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처형 현장녹취] 공포분위기 조성…北 ‘군중투쟁’ 현장














▲유분희씨 등 범죄자 처벌을 선포하는 ‘군중투쟁’모습
이번에 공개처형된 유분희 씨 등은 지난 4월 경 이미 ‘군중투쟁’ 형식을 빌어 이들에 대한 처벌내용이 공포됐다.

데일리NK는 이 ‘군중투쟁’ 동영상(40분 분량) 및 음성녹취록도 동시에 입수했다. 이 동영상은 주민들이 모여 있는 장면으로 단조롭게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군중투쟁’ 전체 사진 2장과 음성녹취록을 편집해서 공개한다.

이 ‘군중투쟁’ 동영상에 따르면 공개총살 된 유 씨는 지난해 옥수수 10kg을 훔치다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군중투쟁’ 동영상에는 이밖에 남한과 외국에서 유입된 CD 시청과 반입, 절도, 강도 등의 불법행위와 이에 대해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4월 함주군 인민보안서는 함주읍내 넓은 공터에 주민들을 집결시켜 놓고 ‘군중투쟁’을 실시했다. 인민보안서는 유씨를 비롯한 다른 범죄자들의 죄목을 주민들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비사회주의적 요소 척결과 공화국 보위를 위해 처벌할 것을 공포했다.

북한 주민들을 단속하고 교양하는 차원에서 실시되는 것으로 알려진 ‘군중투쟁’은 각 기업소, 인민반, 근로반 등의 사람들을 모아놓고 죄 지은 사람들에 대한 공개 비판을 실시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군중투쟁’ 사회자 말에 의하면 유 씨는 알고 지내던 엄강진 씨의 집을 찾아가 집에 혼자 있던 둘째딸 엄영심(12)을 살해하고 강냉이 10kg을 훔쳐 달아났다. 유 씨는 어린 소녀에 의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우발적으로 소녀를 살해한 것.

이후 유 씨는 음식물 매장에서 강냉이를 팔아 번 돈 3500원(북한돈)으로 식량을 구입했다. 유 씨는 함남 장진군과 금야군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2005년 11월 보안 기관에 의해 체포됐다.

인민보안서장은 ‘군중투쟁’ 판결에서 “범죄와의 투쟁에 한결 같이 떨쳐나서 우리의 사회주의 조국을 지켜나가도록 해야 한다”면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형법에 따라 유분희 등을 엄격히 처벌한다”고 선포했다.

결국 유 씨는 7월 10일에 사형 선고를 받고 총살당했다. 당시 보안원은 “역사의 살인자이며 원쑤인 유분희를 형법에 따라 전방(앞면)에서 끗끗(끈끈)한 피가 멍들기를 표출(선포)한다”며 총살을 지시했다.








北, 남한 영화와 노래 수록된 CD 널리 유포

또한 외부정보가 담긴 불법CD를 시청한 혐의로 공개재판을 받은 주민은 30여명에 이르며, 이들은 CD 시청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돌려보고, 장마당에서 밀매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적발되지 않은 주민들을 감안한다면 북한내부에서 외부정보가 포함된 CD등이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으며, 상당수의 북한주민들이 시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민보안서장은 “오늘날 제국주의자들과 반동들은 우리공화국을 내부로부터 와해시키기 위해 썩어빠진 부르주아 생활방식과 반동적인 사상문화가 포함된 DVD 등을 침투 시키고 있다”면서 “이러한 CD등을 보는 것은 반당적, 반혁명적 행위로 규정하고 직위와 공로에 관계없이 엄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일부 주민들 속에는 불순출판 선전물을 밀수밀매하거나 널리 유포시키는 일 등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면서 “공화국과 인민들의 사상적 보위를 위해 적극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이 시청하는 CD에는 남한 영화와 노래가 수록된 것으로 밝혀졌다.

‘군중투쟁’ 사회자는 “담배공장 노동자 오현희(21)는 2005년 9월 동창으로부터 남한 영화가 수록된 녹화 테이프를 구입해 밤에 몰래 시청하다 적발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담배공장 보일러 반장 송철림은 모범을 보여야할 초급일꾼임에도 남한 노래가 수록된 녹음 카세트를 비롯해 5개의 불순 녹화 테이프를 2005년 5월 함흥시 사포시장에서 구입해 청취했다”고 말했다.

이어 발전소의 설비를 뜯어 판 노동자를 비롯해 동력선, 통신선 절도 등의 죄를 지은 사람들의 공개재판도 실시됐다.

인민보안서장은 “국가와 인민들의 재산에 손을 대거나 팔아먹는 현상 등 사상적으로 변질되어 있는 행위들에 대해 인민 보안서에 신고해야 한다”면서 “기업소와 인민반에서는 경비초소를 더 잘 꾸리고, 경비에 동원된 주민들은 자기 집을 지키는 심정으로 경비 근무에 임해야 한다”고 주민들을 훈시했다.

함남 함주 출신 탈북자 김옥희(가명, 2005년 입국)씨는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일년에 두차례 정도 ‘군중투쟁’에 참석한 적이 있다”면서 “‘군중투쟁’은 일반주민들의 경각심을 고취시켜 단속하기 위한 일환으로 실시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특히 “인민보안서는 공개총살 당할 죄인의 죄목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주고, 주민들로 하여금 총살이라는 공포를 심어주는 효과를 얻기 위해 군중투쟁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






북한에서 군중투쟁은 왜 하나?

북한의 ‘군중투쟁’은 법질서 위반자들을 모아놓고 죄를 폭로하여, 군중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진행된다.

시, 군별로 진행하며 일년에 1~2회 정도 실시된다. 북한사회의 법질서 위반을 비롯해 체제유지에 불안을 주는 요소를 기본 대상으로 하며, 북한 사회주의체제와 어긋나는 모든 것이 단속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한국노래와 영화감상,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 자본주의 사회를 알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단속 대상이 된다. 또한 기계설비나 통신시설을 뜯어 팔거나 농장소유의 농산물, 축산물을 훔친 경우도 엄중히 처벌된다.

보안성을 비롯한 치안기관들은 주민들에 대한 감시와 단속을 수시로 진행한다. 이 과정에 적발된 사람들을 구속, 취조하여 관련자들도 체포한다. 보안성의 활동을 지도, 통제하는 당 행정부와 검찰소는 상황을 보고 받고 내부에서 심의하여 사회 분위기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군중투쟁을 하기로 결정한다.

보안성은 각급 공장, 기업소와 근로단체, 인민반에 지시하여 일정한 장소에 집합하여 단속, 구속된 사람들의 심문내용을 공개하여 법에 의해 처벌을 선포한다. 이것을 보는 군중들로 하여금 법질서 위반자들에게 가해지는 처벌을 보고 경각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군중투쟁’이 실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