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간선거 분석] 민주당, 北에 강경정책 펼 수도

▲ 美 중간선거 압승에 환호하는 민주당 지지자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민주당 승리의 요인으로는 부시의 인기 하락, 공화당의 잇단 스캔들, 이라크 전쟁에 대한 안좋은 분위기 등이 작용했다

민주당은 압승을 거두었다. 하원은 물론 상원까지 장악했으며 주지사 투표에서도 크게 앞섰다. 애당초 하원에서는 20석, 상원에서는 6석을 확보하면 상하 양원 과반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었는데, 하원에서는 무려 30석을 빼앗고 상원에서도 목표치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민주당은 1994년 이후 12년 동안 이어진 공화당의 상하 양원 지배 구조를 깨고 의회를 장악했다.

이번 선거는 부시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을 가진다. 단지 2기 정부만이 아니라 1기까지 포함해 부시 행정부의 전반적인 정책 기조에 대한 평가의 성격을 띠었다.

이번 선거는 투표 전부터 공화당의 열세가 점쳐졌었다. 공화당이 12년 간이나 상하 양원을 장악했던 관계로 반드시 양당의 정책적 차이를 떠나서라도 ‘견제와 균형’이라는 정치역학상 자연스럽게 변화를 필요로 하기도 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미국의 권위지인 뉴욕타임즈는 그동안 행정부의 ‘고무도장’ 역할에 지나지 않은 의회를 비난하며 이번 선거에서는 공화당 후보를 단 한 명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바꿔!’ 열풍과 함께 공화당에게 패배를 안겨준 요인은 출구 조사를 통해 보다 분명하게 제시되었는데 유권자들은 공화당의 연이은 스캔들과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주요 인사들이 연루된 잇단 스캔들은 유권자들의 ‘바꿔!’ 열풍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국민들은 공화당의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를 느끼고 등을 돌렸다. 미국 로비계의 황제로 통하는 잭 아브라모프의 무차별적 불법 로비 사건의 대상에 공화당 의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수를 차지했다. 또한 공화당 원내 대표였던 톰 딜레이가 불법 정치 자금 모금 혐의로 기소됐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는 의회의 16세 소년 사환에 대한 마크 폴리 하원 의원의 성추문이 불거져 민주당이 선거 이슈로 집중 부각시켰다.

민주당은 또한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에 총공세를 폈다. 그동안 축적되어 온 이라크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최고조로 맹위를 떨쳤다. 시간이 지날 수록 이라크의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 종파 간 폭력 사태가 격화됐고 미군 사망자도 2,800명에 이르렀으며, 10월 한 달 동안에만 100명이 사망한 사실 등은 이라크전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과 회의를 표로 연결시켰다.

무역·대외정책 변화 불가피…큰 틀에선 공화당과 차이 없을 것

공화당으로선 선거 막판에 후세인의 사형 선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전을 노렸으나 이미 역부족이었다. 부시는 선거 후 가진 기자 회견에서 이라크에 진전이 없는 데 대한 불만이 투표로 드러난 점을 인정하였으며, 전격적으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교체했다.

선거는 민주 정치를 움직이는 동력 장치다. 부시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든 민심을 수렴하고 반영해야 한다. 야당으로서 민주당의 공세도 거침없을 것이다. 이는 명제적 진실이다.

중간 선거에 따른 객관적 전망은 우선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한 상황으로 인해 2년 여의 임기가 남은 부시에게 급속한 레임덕을 불러올 것이란 것이다. 실질적 문제는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책적으로는 특히 무역 정책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자유무역보다는 보호무역을 선호하는 편이다. 따라서 FTA 체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민주당 지지층이 FTA 반대를 주장하는 노조에 기반을 둔 측면도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난항은 있을 수 있지만 민주당이 집권한다고 해서 FTA 체결이 대세가 된 세계 경제 현실을 비켜갈 수는 없다.

대외정책과 관련해서도 궁극적으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의 어려움이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에 패배를 안겨준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큰 방향이 바뀌기는 어렵다. 부시도 선거 결과를 수용해 럼즈펠드 장관을 경질하는 식으로 즉각 화답하였지만 인물의 변화가 정책의 변화를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미국에서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대외 정책에서 뚜렷한 차이를 찾기는 어렵다. 전통적으로 치면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외 정책 상 차이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민주당은 다자적 협력이나 대화를 선호한다. 또한 인권이나 인도주의적 개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공화당은 미국의 주도적 역할과 군사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익에 기초한 선별적 개입을 선호한다.

그러나 이런 차이마저 희석시킨 것이 9.11이었다. 9.11은 가뜩이나 간극이 약하던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책 노선을 더욱 좁혔다. 특히 부시 정부의 정책을 주도하는 소위 네오콘 그룹이 과거 민주당 지지 세력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것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세계 전략상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고립주의’를 선호한 반면 민주당은 ‘개입주의’를 선호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미국의 이익을 강조했지만 사실 그것은 공화당의 전통 메뉴였다. 9.11 이전 민주당의 클린턴 또한 이라크에 대한 공습을 주저하지 않았으며 코소보 사태 개입을 주도하였다. 9.11 이후 미국은 미국의 안전을 위해서도 테러와의 ‘국제전’을 성공적으로 밀고나가야 한다는 확고한 인식과 행동을 견지했다. 또한 민주당의 전통 메뉴인 인권과 인도주의를 테러와의 전쟁은 물론 세계 민주주의의 확산 전략 속에서 구체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정책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이라크 문제는 물론 북핵 문제까지 싸잡아 공화당의 정책 노선을 비판하고 나섰지만 사실상 민주당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제네바 협약 당사자로서 직접적인 배신감과 상실감을 안고 있는 처지라 도리어 더욱 강경한 방향으로 선을 그을지 모른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우리가 오히려 경계해야 할 것은 국내에서 민주당의 선거 승리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활용하려는 움직임이다. 특히 북핵 사태와 관련 민주당의 승리가 마치 미국의 기존 노선에 완전한 실패를 의미하는 양 섣불리 규정해버리는 것이다. 더 문제인 것은 마치 미국의 정책 변화가 뚜렷이 있을 것처럼 미리부터 호도하는 일이다.

온갖 해괴한 논리와 인적 자원을 동원해 한국 정치는 물론 민심의 향배를 흩뜨리며 국가 위기를 초래하는 햇볕론자들의 행태를 보자면 작금의 현실은 충분히 그와 같은 상황을 예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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