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인권주간] “北 주민, 외부정보 열망 한층 높아졌다”

▲ 25일 워싱턴에서 ‘북한에 정보유입을 촉진하는 방안’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 ⓒ데일리NK

25일 오후 워싱턴 대사관 거리에 위치한 북한인권센터(가칭)에서 <열린북한방송> 주최로 ‘북한에 정보유입을 촉진하는 방안’이란 주제의 토론회가 개최됐다.

지난 22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북한인권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된 토론회에는 미국 연구소 관계자들과 학계 인사 50여명이 참석했다.

<열린북한방송> 하태경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정보통제가 완화되고 있는 북한 내부의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하 사무총장은 정보통제 완화의 배경으로 ▲식량난 이후 북한 내부의 이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졌고 ▲북-중 국경을 통해 많은 정보가 유입되고 있으며 ▲라디오를 듣거나 VCD를 시청하다 단속됐을 때 처벌 수위가 낮아졌고 ▲간부들의 부패로 이런 정보유통이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북한인권운동의 국제적 활성화로 대북압박이 강화된 결과 외부정보를 접하는 주민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 사무총장은 또 북한의 정보유통 현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샘플조사에 따르면 2003년 이전에는 단파라디오를 가지고 있는 가정이 1% 이하였지만, 2005년에는 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VCD플레이어도 평양지역의 경우 2003년 이전에는 전체 가구의 20~30%만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90%이상이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양 주민 90%, VCD플레이어 소유

이어 “특이할 사항은 예전에는 개인들이 혼자서 몰래 방송을 들었지만, 최근에는 삼삼오오 모여서 같이 듣는 점”이라며 “한국의 드라마도 많이 보급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는 “외부 소식을 접하고자 하는 북한 주민들의 열망이 이렇게 높아진 이상 국제사회와 시민단체에서도 대북방송에 대한 지원을 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사무총장은 “북한에 정보유입을 촉진하는 것은 북한 정권이 갑자기 붕괴했을 때 북한 주민들이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소련이나 중국의 경우에도 라디오 방송과 같은 정보유입이 사회적 격변 시에 혼란을 줄이고 새로운 사회로 나가는데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국립민주주의기금(NED) 아시아 담당 존 크나우스는 “지금까지는 (북한인권상황의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 여론을 증진시키는데 주력했지만, 앞으로는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활동할 것”이라며 “대북방송에 대한 지원도 그 일환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의 구재회 북한담당국장은 “외부인들은 북한 사회가 얼마나 변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지만, 북한 내부를 들여다보면 빠른 변화를 겪고 있는 것같다”면서 “북한 주민들의 경직된 의식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방송의 촉진은 적절한 시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열린북한방송>은 지난 해 12월 개국한 대북전문 라디오 방송으로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다. 토론회가 열린 북한인권센터는 북한인권에 높은 관심을 보여 온 미들랜드 교계연합회가 구입한 건물로 링크와 이지스 재단, 열린북한방송 등 북한인권단체들이 대거 입주할 예정이다.

권은경/워싱턴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