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제-당관료 출신 3인]북한이 개혁개방 못하는 4가지 이유

▲ 일본 아사히 tv에 잡힌 김정일 모습(연합)

김정일의 중국방문이 1주일째 접어들었다.

도대체 중국방문 목적이 뭘까, 더욱이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김정일의 행보가 주는 암시는 무엇인가, 이러한 김정일의 방중행적을 추적하는 언론의 움직임도 분주하고, 그 목적을 진단하는 예측도 각각이다.

DailyNK는 16일 북한 경제일꾼 출신 탈북자 2명과 당일꾼 출신으로부터 김정일의 방중목적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들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이번 김정일의 중국방문은 개혁개방과 관련없는, 한마디로 ‘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북한이 개방 못하는 4가지 이유

前 북-중 합영회사 ‘금강보석가공 유한공사’ 사장 출신 탈북자 강민준(가명, 65세)씨는 “김정일의 중국방문은 한마디로 제스처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개혁개방을 위한 경제학습이 목적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김정일이 2001년 1월 상하이를 둘러볼 때도 사람들은 개혁개방 움직임이라고 떠들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때도 안 했는데, 지금이라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다음은 강씨의 말이다.

“나는 2002년 7.1경제조치가 발표되기 전 평양에서 열린 전국경제부문 일꾼 강습에 참가했다. 그때 강습지도 나온 중앙당 일꾼들은 ‘개혁개방은 우리 혁명의 실정에 맞지 않으니 아직은 기대하지 말라’고 말했다. 북한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개혁개방은 꿈일 뿐이다.”

“2001년 상하이를 돌아본 김정일이 ‘천지개벽했다’고 극찬한 뒤 돌아와 평양인민경제대학과 원산경제대학의 교수, 전문가 300명을 중국에 파견해 경제공부를 시켰다. 그들이 돌아와 개혁개방을 논의하다 당에서 4가지 원칙은 포기해서 안 된다고 해서 결국 그만두고 말았다.”

강씨에 따르면 당시 논의된 4가지 원칙은 ▲ 계획경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주민들의 사적(사유)재산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개인경제를 자율화해서는 안 된다 ▲배급제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중국과 美 견제하면서 경제원조 타내려는 것

북한 경제관료 출신이자 체코주재 신발합영회사 사장을 지낸 김태산씨는 “김정일의 방중 주요 목적은 6자 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붙어 미국의 압박을 견제할 대책을 마련하고, 개혁개방에 의지가 있는 것처럼 관심을 보여주면서 위조달러 문제를 희석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올해 중국이 주기로 한 경제지원도 북한의 개혁개방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김정일은 중국에 나들이를 한번 함으로써 중국의 지원계획을 앞당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씨의 분석.

“김정일은 자기가 불리할 때마다 어떤 사건을 만들어낸다. 김정일은 현재 최악의 궁지에 몰려있다. 핵문제와 위조달러, 방코델타(BDA) 아시아은행 자금동결, 인권문제, 식량문제 등 악재들이 한꺼번에 겹쳤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중국에 (도와달라며)붙는 수밖에 없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자고 마음 먹었으면 외국인 투자유치법이나 만들면 될 것을 구태여 중국에 가서 경제학습 한답시고 뜸을 들일 필요가 있겠는가.”

‘허세’ 뽐내기, 용천사고 후 선두 차에 기관총 걸어

함경북도 명천군 군당(郡黨) 부부장 출신 탈북자 엄춘식(가명, 62세)씨는 세계의 이목을 피해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을 이렇게 분석했다.

“김정일은 원래 비밀스러운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골탕 먹이는 행위에 쾌락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는 평소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라는 말을 곧잘 하는데, 이번에도 열차를 동원하고, 비행기도 띄우고, 밀착 경호원들이 승용차를 호위해 뛰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기의 ‘영민성’과 ‘허세’를 자랑하려고 하는 것이다.”

엄씨는 김정일의 비공식 방문에 대해 “그가 숨어 다니는 것은 지은 죄가 많기 때문”이라며 “용천폭발사고 이후 군부대를 방문해도 기관총을 선두 차에 걸어놓고 다닌다”고 덧붙였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