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공동위] 남북, 회담 성격놓고 미묘한 시각차

남북이 경제협력공동위원회 제1차 회의 첫날인 4일 기조발언을 통해 회담에 임하는 기본 입장을 밝혔다.

기조발언을 통해 본 남북의 입장은 `2007 정상선언’ 이행을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을 마련하자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무게를 두는 부분은 다소 달랐다.

남측은 정상선언 이행은 물론 남북이 경제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데 주력한 반면 북측은 정상선언을 성실히 이행하기 위한 틀을 갖추는 데 집중하는 양상이었다.

남측이 기조발언에서 강조한 ▲북측이 비교우위를 갖는 생산요소를 활용한 수출산업 육성 ▲사회간접시설(SOC) 건설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협력 등은 당장 구체적인 프로젝트로 실현하기 위한 제안이라기 보다는 남북 경제공동체 형성의 환경 조성을 위한 준비 작업의 성격이 짙다.

남측 수석대표인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경협공동위가 부총리급으로 격상된 만큼..(중략)..남북이 좀 더 목표와 비전을 갖고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하는 자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북측이 비교우위를 갖는 생산요소를 활용한 수출산업을 육성한다는 제안은 정상선언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의제로,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북측이 비교우위를 갖는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을 활용한 산업을 남측이 기술과 자본, 경험 전수 등을 통해 지원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자는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한다기 보다는 남북이 나아가야 할 비전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SOC 건설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협력은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 국제기구로부터의 차관 지원 등을 염두에 둔 제안이다.

정부 당국자는 “철도.도로 개보수를 비롯한 북한의 SOC 재건을 위해서는 정부 재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 “남측의 경제발전 과정을 돌아볼 때도 국제기구로부터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권 부총리는 지난 10월 세계은행 연차총회 등에서 북한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에 국제사회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테러지원국 지정 등 미국의 경제제재 때문으로, 이는 북핵문제의 진전과 맞물려 있어 남북 간에 논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원칙론적인 얘기로 이 자리에서 해법이 나올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측은 이와 함께 ▲개성공단 활성화 ▲농수산 협력 ▲남측 및 외국기업 투자환경 조성 ▲보건의료.환경보호 협력 강화 등 정상선언에서 합의된 의제들의 구체화도 강조했다.

특히 상반기에 착공될 안변 조선협력단지 조성을 위해 개성공단의 경우와 비슷한 수준의 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경협제도분과위 구성을 제안했다.

반면 북측은 정상회담과 총리회담 합의사항 이행으로 의제를 제한하는 분위기다.

북측은 기조발언에서 정상선언 합의사항의 성실한 이행을 강조하면서 ▲분과위원회 구성 ▲실무접촉 시기와 장소 확정 ▲현지 조사 시기 확정 등 지극히 실무적인 부분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은 이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할 것은 다 합의했기 때문에 더 이상 새로운 합의를 하려고 하지는 않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서 “합의된 사항의 조속한 이행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이 정상선언 합의사항을 구체화하는 데 그치고 남측이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해 새롭게 제안한 내용들은 합의문에 구체적으로 담기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회담 소식통은 “남북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경제공동체를 형성할 지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라면서 “아직 초반이니 더 구체적으로 논의해봐야 회담에 대한 전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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