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7.1조치 5년] 약이었나 독이었나

“7.1조치는 북한경제에 약이었나, 독이었나”

북한이 임금과 물가의 현실화를 기반으로 시장경제를 부분적으로 수용해 2002년 시작한 7.1경제관리개선 조치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엇갈린다.

위기의 심화로 보는 시각은 7.1조치 이후 북한에서 인플레가 심화되고, 무역적자가 커지고, 주민들의 생활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북한의 인플레 지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쌀가격 추이를 보면 2003년 ㎏당 200∼300원대를 유지하던 거래가가 2004년 9월에는 ㎏당 900원까지 치솟은 후 현재 수급 상황에 따라 900-10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무역적자도 2005년 10억500만달러, 2006년 11억200만달러 등 북한의 무역액에 비해 큰 규모를 유지한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체감 경기도 크게 나아지지 않으면서 국내에 들어오는 탈북자의 수는 7.1조치 시행 직후인 2003년 1천281명에서 2004년 1천894명, 2005년 1천387명, 2006년 2천23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북한 경제 위기론은 북한체제의 붕괴 가능성에 대한 예측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해 핵실험 이후 유엔의 대북 제재결의가 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북한의 7.1조치를 중국식 시장사회주의로의 전환을 위한 결단이라고 평가하는 쪽에서는 개혁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체제의 시장경제 적응은 이미 대세이고 조금씩 자리를 잡아나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급격한 물가인상도 공급부족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7.1조치로 인한 가격과 임금 의 현실화 과정에서 고액권이 등장하고 화폐발행이 증가하면서 화폐 유통량의 증가에 기인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들어선 비교적 안정적으로 시장가격이 형성돼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플레가 어느 정도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취약한 무역구조를 가진 것도 사실이지만, 무역적자의 상당부분을 원유와 식량 등 중국과 남한에서 받는 인도적 지원이 차지하고 있어 북한 경제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2005년부터 북한의 무역적자가 다소 늘어난 것은 북한의 주력 수출품의 하나인 수산물의 단가가 국제시장에서 폭락하면서 수출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것.

식량문제의 경우, 남한의 비료지원 등으로 인해 1999년부터 북한의 곡물생산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외부 도입량은 2000년부터는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식량난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7.1경제관리개선 조치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서도 이미 시장은 북한경제에 확고히 자리잡은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이 지난 1월 탈북자 면접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대부분의 재화를 시장에서 구입하고 있으며 생산재의 거래까지도 시장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주민들은 대부분 장사 등의 활동에 나서 돈벌이를 하고 있었고 7.1조치 이후 북한주민들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월 20달러로 이전의 6달러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 북한의 부가가치 증대는 주로 시장경제와 연계된 생산단위 부업 및 개인생산 확대에 기인하며, 시장은 주민들의 생필품 구입처로도 자리잡았다”고 말하고 “이러한 활동을 통해 소득이 늘면서 평균소비도 50%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북한 경제를 좌우하는 메커니즘으로 자리잡으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빈익빈 부익부’로 인한 양극화의 심화. 국가의 보조금이 없어진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은 공장.기업소로부터 임금과 배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장사 등 상업활동에 나설 능력마저 없는 사람들은 오히려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최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물자 중 컬러TV 등 북한에서는 고가의 물품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시장에서 돈을 번 개인들의 생활수준은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시장활동 속에서의 격차가 문제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시장경제가 고도로 발달된 것이 아니라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북한 정부가 목표를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장을 유지하는 관리능력은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대립으로 인한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은 내부 자본이 넉넉치 않은 북한 경제의 발목을 잡는 구조적 문제다.

북한의 공장.기업소가 낙후된 시설과 각종 생산요소의 부재로 원활하게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외부로부터 자본과 원자재 등의 공급이 이뤄지면 북한경제가 더 빠르게 정상화의 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임금.물가를 현실화 했을 때 그것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북한에선 대외 공급이 중요한데 핵문제가 7.1 조치 확대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