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생활총화’ 현장녹음 최초공개]

▲ 북한 기업소 생활총화 장면 ⓒNK조선

북한의 전 주민이 반드시 참가해야 하는 ‘생활총화’ 현장을 북한내부에서 녹취한 음성파일이 최초로 공개됐다.

22일 데일리NK가 단독 입수한 총 9개의 음성파일(총 116분 분량)은 북한의 중부지방 00시 00기업소의 ‘생활총화’ 현장 녹음이다.

북한주민들의 생활총화 현장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는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청년동맹) 소속 하부단위 총화와 일선 현장 직업동맹(직맹) 총화 내용, 지난 5월 중앙당 조직지도부에서 내려온 지시사항을 인민반장과 세포비서들에게 전달하는 회의 내용 등도 담겨있다.

이 생활총화 현장을 녹취한 인물은 ‘리 준'(북한주민)으로 알려졌으며, 최초 파일 입수자는 ‘아시아 프레스’다.

이 음성파일은 생활총화 외에도 담화사업(직장에 다니지 않는 부녀자 및 노인을 대상으로 한 지시사항 등을 전달하는 회의)도 담고 있기 때문에 현재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어떤 내용의 사상•생활총화를 하고 있는지 생생히 알 수 있다.

‘생활총화’는 북한 주민들이 각자 소속된 단위에서 일정 기간 업무와 공•사생활을 반성하고 상호 비판하는 모임을 말한다.

모든 북한 주민들은 당 조직이나 근로단체 등에 소속돼 있다. 당원은 당 조직, 비당원인 경우 청년은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청년동맹), 가두여성(전업주부)은 민주여성동맹(여맹), 직장인은 직업동맹(직맹), 농민들은 농업근로자동맹(농근맹) 등에서 각자 생활총화에 참여해 자기비판과 상호비판을 실시한다.

생활총화 종류는 2일 생활총화, 주(週)생활총화, 월(月)생활총화, 분기(分期)생활총화, 연간결산 생활총화 등이 있다. 공개된 녹취물은 주 생활총화로 파악된다.

’10대 원칙’이 ‘기본 생활법률’ 확인

‘데일리NK 분석팀’이 음성파일을 자체 분석한 결과, 현재 북한 내부 통제가 상당부분 느슨해졌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 당국은 각급 조직생활을 통해 강력한 인민통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취물에 나오는 직맹 총화 책임자도 ‘조직규율’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자신들은 10대원칙(당의 유일사상체계확립의 10대 원칙: 북한주민의 실생활을 규제하는 초헌법적 지위의 10가지 주요원칙-편집자)에 근거하여 지난 주간 생활은 우선 조직에 대한 모든 태도와 관점을 돌아봐야 한다. 생활총화도 반드시 7시 30분부터 시작해야 한다. 생활총화에 빠져서는 안 된다. 000 동무도 조직생활 태도가 바르지 않아. 다음부터 시간 늦었단 봐라. 조직규율이 약해졌다”고 다그치고 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이 조직을 무서워해야 하는데, 개인을 무서워하면 안 된다. 그러니깐 호상(상호간)비판도 하나도 없다”며 총화 분위기가 ‘전투적’이지 못한 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또 ‘수령결사옹위’ 정신을 앞세우고 당의 10대 원칙을 관철하는 것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

청년동맹 총화에서는 “우선 수령결사옹위 정신을 가져야 한다. 위대한 장군님(김정일)이 곧 우리 조국이라는 혁명적 신념을 가지고 경애하는 장군님을 목숨으로 결사옹위하는 수령결사옹호 투사가 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직맹 총화에서는 총화 내용 중 주민들이 유일사상체계확립을 위한 10대 원칙을 인용할 때 ‘10대원칙에 따르면’이라고 발언하자, 책임자는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당의 유일 사상체계 확립 10대원칙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셨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비디오 등 외부 녹화물 시청 광범위 시사

또 북한당국은 ‘우리식 사회주의는 위대한 장군님에 대한 절대적인 신념’임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이는 외부세계의 북한정권 개혁개방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우리식 사회주의’를 포기할 뜻이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청년동맹 총화에서 총화 책임자는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더욱 깊이 가져야 한다. 적들과의 대결은 힘의 대결인 동시에 사상과 신념의 대결이다. 사상이 투철하고 신념이 강하면 적들의 어떤 모략 책동도 맥을 추지 못한다. 오늘 우리의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은 꼭 위대한 장군님에 대한 절대적 신념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부에서)불순 녹화매체들을 대량생산하여 우리나라에 들여보내 공화국 전복을 꾀하고 있다. 매월 20만장씩 끄나풀을 이용하여 제3국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여보내려고 계략책동하고 있다. 오늘의 정세는 모든 주민들이 높은 적대 관념을 가지고 적들의 사상 간섭과 책동과 모략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해, 북한 당국이 외부 영상물에 큰 두려움을 갖고 이에 대한 강도 높은 투쟁을 진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동사무소 세포비서가 인민반장과 부양가족 당원들을 소집해 진행한 회의에서는 김정일의 5월 1일 교시를 거론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한 노동당 조직지도부 방침을 전달하면서 이후 대대적인 사상투쟁을 진행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이 방침에는 ‘비법(非法)월경자, 무직(無職)건달자, 방랑자, 행불자, 차판장사꾼(차를 이용해 장사를 하는 자), 유색금속밀매, 화폐(달러)밀매꾼들과의 법적 투쟁을 강화할 것. 청년들이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를 하는 현상에 대하여 강력한 법적 투쟁을 벌일 것’을 지시하고 있다.

옌지(延吉)=김영진 특파원kyj@dailynk.com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다음은 녹취내용 중 주요부분을 발췌한 것임(녹음 ‘아시아 프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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