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 일가(一家) 우상화 선전에 치중됐던 북한 달력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데일리NK가 최근 입수한 북한 풍경이 주로 삽입된 2018년 달력(외국문출판사 발간)에는 김정일과 김일성 생일이 있는 2월과 4월에만 각각 백두산밀영 ‘정일봉’ ‘만경대 (김일성) 고향집’ 사적지를 실었다. 구색을 맞추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각각 광명성절과 태양절이라고 칭송하는 김정일·김일성 생일을 설명하는 글자 크기가 이전 달력에 비해 크게 줄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의미로, 크게 부각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 만경대 고향집을 찾는 주민이 많지 않은 사진을 싣는 등 특별한 연출도 없이 밋밋한 느낌으로, 예술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북한 우상화 선전 방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반면 1월에 실린 ‘대동강변의 설경’ 사진은 구도와 예술성에서 상당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눈으로 하얗게 덮인 산책로와 대동강변, 그리고 강 건너편의 북한의 ‘첫 뉴타운’으로 불리는 창전거리 아파트가 배경으로 있는 가운데 한가로이 산책을 하고 있는 두 여성을 담아낸 것.
이는 예전에 비해 북한 기념일이 갖는 상징성이 낮아졌다고 해석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음식 달력의 경우에도 비슷한 양상을 띈다.
우선 김정일 생일이 있는 2월 달력엔 칠면조구이 사진이 삽입됐다. 김정일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또한 칠면조구이가 미국의 전통 음식이라는 점에서 반미를 강조하는 북한의 선전과는 대비된다.
또한 4월에도 마찬가지다. 김일성이 즐겨먹었다는 담수양어(한약제를 먹여 키운 민물생선) 요리와 단고기(보신탕) 사진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뱀장어구이밥(일본식 덮밥 형태)이 실려 있다. 항일과 반일정신을 강조했던 김일성의 행태와도 상반한 사진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대북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우상화 달력은 주민들에게 인기가 없어 잘 팔리지 않는 반면, 음식 달력의 경우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면서 “때문에 주요 국가기념일에도 관련된 사진을 부각하는 것보다는 최소한의 모양새만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변화된 달력에서는 시장화에 따른 주민 의식 변화가 읽혀지고 있다. 이제는 거짓 선전에서 탈피하면서 실생활에 유용한 것에 보다 관심을 두고 있다. 일례로 음식 달력의 경우 조리법은 따로 적혀 있지 않지만 시장에서 비슷한 식재료를 구입해 사진과 비슷하게 조리해 먹는 것이 최근 유행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