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 28신] “북송 재일교포는 억류된 인질”

1959년 재일동포 귀국사업이 시작된 후 10년 동안 9만 3천명의 재일교포와 일본인 가족이 북한으로 들어갔다. 귀국자에게 재산과 직위를 보장하고, 사회주의 천국을 맛보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던 북한 당국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귀국사업이 시작된 지 40여 년이 지난 지금 귀국 재일교포들은 북한 내에서도 신분적으로 차별과 감시의 눈길에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을 북한에 억류돼있는 ‘인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번 북한인권국제대회에는 이들을 지원하는 모임인 <탈북 귀국자 지원> 사카나카 히데노리 대표가 참석했다. 사카나카 대표에게 재일동포 귀국자와 그의 일본인 가족들이 처한 현실과 이들에 대한 구출 사업의 실태를 들어봤다.

– 북송교포는 북한으로 자발적으로 갔기 때문에 납치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이들은 사실상 감금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갔다면, 자발적으로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은 이동의 자유가 제한돼 있고, 북한 사회에서도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은 북한의 허위 선전에 속아 북으로 가서 감금돼 있다. 이것은 또 하나의 납치사건으로 봐야 한다.

– 북한에 귀국한 교포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9만 3천명에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 북한에서도 가장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다. 또한, 귀국자라고 북한에서도 차별을 당하고 있다. 이것은 납치문제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귀국자와 그 가족들은 자신들이 귀국자라는 신분을 숨기고 사는 경우도 많다.

–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법무성 입국관리국에 근무하면서 30년 동안 귀국자 문제를 다뤄왔다. 귀국한 재일동포 문제가 어느 정도 심각한가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미약한 힘이라도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 지난 5월 출범했는데, 일본 내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가?

이 운동의 특징은 정부 공무원과 민간단체, 재일교포가 함께 움직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는 북송된 귀국 재일교포들이 북한을 탈출해 일본으로 들어오면 적극적인 정착지원 사업을 벌인다. 이 일은 정부와 파트너 관계를 형성하고 재일교포를 돕는 특징이 있다. 아직 관련 법률이 없어 민간단체의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 귀국 재일교포나 일본인의 가족들은 나서기 어려울 것 같은데.

그렇다. 이들에게 북한에 있는 가족들은 인질이나 다름없다. 말하고 싶어도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말을 하지 못한다. 이들도 이제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큰 운동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당면해서 힘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우선은 돌아온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북한을 탈출한 이들이 일본에 와서 성공적으로 정착해야만 북한에 있는 귀국자들도 탈출 동기가 높아질 것이다. 정보가 들어가면 영향을 줄 수 있다. 우선은 국제사회에 실상을 알려야 한다.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김정일도 문제 해결 의지를 갖게 된다. 납북자 문제처럼 이슈화 시켜야 한다.

– 조총련의 방해나 위협은 없는가?

처음에는 그 문제를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미 일본 사회가 크게 우려하는 부분이고, 조총련의 세력도 예전 같지 않아서 직접적인 위협은 하지 않고 있다. 조총련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크게 후퇴했다. 김정일 정권이 무너지지 않는 한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고 본다.

– 일본에 남아있는 가족들은 귀국자에게 여전히 많은 돈을 보내고 있는가?

십 만명이 넘는 귀국자가 북으로 가서 현재 그 가족까지 하면 그 숫자는 어마어마 하다. 이들에게 일본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엄청난 돈을 지원했다. 이것은 북한 당국의 주요한 외화 수입처가 되기도 했다. 북한당국이 가족을 인질로 잡아 돈을 뜯어냈던 것이다. 귀국한 사람들도 그렇고, 남아있는 사람들도 고통이다. 그러나 지금은 십분의 일로 줄었다. 가족들의 지원도 한계에 봉착한 느낌이다. 이제는 한국 정부가 북한 당국에 돈을 대고 있다.

– 대대적인 귀국사업에 관여했던 당시 조총련 관계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조선국적을 가지고 있던 당시 관계자들은 대부분 한국으로 국적을 바꿨다. 그리고 조용히 지내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책임감을 갖고 귀국자를 지원하는 활동에 나서야 한다. 현재 적극적으로 설득을 하고 있다.

– 데일리NK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총련의 귀국사업은 20세기 인구 이동 중에 가장 비극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들의 문제는 납치자 문제 이상으로 심각하다. 일본인 납치자는 수 십명이지만, 귀국한 재일교포와 일본인 가족들은 십 만 명이다. 탈출한 귀국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이러한 정보가 북한으로 들어가면 더 많은 사람들이 탈출 동기를 갖게 될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북한 인권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 <북한인권국제대회>가 열리는 8~10일 DailyNK는 인터넷을 통해 행사를 현장 중계합니다. 국제대회의 진행상황을 가장 빠르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국제대회 특별취재팀 dailynk@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