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7.1조치 5년] “돈이 최고..비즈니스 태도 치열”

“국가도 우리를 보살펴 줄 수 없다” “돈이 최고다”

북한이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한 뒤 5년이 지나며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널리 자리잡혀 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인식들이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대량 아사사태가 난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에도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굶주림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회의가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말 탈북자 335명을 대상으로 7.1조치 이전(1997∼1999년)과 이후(2004∼2006년)로 나눠 심층 조사를 벌인 결과, 계획경제가 이완돼 국가가 주민 생존을 책임질 수 없게 된 것으로 진단했다.

이 조사에서 탈북자들이 북한에 있을 때 직장에 정상 출근했다고 답한 경우는 7.1조치 이전 60.5%에서 이후에는 52.5%로 감소한 대신 적만 두고 출근하지 않거나 부업 등 다른 일을 한 경우는 39.5%에서 47.5%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자체 생산한 식량과 외부 지원분을 배분순위를 정해 배급하면서 맨 하위 계층에 대해서는 쌀이나 옥수수 대신 감자 등으로 대체하거나 그나마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통일부는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당 중앙기관, 각 급 당위원회 구성원과 평양 중심구역에 사는 주민을 배급 1순위, 군대를 포함한 군관련자를 2순위, 특급 기업소(대기업) 직원을 3순위, 일반 주민을 4순위로 정해 배급제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사회주의 체제의 근간인 배급제마저 사실상 무너지자 일반 주민들은 “내 입은 내가 책임진다”는 인식 아래 소규모 시장인 장마당, 60세 이상 노인에게 허용되는 좌판, 협동조합 단위의 가판 등을 통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

최근 평양을 방문한 대북 지원단체 관계자는 “시내 곳곳에서 음료수나 채소를 파는 포장마차 형태의 야외 매점이 길가에 4∼5개씩 늘어서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일성종합대 경제학부 박사과정에 있으면서 1년중 60일을 평양에 체류하는 한 조선족의 말을 인용, 상인이 800명 정도 되는 시장이 평양에 40개가량 있다며,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한 시장당 3천명, 40개 시장엔 3-4만명이 국가의 혜택을 안 받고 스스로 사는 사람들인 셈이어서 제한적이나마 시장경제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함경남도의 산간지역 주민들 중에는 금, 금정광, 몰리브덴정광, 아연정광을 조금씩 빼돌려 중국으로 내다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이 북한 소식지를 통해 전하기도 했다.

30대 탈북자는 “최근에는 북한 주민들이 너도 나도 장사를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약삭발라지고(약삭빨라지고) 오로지 돈밖에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전해 들었다”며 “중국에 사는 친척, 남한의 이산가족이나 탈북자 등을 통한 지원 요청도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7.1조치로 독립채산제와 인센티브제 등이 도입되면서 기관이나 개인들의 돈벌이 열의도 강해졌다.

평균 2주에 한번꼴로 북한을 방문하는 이용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7.1조치 이후 전반적으로 많이 바뀌어 독립채산제가 전 사회부문에 많이 퍼졌다”며 “그전같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태도가 치열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측 기업 주체들이 비즈니스를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들이 보인다”면서 “개인들도 남의 돈을 빌려서라도 장사를 해야 살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지원단체 간부는 “북한의 지방 시.군지역 등에서는 생계가 막막한 여성들이 성매매를 하기도 한다고 북측 사람들한테 전해들었다”면서 “주민들 사이에 ‘돈벌이를 위해서는 못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2004년 7월 남한의 경범죄처벌법과 같은 성격의 ‘행정처벌법’을 제정한 것이 이런 풍조의 확산을 뒷받침한다.

행정처벌법은 북한의 형법 적용 대상이 아닌 암거래, 뇌물수수, 매음 등 `자본주의 풍’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 법은 “공동생활 질서를 어긴 행위”로 암거래.고리대 행위나 매음, 부당한 이혼.파혼 등을 꼽고 위법 행위의 경중에 따라 무보수 노동, 노동교양, 해임, 경고, 벌금, 변상, 몰수, 자격정지 등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주민들의 이러한 의식 변화와 ‘자력갱생’ 확산에 대해 “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알아서 생계를 해결하는 만큼 배급제의 부담을 덜 수 있으나 사회주의 계획경제 등 통제 시스템이 그만큼 이완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남성욱 교수는 말했다.

남 교수는 “북한에서 사적 영역이 넓어진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조선족 유학생의 경험을 소개하며 “시장 관련 논문을 써보겠다고 했으나 지도교수가 ‘지금은 시장이 번창하지만 다 없어질 것’이라며 ‘사회주의 초급경제이론을 쓰라’고 지도했다”고 전해 시장경제에 대한 북한의 여전한 거부감을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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