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소식통] “北 주민 김일성 배지 안 달아도 된다”

최근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부자 우상화와 관련된 주민 통제가 약화되고 있다고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이 전해왔다.

평안북도 의주군 주민 A씨는 2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수령님 초상휘장(배지)은 노동당원과 사로청원(現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은 반드시 착용해야 하지만 일반 백성은 (착용하고 싶은 사람만) 알아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명절 때에는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A씨는 덧붙였다.

A씨는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약칭 ‘10대원칙’) 역시 “일반 백성들은 의무적으로 암기할 필요가 없다”면서 “(노동당원과 사로청원을 제외한) 주민들 10명 가운데 1~2명 정도만 암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과거 북한에서는 김일성 배지를 모든 주민이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했으며, 배지를 착용하지 않고 외출하다 적발되면 반드시 착용하도록 조치했다. 또한 장기간 반복적으로 배지를 착용하지 않으면 정치적 처벌의 대상이 됐다.

‘10대 원칙’ 역시 전 주민이 의무적으로 암기해야 하는 내용으로, 북한에서는 ‘법 위의 법’으로 통하는 절대 원칙이었다. 김정일이 1974년 4월 발표한 ‘10대 원칙’은 수령 우상화를 위한 10개 항의 원칙과 65개 세부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분량은 A4용지 7페이지에 달한다.

’10대원칙’ 암기 안 하고, 초상화 검열도 안 해

한편 신의주시에 거주하는 주민 B씨는 김일성 부자 초상화에 대해 “반드시 집에 모셔야 하며 먼지가 끼면 정치범으로 처벌받는다”면서도 “그러나 과거처럼 점검이나 검사를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은 각 가정과 건물마다 의무적으로 김일성 부자의 초상화를 걸어야 하며, 당원들은 당 세포비서가 가정을 방문하고, 일반 주민들의 경우 동사무소 세포비서나 인민반장이 수시로 가정을 방문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여부를 점검해 왔다. 초상화를 닦는 청소도구도 따로 정결하게 보관하고 있는지 확인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점검이나 검사가 거의 없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전한다.

북한에 이렇게 우상화 통제가 느슨해 진 것은 그만큼 북한 내부에서 조선노동당의 권위가 약화되고 있다는 증거로 파악된다. 북한의 수령 우상화는 주로 노동당이 앞장서 왔는데, 90년대 후반 이후 ‘선군정치’가 등장하면서 당보다는 군대가 중시되기 시작, 자연히 우상화 교육도 약화된 것이다.

한편 장기적인 식량난을 겪으면서 북한의 사회체제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것도 우상화 통제 약화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작업반이나 직맹, 농근맹 등 근로단체를 통해 사상교양이 이루어졌는데 공장 기업소가 돌아가지 않으니까 당연히 그런 기회도 줄어들었다. 나는 2000년 이래로 교양 모임에 나가본 적이 없다. 자꾸 나오라고 닦달은 하는데 술이나 담배를 조금 찔러주면 그냥 넘어간다. 지금 북한에 그런 사람이 태반이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 탈북자 C씨의 말이다.

C씨는 “가정이 해체되어 흉가로 남은 집에 초상화가 분실되는 등 80년대 같으면 중대사건으로 취급되던 우상화물 보관이 소원해졌다”면서 “노동신문에 있는 김정일 사진을 그대로 둔 채로 잎담배를 말아 피우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상이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라며 “민생을 돌보지 않고 무능한 김정일에 대한 불신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
한영진 기자 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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