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정권수립 60년-②]“김정일 체제에선 개혁·개방 어려워”

북한이 과연 전면적인 개혁·개방에 나설 수 있을까?

동유럽 사회주의권 붕괴와 더불어 중국, 베트남 등이 개혁개방에 성공하고 최근 쿠바까지 개혁·개방에 나섰다. 리비아의 카다피조차 “혁명 이후 유지해온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내년부터 시장경제 도입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정권수립 60주년을 맞은 북한이 언제쯤 개혁·개방을 선택하게 될지 그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자립적 민족경제라는 구호로 상징되는 ‘우리식 사회주의’를 내세우면서 그동안 1984년 합영법 제정, 1991년 라진-선봉 경제자유무역지대 창설, 1998년 금강산관광 개시, 2002년 신의주특구 선포, 개성공단 착공과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실시, 2007년 10월 남북 두 정상의 해주특구 합의 등 제한적인 범위에서 개혁개방 노선을 수용해왔다.

지금까지 북한은 중국이나 베트남의 경제발전 성공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김정일은 2001년 1월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지구를 방문해 이른바 ‘천지개벽’이라는 발언을 내놓음으로써 중국 개혁개방의 성과를 극찬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김영일 북한 총리가 베트남을 전격 방문했다. 상대적으로 약소국인 베트남이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해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했고, 시장중심적인 개혁을 시작하면서 외국투자를 유치하는 등 개혁·개방에 성공한 것이 김정일의 관심을 끈 셈이다.

이처럼 북한이 중국식이나 베트남식의 개혁·개방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지만 실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만성적인 식량난 등을 해소하기 위해 경제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도부가 개혁·개방을 체제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혁·개방은 김정일 수령절대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이 꼽힌다. 이는 김정일이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개방 언급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낸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결국 체제유지와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고 하는 한 북한은 개혁·개방에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개혁·개방을 위해서는 체제의 변화가 선행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김정일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방하면 체제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김정일 정권 내에서의 개혁·개방 가능성은 낮다”며 “개성공단, 나진선봉 지구 등은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내부적으로는 개방을 철저히 차단하는 정책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정치적 개방을 통해 해외투자를 유치해야 하는데 북한은 아직 이에 대해 소극적이고 두려워하고 있다”며 “결국 북한 김정일이 바뀌기 전에는 개방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북관계의 정상화에 따른 국제환경의 변화를 통한 개혁개방 가능성에 대해서도 북한의 비핵화와 정치개혁, 투자환경 조성 등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북한 당국의 태도를 볼 때 회의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광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의 개방은 비핵화에 달려있다”며 “이것이 선행돼야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문제가 해소되고 북한의 국제 금융기구 가입 등도 해결될 수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핵문제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명확한 입장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국제환경 변화를 통해 개혁·개방의 긍정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지만 이도 지도부가 과감한 정책적 결단을 하지 않을 경우 쉽지 않다”며 “국제사회의 투자환경을 위한 북한 지도부의 변화에 대한 전략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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