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현장 체험자] “北 가짜담배 생산도 국가 계획사업”

▲ 세관에 압수된 북한의 가짜 마일드세븐 담배 ⓒ연합

지난 15일 도쿄(東京)신문은 “일본 해상보안청의 외국선박 해상검문결과 북한에서 만들어진 가짜 일제담배가 한국과 대만으로 운반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얼마 전 미국이 가짜 담배생산은 북한이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불법행위’라고 밝힌 바 있었지만, 물적 증거가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검문에 걸린 선원의 진술과 정찰위성 정보를 분석하여 북한의 가짜 담배 운반선은 원산이나 청진, 나진항 등에 입항해 가짜 담배를 싣고 출항한다고 보도했다. 또한 대만이나 부산 앞바다에서 대만과 한국 마피아 등이 보낸 선박으로 바다 위에서 물건을 옮겨 싣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가짜 담배 상표는 ‘마일드 세븐’과 ‘세븐 스타’ 등 일제 2종류를 비롯하여 미제 ‘말버러’ 등 영국담배 수십 종에 이른다.

가짜 담배 생산계획 아편재배와 동시시작

그렇다면 북한 내에서 가짜 담배는 언제부터, 어떻게 생산됐을까?

북한에서 담배생산을 대량화하기 시작한 것은 1992년 11월 김정일의 ‘백도라지 재배’(양귀비 재배) 지시와 거의 같은 시기다.

당시 함경북도 지역만 보더라도 담배생산기지를 만들기 위해 역량을 집중했다. 회령시 곡산공장을 ‘회령 식료연합회사’로 명칭을 고치고 소속 담배공장을 확장했다. 1994년 이후에는 담배생산의 원료를 보급하기 위해 ‘4.25 농장’을 만들어 제대군인들을 집단 배치했다. 4.25 담배농장은 회령시 창평리에 소재하고 있던 제22호 관리소(22호 정치범수용소)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만든 농장이다.

그때 함경북도당 ‘3대혁명 소조원’으로 활동하던 필자도 왜 갑자기 담배생산을 위한 기간건설에 집중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한 포기의 곡식이라도 더 심어서 주민들을 굶기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담배 생산에 집중하는 것을 목격하며 노동당정책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었다.

오늘에 와서야 필자는 왜 담배생산을 위한 기간건설에 집중했는지 알게 되었다.

함경북도에서는 4.25담배농장을 중심으로 그 지역의 담배는 북한에서도 제일 품질이 좋다고 소문이 나 있다. 특히 4.25담배농장과 접경지역인 새별군 룡계리 독초(毒草)담배는 일품중의 일품으로 손꼽힌다.

한국에서 ‘대중적인 담배’라 불렸던 ‘THIS’의 니코틴 함량이 0.65mg이라면 그 지역 독초는 대략 1.5mg 이상으로 보면 된다. 따라서 지독한 애연가라 해도 연초(煙草)를 섞지 않고는 피우지 못한다. 함경북도에서 이름난 연초는 연사군에서 생산된다.

4.25 담배농장에서 생산되는 독초와 연사군에서 생산하는 연초를 조합하면 ‘마일드 세븐’과 ‘세븐 스타’ 등 명품담배를 생산할 수 있는 원료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100% 진품으로 위장하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최근에는 외국에서 원료를 들여온다고 하니 말이다.

“북, 가짜 담배 생산지로서 안성맞춤”

북한에서 가짜 담배를 생산하기 위한 환경조건은 국내적으로나 국외적으로 가장 안성맞춤이다. 중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짝퉁’ 생산을 강하게 통제하는 등 위법행위에 속하지만 북한에서는 그렇지 않다. 실례로 평양 담배공장에서 생산하는 ‘해당화’표 담배는 평남 순천담배공장에서도 만들고 수천 개나 되는 가내반에서 생산하기도 한다.

가내반은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 후에 나오는 부산물로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협동조합을 말한다. 이러한 운동을 김정일이 1984년 8월3일 발기했다고 하여 ‘8월3일 인민소비품생산운동’이라 한다.

북한에서는 김정일의 위와 같은 지시가 담배는 물론 수백 종의 가짜 상품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파는 상행위(商行爲)로 전환되었다. 따라서 북한에서는 가짜 상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위법행위라 보기 어렵다.

이러한 상행위는 외국의 중소기업들이 가짜 상품을 생산하여 이익을 챙기기 위한 생산거래처가 된다. 특히 중국에서 가짜 담배 단속이 심해지자 중국의 가짜 담배 생산 기업들은 북한에 안식처를 정하게 되었다. 북한 당국은 평양담배공장, 회령담배공장 등 각지의 지정된 담배공장들에 중국의 담배 제조기와 원료를 밀수하여 가짜 담배를 대량생산하게 되었던 것이다.

가짜 담배 생산, 처음부터 국가적인 계획사업으로 시작

북한은 노동력과 생산공장만 제공하고, 중국의 생산기업들은 원료 공급과 유통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또 이런 가짜 담배가 합법적으로 유통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국제적 마피아들과 거래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분석은 평양 담배공장에서 외국에서 보내오는 담배원료를 운반해 보았다는 한 탈북자(51세)의 증언과 일치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평양 담배공장에서 1996년경에 담배종이, 외국어 설명서로 포장된 담배지함을 정확히 보았다고 확신했다.

또한 일본 해상보안청은 최근 2년 전부터 북한을 출항한 캄보디아, 대만, 몽골 선박에서 가짜 담배가 발견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같은 주장들을 종합해보면 북한의 가짜 담배 생산은 오래 전부터 계획적으로 진행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일본 해상 보안청은 마약과 같은 각성제 밀조와 밀수가 어렵게 되자 적발위험이 적은 가짜 담배생산으로 품목을 바꾼 것으로 풀이했는데 이는 잘못된 분석이다.

북한의 국내적 환경을 볼 때 가짜 담배생산은 1992년 11월 김정일이 ‘백도라지 생산’을 지시한 때와 거의 같은 시기에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짜 담배 생산은 마약 제조 및 밀수를 대처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처음부터 국가적인 계획사업으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주일 기자(평남출신 2000년 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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