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7.1조치 5년] 전문가 진단과 전망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2002년 7월 경제개선 조치를 취한 이후 5년간 인플레이션 등 부정적 현상도 있었지만 다시 전면적인 계획경제로 회귀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장경제쪽으로 긍정적인 바람이 불고 있고, 앞으로 북미관계 개선 정도에 따라 시장경제적인 요소가 한층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아직은 시장이 수입.유통에 국한돼 생산.일자리에 대한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경제회복에 대한 시장의 기여도가 낮으며, 특히 지난해는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인한 대내외 조건의 악화때문에 경제개혁 움직임이 둔화됐다고 모았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 시장적 요소란 게 한번 시작되면 파급효과가 있기 때문에 철저한 계획경제로 회귀하기는 어렵게 됐다.

북한 입장에선 현재 경제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동시에 그 과정을 질서있게 관리하고자 하는 상태로 봐야 한다. 따라서 아직은 시장개혁의 문턱을 완전히 넘어서지는 못했다.

임금.물가 현실화, 노동 인센티브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북한의 7.1조치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한계점도 보여줬다.

일단 북한 핵문제가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임금.물가의 현실화는 공급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대외 공급상황에 한계가 있었다. 핵문제가 7.1조치 확대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행정가격이라는 국가통제적 요소가 시장메카니즘의 확산을 저해한 것 같다. 북한 화폐가 시장가격을 반영하지 못해 임금의 실질적 가치가 제한될 수밖에 없어 인센티브 효과도 제한받는 구조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등 거점을 중심으로 한 남북 경협은 북한의 경제개혁에 영향을 끼쳤겠지만 향후 임금 직불, 경영.노동 환경 개선 등이 필요하다.

인센티브제가 도입되고 사적 영역이 늘어나면서 빈부격차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농민시장 뿐 아니라 상업부문이 모두 그럴 것이다.

앞으로 경제 개선.확대의 변수는 첫째는 핵문제 등 국제환경 개선이고 둘째는 북한 지도부의 결단이 중요하다. 중국, 베트남처럼 시장개혁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중요할 것이다.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개혁의 후과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있지 않나 싶다.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큰 틀에서 보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애초 우려했던 인플레나 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북한 정부가 시장을 관리하는 데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기업 인센티브 제도가 정착됐고, 쌀값이 국제시세에 비춰 달러 대비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북한이 인플레 관리 능력을 터득한 것 같다.

지난해 핵문제 등 악조건 속에서도 시장경제적 요소를 포기하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북미관계 개선은 여러 측면에서 호재가 될 것이다.

상품교역 중심의 남북경협이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작지만 북미관계가 개선돼 전략물자나 원산지 문제 등에서 물꼬가 트인다면 남북간 투자.협력이 활성화될 것이다.

인센티브제에 따라 소득 격차가 나고 있지만 크지는 않은 것 같다. 북한 정부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계층이 나타난 것은 아니다. 방북자 등을 만나보면 일부 화교가 경제개선 조치 이후 교역이나 장사 등을 통해 돈을 많이 벌었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북한이 관리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북한 정부는 시장을 통한 경제관리 방침을 굳힌 만큼 향후 시장을 없애는 등 현 정책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작년 핵문제 때문에 실질적인 경제개혁 조치를 취할 여건이 안됐지만 사적영역이 넓어진 것은 분명하다.

평양에만 800명가량의 상인이 있는 시장이 40개가량 있다고 하는데, 제한적으로나마 시장경제가 작동하고 있는 것을 가장 큰 변화로 꼽을 수 있다. 장사하는 사람들의 일부가 권력과 유착돼 자본을 축적하는 것도 경제개선 조치 이후의 현상이다.

다만 시장이 북한경제의 회복에 기여하는 수준은 낮다. 자본 축적→공장 설립→일자리 창출→생산 증가가 되풀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돼야 하는데 지금은 수입.유통 수준에 머물고 있다. 소비 활성화가 생산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작년에 북한의 미사일.핵 문제 등으로 인해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았던 것도 경제개선 효과가 둔화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북한이 향후 예산의 70%에 달하는 군사비 등 경직성 예산의 일부를 경제쪽으로 돌리는 방향으로 예산구조를 바꾼다면 경제개선 효과가 커질 것이다. 또 돈자리(계좌) 규정 등 금융관련 법규를 올해 2개 만들었는데, 개인.기업의 금융활동을 활성화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전주가 생산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어 긍정적일 것이다. 시장에서의 가격자유화의 폭도 넓혀야 한다.

남북 경협은 현재로선 노임을 얻는 구조이다. 한국이 일본 자본을 끌어들였을 때처럼 평양, 개성 등에 공장을 건설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것이 소득으로 연결되는 식이 돼야 하는데 노임이 국가로 들어가고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니 파장이 없는 것이다.

▲양문수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 성과는 있지만 제한적이다. 재정 부문이 좋아졌고 인플레도 예전 3년에 비해 최근 2년간 안정세를 유지한 것은 물론 상품 부문도 어려움이 완화되는 성과가 있었지만 제한적이었다. 농업부분도 상대적으로 좋아졌지만 만성적인 식량부족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경제와 계획경제가 어정쩡하게 ‘동거’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은 없앨 수 있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계획경제 부분이 시장경제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북미관계 등 대외적인 여건이 호전된다고 해서 추가적인 경제개선 조치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인 인센티브제를 확대한다면 일정한 성과가 있겠으나, 공장이 안 돌아가는 상황인데 공장이 인센티브로 줄 것이 없을 것이다. 전기 등 원자재가 없으면 그만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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