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독도문제, 전략적 결단과 ‘대비 시나리오’ 만들 때다

한일 사이에서 독도를 둘러싼 거친 공방전이 오가는 가운데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러시아가 79년간 점령하고 있던 인룽섬과 헤이샤쯔섬 절반을 중국에 반환하면서 중-러 간의 해묵은 국경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리고 얼마 전 영유권 분쟁과 대륙붕 및 가스전 개발문제로 갈등을 빚던 중국과 일본도 동중국해에서 가스전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또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북방 4개 도서에 대한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서의 영유권 갈등문제도 전향적인 방향으로 해결 방안을 찾아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거듭된 도발행위에 주일대사를 소환하고도 분을 삭이지 못해 연일 일본 규탄대회를 하고 있는 한국의 사정과는 달리, 주변 동아시아 영토분쟁 문제들이 예기치 않은 국면으로 돌아가고 있음에 갑자기 온 몸에 새파랗게 소름이 돋는 것은, 혹시 독도문제가 우리의 의사를 배제하고 국제사회 강대국들의 논리로 해결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 때문인 것 같다.

한번쯤은 우리도 독도문제에 대해 역사적, 국제법적 실효지배라는 초점에서 벗어나 국제정치 및 경제적 실익상황에서 이해의 폭을 넓혀봄직 하다.

사실 독도의 한국영유권 문제가 대두된 이유 중에는 1951년 미-일 강화조약이 한국전쟁 발발 이후 對공산권 대응을 고려해 급하게 체결되는 바람에 한국의 독도조항이 삭제되고 일본의 지위가 강화된 데서 찾아볼 수도 있다.

현재 밝혀진 미 국무부 문서들은 한반도가 자칫 공산화 될 가능성에 대비해서 독도에 대한 권리를 모호하게 하여 유사시 對공산권 봉쇄정책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하려는 미국의 전략을 밝혀주고 있다. 그 외에도 냉전체제 하에서의 미국이 일본을 종용해 러시아에 북방 4개 도서를 양보하고 오키나와를 확보하게 하고, 공산화한 중국에 대한 대만의 취약성에 대비해 센카쿠 제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을 옹호했음을 밝혀주고 있다.

그러나 탈냉전 시대를 맞이한 현재 냉전논리에 의해 내려진 이들 도서들에 대한 애매모호한 판정은 국익과 국가 자존심을 내세우는 관련국들 모두에게 커다란 갈등의 원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동북아 지역협력과 안보협력체제의 형성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와 스웨덴에 의해 식민지 핍박의 경험을 갖고 있는 핀란드 국민들은 한국 국민만큼이나 민족주의 감정이 강하다. 그렇지만 스웨덴과 핀란드 사이에 위치한 아랜드섬 (Aland Island)에 대한 양국간 영토분쟁은 양국간의 협상을 통해 영토주권은 핀란드가 영구 보유한 상태에서 과거부터 살아왔던 스웨덴 주민들이 자치권을 보장받고 상호 경제적 이해를 도모하는 평화로운 해결안을 만들어 냈다.

현재 이런 경험을 가진 아랜드섬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아랜드섬의 오늘이 과거 아픈 역사적 경험을 넘어서서 이웃나라에 대한 배려와 경제적 상호실익에 무게를 둔 양국의 지혜가 빚은 산물로 만들어 졌다는 점에 기인한다.

일본은 러시아와의 북방영토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일본과 러시아인 전문가들과 아랜드섬의 참여자들을 중심으로 창조적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러시아 또한 이에 긍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우리의 관심과는 전혀 관계없이 중-일, 러-일 사이에서 적절한 영토분쟁에 대한 해결방안이 모색되고 미국이 이를 승인하는 가운데 어느 날 갑자기 동북아 강대국들 사이에서 한국을 배제한 서구의 ‘헬싱키 프로세스’와 같은 동북아 지역안보협력체제가 논의되거나, 또는 북한의 변화양상에 따른 미군철수가 한반도에서 진행되는 상황에서 해양강국인 일본이 독도에 물리력을 동원한 집요한 도발을 감행해 온다면, 그때 우리는 그 황당한 상황에 과연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설사 내키지 않더라도 작금의 국제정치적 상황과 현실을 십분 감안해 미국의 협력을 구하며 일본을 이해시키는 가운데, 독도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적 결단과 이에 따른 시나리오를 지금 만들어야 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