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 全大] 구스타브 `새옹지마’ 될까

`역전의 용사’ 존 매케인에게 거세게 몰아닥친 허리케인 구스타브는 악연인가, 새옹지마를 위한 필연인가.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하는 전당대회 무대가 1일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 마련됐지만, 언론의 관심은 온통 남부 뉴올리언스에 상륙한 허리케인 구스타브의 이동경로와 피해상황에 쏠렸다.

4년만에 치러지는 초대형 이벤트가 허리케인의 강력한 바람에 일단 엉망이 된 상황. 특히 공화당은 이번 전당대회의 모토로 `국가제일주의’를 내건 마당이어서 전당대회 보다는 태풍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여러모로 볼 때 매케인에게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흘간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이를 여론조사 지지율 제고로 연결시켜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구스타브로 인해 벌써 하루를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스타브는 매케인에게 `새옹지마’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첫날 행사가 대폭 축소되기는 했지만 2일부터 사흘간 진행될 나머지 행사를 더욱 밀도있게 진행하면 초반 흥행부진을 만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 조지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이 첫날 행사에 오지 못하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매케인에게는 `천운’인지도 모른다고 일부 미국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국가적인 문제도 잘 대처하고 정치행사도 잘 치러낸다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격인데다, 매케인이 그간 주장해 왔던 `국가안보’에 대한 위기관리능력을 재삼 과시하는 계기도 된다는 점에서 구스타브가 반드시 악재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매케인이 지난 달 31일 구스타브가 멕시코만 연안지역에 상륙하기도 전에 “우리는 공화당의 모자를 벗어던지고 미국이라는 모자를 써야 한다”고 선언한 것은 전당대회 첫날 파행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타나든 매케인에게 허리케인은 악연처럼 다가왔던 게 사실이다.

매케인은 지난 7월 경쟁상대인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중동과 유럽을 돌며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한 `허리케인’의 덫에 걸린 적이 있다.

그는 7월 24일 뉴올리언스에서 헬리콥터를 이용, 멕시코만을 지나 유전 굴착장소에 착륙하는 깜짝 이벤트를 기획했다. TV 화면에 잘 나오면 연안 석유시추 허용에 대한 자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허리케인 돌리가 멕시코만을 강타해 헬기가 뜨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유조선이 미시시피강가에 있던 바지선과 충돌, 기름이 유출되는 바람에 매케인은 울며겨자먹기로 이벤트를 취소해야만 했던 것.

매케인이 69세 생일을 맞았던 지난 2005년 8월 29일은 공교롭게도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에 상륙한 날이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1일 부시 대통령이 당시 생일케이크 앞에서 엄지손가락으로 생크림을 빨면서 매케인을 축하하고 있는 사진을 실었다.

매케인은 사실 3년전 카트리나 피해의 책임과는 무관하지만, 이날 사진 한 컷은 부시의 매케인 생일축하연 참석이 1천6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카트리나 피해대책 부실에 원인제공을 했다는 연상작용을 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였다.

다만 3년전 일이 반면교사가 돼 이번 구스타브 때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보면 매케인에게는 허리케인이 `불청객’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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