003년 4월 사스(중증호흡기증후군) 전파를 우려한 북측의 요구로 60여 일, 같은 해 8월 정몽헌 회장의 자살에 따른 북측의 임시중단 조치로 1주일간 관광이 중단됐다.

이 가운데 3건은 남북 모두 양해하에 중단했던 사례지만 북측 환경관리원에게 ‘남한으로 넘어온 북한 귀순자들이 잘살고 있다’는 식의 얘기를 하면서 불거진 ‘민영미씨 억류사건’은 화해 무드를 이어가던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 사건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로 말미암은 서해교전 직후 발생한 탓인지 남측 정부는 민씨 억류 이튿날인 6월21일부터 관광선 운항을 중단했고 민씨가 1주일 만에 풀려난 뒤에도 관광객 신변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금강산 관광사업을 중단할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결국, 금강산관광을 ‘달러 박스’로 인식했던 북측은 현대아산과 ‘금강산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을 위한 합의서’ ‘금강산 관광 시 준수사항에 관한 합의서’를 각각 체결했고 금강산 관광은 사건 이후 40여 일 만인 1999년 8월5일 재개됐다.

물론 현대아산의 경영 악화로 2004년 1월부터 바닷길 관광이 중단되기는 했으나 2003년 9월 육로관광이 시작됐고 올해 3월부터 승용차관광이 시작되는 등 사업확장이 이어져 온 상황에서 지난 7월 박왕자씨 피살 사건이 터진 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사업은 남북관계 악화가 반영돼 꽁꽁 얼어붙었다.

남측 정부가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금강산관광을 잠정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북측은 오히려 남측의 사과를 요구하며 “재발방지대책을 세울 때까지 남측 관광객을 받지 않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초강수를 뒀고 꼭 한 달 뒤인 8월10일에는 남측 당국 관계자 전원을 금강산에서 추방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 이후 남북 협력사업이 활발히 추진되던 때에는 자존심을 다치지 않는 선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던 이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 제기, 보수단체의 잇따른 대북삐라(전단) 살포, 북한의 급변사태를 전제로 한 한미 간 5029계획 논의, 남한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등에 북한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전망하기에는 더욱 암울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달 16일 논평원의 글을 통해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며 ‘남북관계 전면차단’을 경고하고 나섰고,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같은 달 24일 대변인 성명을 내고 한미 연례안보회의 결과를 비난했는가 하면 닷새 뒤인 28일 남북 군사회담 북측대표단 대변인이 전단 살포 및 선제타격설 등에 대한 강경 입장을 표명했다.

또 북한 군부가 다음 달 1일부터 군사분계선 통행을 엄격히 제한.차단하겠다는 조치를 지난 12일 발표한 데 이어 같은 날 북한의 적십자회가 판문점 남북적십자 채널을 끊는 등 북한의 대응이 강경기조로 흐르고 있어 관광 재개는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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