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 칼럼]575-486 세대 역사 소임은 ‘한반도 전체의 진보’

11월 5일자로 데일리NK가 사이트 개편을 했다.

개편의 주요 방향은 ‘한반도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일리NK’다. 지금까지 데일리NK가 주장해왔듯이 북한의 개방과 민주화, 근대화가 이 시대 한반도의 진보를 위한 근본 어젠다라는 의미이다.

그런 방향에서 이번 개편에서 ‘키워드 뉴스’를 신설하여 북한 및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핵심 현안들을 쉽게 볼 수 있도록 배치했고, 독자들의 핵심 관심사항인 북한 내부의 뉴스를 더 강화했다.

또 향후 북한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 내부에서 소통과 통합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우리 사회의 이념 논쟁, 대북정책, 선진화에 관한 이슈를 다루는 코너를 신설했다. 아울러 NKTV를 확대하여 동영상 뉴스를 통해 뉴스를 생동감 있게 전달하려 한다.

데일리NK가 2004년 12월 10일 시범 뉴스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5년 가까이 얻은 성과는 북한 뉴스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정확하고 객관적인 논평을 해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내부 공개처형 동영상을 비롯하여 장마당과 북한 주민들이 살아가는 모습 등 독자들이 보고 곧바로 북한을 파악할 수 있는 팩트(fact) 중심의 편집방향을 견지해왔다.

이와 같은 편집· 보도 방향은 유럽,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중국 등의 한반도 전문가와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으며, 이는 데일리NK에 독자들의 신뢰를 부여해준 큰 버팀목이 되었다. 데일리NK는 이같은 편집방향을 고수해갈 것이다.

동시에 데일리NK는 이 시대 대한민국과 한반도, 동아시아, 인류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칼럼과 논설을 게재해왔다. 이와 같은 미래지향적인 데일리NK의 편집방향은 변함이 없을 것이며, 특히 중단기적으로 북한의 미래, 한반도의 미래와 관련한 정확한 분석과 전망, 그리고 예리한 논설과 칼럼을 계속 게재할 것을 독자 여러분들에게 약속 드린다.

그런 의미에서 사이트 개편을 맞이하여, 이 시기 대한민국 지식인들이 같이 고민해볼 주제를 한번 던져본다.

한반도의 미래 꿈과 지식인의 소임

흔히 ‘변증법’이라고 하면, ‘변화와 발전에 관한 일반적 법칙’을 말한다. 변증법은 (객관)세계의 변화를 다루는 자연변증법과, 크든 작든 사람들이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면서 변화 발전하는 사회(역사)변증법으로 나뉜다.

새삼스럽게, 또 얼핏 흘러간 옛노래처럼 들릴지 모를 사회변증법의 합법칙성 문제를 여기에서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모든 것은 변화한다’. 이것은 진리다. 싯타르타, 예수, 공자, 소크라테스, 그 옛날 고대희랍 철학자들, 중국의 죽림 현인들, 제자백가들, 근현대 동서양 사상가들, 거의 모두가 표현만 좀 다를 뿐 비슷한 뜻으로 정의했다. 또 미래사회의 철학자들도 ‘지극히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래서 어쨌다는 말이냐?

하나의 국가공동체가 생(生)-장(長)-사(死)-멸(滅) 하는 것을 좀 뚜렷히 말하고 싶은 것이다. 모든 것이 변화하지만, 거기에는 중요한 전환점이랄까, 변화의 큰 매듭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대한민국은 건국 60여년 동안 生-長 해왔다. 앞으로도 더 ‘長’할 것이다. 반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死-滅의 과정에 들어갈 것이다.

모든 존재는 생-장 하지 않으면, 사-멸로 들어간다. 영원불멸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초에 생-장이 없으면 사-멸할 것도 없지만, 이미 생장한 것은 필연적으로 사멸하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이미 生 한 것은 ‘계속 長 하지 않으면’ 死-滅의 과정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앞으로 계속 ‘장’할 것이 없다. 그래서 사-멸로 들어가게 되는 것으로 본다. 이것은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가?

먼저, 북한 내부에서 발생한 근본 원인이 있다. 북한은 자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직접 요인과 잠재 요인 등의 내부 동력을 이미 상실했다.

북한은 한 국가공동체가 성립 · 유지 · 발전해갈 수 있는 3대 기축 영역, 즉 사상 · 정치 분야-경제 분야-국가 시스템 분야가 이미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다. 재생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북한사회는 사-멸에 들어가게 된다.

대한민국은 숱한 어려움을 겪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주의 헌법체계가 살아있고, 자유민주주의 사상 · 정치 분야는 앞으로 더 합리적으로 성장해갈 것이다. 경제 분야도 크고 작은 어려움이 또 닥칠 수 있겠지만 계속 성장해갈 것이다. 행정· 입법· 사법, 국방, 대외관계, 사회문화. 정부-민간 협치의 국가 시스템 분야도 좀더 합리적으로, 좀더 강하게 성장해갈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계속 ‘長’할 것이며, 이같은 기초 위에서 우리 국민과 정부가 앞으로 더 잘 하고, 외부의 환경과 조건이 더 좋아질 경우, ‘대도약'(Quantum Leap-up)’의 시기를 맞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단, 우리 사회 내부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갉아먹는 암(癌)적 부류들이 더 창궐하지 않는 조건에서 그럴 것이다.

북한은 어떤가?

첫째, 사상· 정치분야에서 회생 가능성이 이미 사라졌다. 마르크스-레닌주의에 기초한 스탈린주의 정권에서 더욱 나빠진 전체주의 수령독재의 김일성유일사상체계(주체사상)로 인해 망했고, 이제는 공산주의도 버리고 ‘선군사상’으로 완전히 헐벗은 사상적 알몸뚱이가 되었다. 선군사상을 알기쉬운 말로 바꾸면 ‘조폭 사상’이라는 뜻이다.

앞으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상적 출로는 ‘개혁개방 사회주의’ 형태인데, 이 개혁개방 사회주의와 김일성-김정일식 수령주의는 양립하기 어렵다. 김정일이 개혁개방 사회주의로 가려면 사상적으로 주체사상(아버지 김일성)도 죽이고, 선군사상(김정일 자신)도 죽여야 하는데, 그것이 지금 와서 가능하겠는가?

또 김정일의 아들이 3대 세습을 하면서 할아버지-아버지를 동시에 죽이기도 어렵다. 만에 하나, 3대 세습자가 사상적으로 할아버지-아버지를 죽이면서 실제로 개혁개방 사회주의 형태로 갈 수 있다면-간판이야 ‘우리식 사회주의’라도 상관없다-그는 정치적으로 엄청나게 뛰어난 녀석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일성-김정일 정권을 이어받는 조건에서 개혁개방 사회주의로 간다는 것은, 3대 세습자가 할아버지-아버지 때문에 스스로 계속 제 발등을 찍어가면서 마라톤 코스를 뛰어야 한다는 말이나 다를 바 없다. 권력은 그 이전 정권을 부정하는, 이른바 ‘살부성'(殺父性)을 가지면서 자기 정체성을 확보해가는 경우도 있지만, 북한의 김씨 왕조에서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 절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3대 세습자가 북한을 개혁할수록, 개방할수록 할아버지-아버지 시기 계급적 수령절대주의의 피해자를 비롯한 수많은 북한의 내부, 외부 피해자들이 출현하게 되어있다. 결국 그 정권은 내부에서부터 붕괴될 것이다.

환언하면, 현재의 북한정권은 앞으로 사상적 선택의 대안이 없다는 뜻이다. 지금 김정일은 선군사상을 내세우며 사상적으로 스스로를 포박하면서 막다른 골목으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둘째, 북한의 경제분야는 점진적 시장확대 외에 자체 생산력 회복을 통한 재생산 구조로 진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훌륭한 논문들이 있기 때문에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셋째, 국가시스템 분야가 많이 파괴되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경제분야의 몰락에서 기인하여 사회 전반에 부패와 각종 생계형 범죄가 너무 많이 늘었다. 당-군-국가의 부패에 대해서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다. 군인이 민간인에 대한 약탈자가 된 것은 이미 오래 되었다. 열차 사고 등을 비롯한 대형 사건사고도 빈번하다. 최근에는 주민들이 더이상 굶어죽지 않기 위해 공권력에 도전하는 일탈행위가 늘어났다.

수령-당-국가의 안정적 지휘체계는 이미 허물어졌고, 정권의 공포와 감시 대(對)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라는 ‘관-민 대결구도’로 바뀌었다. 이 잘못된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경제회생의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개선될 가능성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이상의 세 가지 기축적 원인으로 인해 북한사회는 이미 사-멸의 과정에 들어가 있으며, 김정일의 강력한 핵전략으로도 이같은 상황을 근본적으로 타개하기는 불가능하다.

최근 15년 동안 북한 내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외부 요인들은 앞으로 북한사회가 버티기 힘들 정도로 크게 강해졌다. 외부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절대 정보량이 많이 늘었다. 최근 30년 동안 진행된 대한민국의 성장과 변화, 개혁개방 후 중국의 변화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세상의 모든 것이 변화하듯이’ 향후 북한과 한반도의 큰 변화는 분명히 전환의 입구에 와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건국과 호국-산업화-민주화 과정에서 숱한 어려움을 거치며 역동적으로 성장해왔다. 이같은 성장의 기초는 물론 건국과 산업화의 성공에 있다. 특히 생산력의 기초 없이는 선진국이든, 복지국가든, 미래로 향한 꿈조차 꾸지 못한다.

사회주의 사회 건설도 그 근본 이치는 대동소이하다. 마르크스주의 이론의 결함이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소련 사회주의가 실패한 분명한 물질적 이유를 들라면, 결국 사회주의 경제건설과 경제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중국 지도부는 이같은 소련의 사회주의 경제건설 실패의 원인을 알았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시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것은 소련의 실패와 중국의 성공을 가로지르는 분수령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우리 경제의 기초를 닦았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경제, 정치, 사회문화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기초를 닦았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우리사회에서 박정희 전대통령의 업적은 계속 그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며, 그것은 우리가 선진국으로 다가갈수록 거의 정비례하는 양상을 보여줄 것이다.

대한민국의 건국-호국 세대, 산업화 세대는 자기 시대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소임을 다 했다고 본다. 기업 경영에 비유하자면, 수많은 자기 희생을 감내하면서 이윤을 많이 남겨 후세대에게 넘겨 주었다.

후세대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시도했고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민주화 세대가 건국-호국, 산업화 세대의 업적에 견주기는 어렵다. 건국-호국 세대들은 대한민국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았고, 산업화 세대, 소위 ‘동백아가씨 세대’들은 일과 자기 개인의 인생을 동일시했다. 그것은 자기 희생이었다.

이 때문에 민주화 세대, 70, 80년대 대학교육 수혜를 받은 575세대, 486세대들은 선배 세대들에게 ‘명함’을 내놓기는 뭔가 손이 부끄럽다.

575, 486세대들은 무엇보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될 30대, 20대 후배세대들에게 뭔가 역사적인 성과를 물려주고 사회의 주역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렇게 해야 자기 세대에서 자기 소임을 하고 떠나는 것이다.

575, 486세대가 후배 세대들에게 남겨주고 떠나야 할 역사적 소임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한반도 문제, 정확하게는 ‘북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북한의 전체주의 수령독재 체제를 정상적 개방체제로 전환시키고, 북한을 산업화-민주화로 이끌어 가서 한반도 평화통일의 기초를 닦아주는 것이다. 그 길이 ‘한반도 진보의 길’이다. 575, 486 세대가 이 소임을 끝내놓고 떠나야, 후배 세대들이 이를 기초로 해서 더 나은 한반도와 더 나은 동북아시아의 평화번영, 그리고 세계 민주주의 공동체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대 지식인의 역할은 너무나 크다.

우리 사회에는 전통적으로 ‘창조적 지식인’과 ‘저항적 지식인’의 상(像)이 있어 왔다. 해당 역사적 시기의 지식인의 역할도 이 두 가지를 서로 넘나들었다. 조선시대 선비들도 나라가 위급해지면 칼을 들고 녹슨 말 안장을 꺼내 전쟁터로 나갔다. 그게 지식인의 소임이다. 대한민국 60여년 기간 동안에도 창조적 지식인과 저항적 지식인들의 역할이 서로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 한반도 전체를 놓고 볼 때 대한민국 지식인의 어떤 상(像)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가? 그것은 ‘창조적 지식인’으로서 역할이 더 중요하다. 현 시기 대한민국 지식인들은 창조적 지식인으로서 그 역사적 소임을 다해야 한다.

북한체제는 앞으로 비교적 단기간 내에 변화할 것이다. 김정일 이후 3대 세습정권이 지속 가능하고 체제 안정화로 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다. 아니, 어리석음은 문제가 아니라, 지식인의 역사적 책임을 방기하는 행위이다.

그래서, 이 시대 창조적 지식인들이 할 일은 넓고도 많다. 지금 대한민국의 창조적 지식인들은 한반도 미래의 꿈을 적극적으로 개척해갈 중대한 역사적 시기를 맞고 있다.

대한민국 창조적 지식인들이여, 한반도 미래의 꿈을 그대 품 안으로 받아들일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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