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계층분석①] 北 핵심계층 ‘김정일 몰락시 보복 공포’

북한체제를 버티고 있는 근간은 체제붕괴를 두려워하는 핵심계층이다.

이 버팀목이 있어 북한은 근 반세기 넘게 경제적 고립과 압박을 버텨왔고, 수백만의 아사자를 낸 ‘고난의 행군’에도 체제를 고수할 수 있었다.

현재 북한체제를 버티고 있는 세력은 노동당과 행정기관, 국가안전보위부·인민보안성·검찰·재판 등 정권기관에 근무하고 있다.

북한 전체 노동당원은 약 400만 명(95년 기준)이다. 전체 주민의 약 20%가량이다. 이 20% 중에 당내 세포비서, 초급당비서 등 초급간부들과 군대 내 장교, 보위원, 보안원 이상의 직위를 가지고 북한 주민을 직접 통제하는 핵심세력은 이 보다 훨씬 적다. 이들이 2,300만의 주민들을 통제하는 기본세력이 된다.

이 핵심세력은 대다수 체제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편이다. 중앙당이나 군 장성 등 핵심 그룹들은 체제 변화시 잃게 될 특권과 자신에 대한 처벌을 두려워 한다.

지역 당비서, 보위원, 보안원들은 주민들을 직접 통제·감시·처벌해온 당사자들이다. 이들은 북한 주민들을 직접 통제해온 담당자들이기 때문에 주민들로부터의 직접적인 보복을 두려워 한다. 이들도 체제붕괴와 함께 ‘끈 떨어진 갓’ 신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80년대 말 강계군수공장 폭발사고 때 전쟁이 난줄 알고 주민들이 담당 보위원을 죽이고 피난이든 전쟁이든 나가겠다면서 담당 보위원의 집에 돌과 몽둥이로 무장하고 쳐들어간 일이 있다. 이 소문이 전국으로 돌면서 한때 전국의 보위원들을 바짝 긴장했던 사실도 있다. 때문에 말단 통치세력들은 오늘의 북한체제를 받드는 충실한 동량(棟梁)이 되는 것이다.

▲ 만경대 혁명학원 학생들

북한은 정권초기부터 항일투사 및 연고자, 만경대 혁명학원 출신, 6.25전쟁 공로자 및 피살자, 전사자 가족들을 체계적으로 키워 배치했기 때문에 핵심권력계층의 계급의식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따라서 김정일에 대한 충성도도 높다.

핵심계층에 대한 사상교육 세뇌화 심화

이들은 북한체제 유지가 자신의 생존과 직결돼있다고 본다. 현 북한 체제가 붕괴되면 김정일의 녹을 먹던 자신들도 성치 못할 것이라는 공포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김정일과 한 운명’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북한정권은 핵심계층의 계급의식이 흔들리지 않도록 주요하게 김정일의 권위, 계급교양, 각종 특권 부여, 다중의 감시체제를 동원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모든 권위와 결정을 김정일에게 집중시킴으로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의 위엄을 강조한다. 수령체제의 특징이면서도 현실적으로는 간부들이 김정일에게 경외감을 갖게 만드는 수단이다. 김정일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는 의식은 보이지 않는 무거운 권위로 작동한다고 고위층 탈북자들은 말한다.

핵심계층에 대한 교양사업은 일반 주민과 다르다. 90년대 구 소련과 동구권이 연쇄적으로 붕괴될 때도 간부들 속에서 일고 있던 동요를 잠재우기 위해 차우세스쿠 전 루마니아 대통령 최후를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내부적으로 돌려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라크사태를 담은 비디오를 중대장이상 군부 간부들에게 방영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이 과정을 통해 ‘체제수호에서 양보는 곧 죽음’이라는 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김정일 정권은 측근들에 대한 교양과 함께 특권을 줘 충성심을 고취시킨다. 중앙당 조직부, 선전부 간부들에게 자신의 생일번호를 단 ‘2.16’ 벤츠를 간부 급수에 따라 높은 시리즈부터 차등 지급하고 있다.

중앙당 간부와 군 요직 인사들에게는 평양시내 최고급 아파트 단지들을 따로 조성해 무장경비인원을 배치하고 그의 친척들의 출입까지 제한 하고 있다. 이들은 전자제품과 가구, 소파, 식료품에 이르기까지 일본제로 공급받는 등 서구문화를 향유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선군정치가 실시된 이래 군단장 등 군 수뇌들에게는 전용간호사, 전임 식모, 전용 아파트, 전용 별장, 전용승용차, 야전용 지휘차를 비롯하여 미모의 여성들과 즐길 수 있는 ‘장령 휴양소’까지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주요 명절 때마다 측근들에게는 고가의 외제 선물을 제공한다. 그러나 한 다리만 건너 지방 당 책임비서, 조직비서, 권력기관 책임자에게 제공되는 선물은 남한의 슈퍼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귤, 사과, 술, 담배 등이다. 그러나 이들은 김정일의 선물을 받는 것 자체가 일반 주민들과 차별된다는 점에서 만족을 느낀다.

거미줄같이 연결된 3중 감시체계

권력기관은 고위층일수록 2중 3중의 감시망을 작동한다. 그리고 반 체제적 성향이 발견되면 잔인하게 처벌해 반 김정일 의식의 싹마저 잘라버린다.

가장 감시가 심한 대상이 군 고위 지휘관들이다. 북한 군대는 정치국과 부대 지휘관 이중체제라고도 볼 수 있다. 군대의 당조직인 정치국 간부들이 주요 지휘관을 밀착 감시한다. 그리고 부대 내에 통보과를 따로 두어 부대 내에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중앙당으로 직접 전화를 걸게 돼있다. 여기에 보위사령부가 전문적인 도청장비를 두고 지휘관의 사생활까지 24시간 밀착 감시한다.

그리고 미래의 북한 체제 엘리트 집단으로 성장할 대학생들에 대한 감시도 강하다. 대학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담당 보위원을 설치하고, 밀정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보안원들까지 안전소조(정보원)들을 조직해 교원들과 학생들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 대학들에 포진된 정보원 밀도는 대학생 5명당 한 명꼴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핵심권력이 일하는 중앙당, 성, 내각 안에도 국가보위부 직속 보위원이 파견되어 간부들까지 감시하고 있다.

“자본주의 상품 좋아, 그러나 개혁은 안돼”

▲ 평양에 주차된 현대차 ⓒ연합뉴스

북한 상층들은 남한의 경제발전을 부러워하면서도 개혁개방에 대해 반감을 가진다.

북한의 한 고위층이 남측 방북단에 “우리가 날고 기어도 남조선 경제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남북장관급 회담과 8.15행사 당시 고위급들이 서울에 내려와 삼성 디지털 카메라를 선호하고, 현대차에 대해 관심을 보인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개혁 필요성에는 손사래를 친다.

자본주의 상품을 선호하면서도 개혁개방에 부정적인 이유는 사상 중심의 체제에 변화가 올 경우 주도권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오로지 당적 지도만 충실해온 당 일꾼의 경우,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아남을 만한 특별한 기술과 마인드가 없다. 경쟁사회에 직면하느니 지금의 직위와 명예에 안주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핵심계층들도 북한경제의 제한성에 대해 익히 알고 있다.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리는 주요 원인이 집단농경리 때문이라는 것과 당이 내놓는 경제정책들이 일관성이 없고 실패했다는 사실을 이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합리한 체제가 자신들에게 보장해주는 특권을 결코 놓기 싫어하는 것이다.

그들은 권력을 이용한 특권과 전횡으로 길들여져 있다. 북한에 기근이 들어도 이들은 먹고 입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공장 당비서의 경우, 공장상품을 팔아 사리를 채우고 공장살림을 늘린다는 명목 하에 노동자들을 내몰아 부업 등으로 조성된 생산물을 저들의 욕심불구기에 탕진하고 있다. 그래도 이들은 아무런 법적 제재도 받지 않는다.

신흥부자의 이중성, 권력기관 유착관계

7.1조치 이후 장사 허용과 동시에 북한에는 신흥부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부를 축적하게 된 데는 중국과의 무역교역을 기존 중앙집권적 형태에서 기업자체의 시스템으로 선회하게 한 정책에 힘 입었기 때문이다.

개혁개방에 대한 신흥부자들의 관심은 높으며, 북한체제가 개혁을 하지 않고서는 당면한 경제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그들도 체제 붕괴에는 관심이 없는 편이다. 이미 부를 축적한 이들은 북한의 궁색한 상황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자본주의이든, 지금의 북한체제이든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권력층은 이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그들에게서 돈과 뇌물로 받고 보호해주고 있다. 그들이 검열에 걸릴 경우, 자신과의 거래가 드러나기 때문에 그들의 비행을 눈감아 주고, 심지어 그들에게 정보를 넘겨주기도 한다.

북한 핵심계층들이 체제유지의 첨병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은 일반 주민보다 학력 수준이 높고 외국의 문물을 접할 기회가 많아 북한체제와 외부사회를 비교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 이들 중 대다수는 북한 체제에 순응하지만 일부 깨어있는 간부들이 김정일 체제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행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북한 사회의 부패가 심화될수록 과거의 부패사슬 구조가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부패가 심화돼 체제 누수현상이 생기면 이를 제어하려는 중앙당의 방침이 내려지고, 이 과정에서 처벌이 계속될 경우 상당수 간부들의 이탈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외부사회의 정보가 계속 유입되고 김정일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이 커지면 이러한 민심이반 현상은 간부급이라고도 해도 완전히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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