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신년사] 북한전문가 평가

북한은 1일 발표한 공동사설을 통해 핵실험에 대한 자긍심을 한껏 고취시키면서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경제건설에 주력할 것임을 대내외에 강조한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핵 보유에 대한 강한 자긍심으로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6자회담에서의 진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경제문제에 국가적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선포한 부분은 그 만큼 경제문제가 북한 내에서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음을 보여주고 있어 북미관계 등 국제관계와 남북문제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북한이 한나라당을 직접 언급하며 남한 대선정국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점은 대체로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으나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높여주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음은 전문가들의 북한 공동사설에 대한 진단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 = 지난해 핵실험 성공으로 자긍심이 높아졌고 미국과의 대결 등에서 선군영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식량이나 소비품 등 인민생활 향상의 난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목표는 한 단계 높아졌지만 문제 의식은 상당히 객관적이고 표현은 차분하다.

특히 경제문제를 맨 먼저 들고 나온 것은 그 만큼 올해 최대 국가 과제가 되고 있음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방력 강화가 두번째로 중시된 것은 역시 핵실험 성공 이후 최소 군사안전보장을 달성했지만 방코델타아시아(BDA)회담과 6자회담이 시작된 상황에서도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압력 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군의 경계력 강화와 군 사기를 진작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대선정국을 맞아 남한 여당의 실정으로 반사적으로 위상이 높아져 있는 한나라당을 구체적으로 지칭하면서 반보수투쟁을 언급한 것이 눈에 띈다.

이는 남한에서의 정권교체와 그것이 미칠 남북관계 영향 등에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본다.
남한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나 남북관계 개선에도 핵문제가 어느정도만 진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신년 사설은 김정일 정권의 안정과 인민생활개선에 초점을 뒀다.
핵실험 이후 6자회담 프로세스에 대한 불만이나 자위적 조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점, 북미관계 개선을 감안해 반미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는 점 등이 주목된다.

이것이 6자회담에 대한 긍정성과 유의미성을 아직까지 견지히고 있어서 6자회담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으로 본다.

또 남한 대선에 개입을 하겠다고 노골적으로 얘기한 부분은 남한 대선에 북한 변수가 건재함을 과시하면서 보수세력의 재집권을 막아내겠다는 개입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북한의 개입은 남북관계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이고, 특히 하반기 대선이 가까워 질수록 남북관계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으로 6자회담이 지지부진하고 북미 직접대화 등에 가시적 성과들이 보이지 않으면 북한 스스로 고(故) 김일성 주석 유훈 관철과 전환점 마련 등 차원에서 정상회담의 모멘텀을 찾을 가능성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6자회담 전망을 낙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프로세스를 유지하려는 부분으로 보인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 북한이 남북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당국간 관계라기 보다는 통상적인 민간교류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당국간 회담이라는 것이 북쪽은 핵문제 해결과 별개 사안으로 보지만 남쪽은 연계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시각의 차이가 있는 만큼 남북 당국간 관계의 진전 여부는 불투명하다. 쌀과 비료 등 대규모 지원도 6자회담의 성과와 연계될 수 밖에 없지 않겠나.

대선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표명은 우려할 만 하다. 남북간에는 상호간에 내정불간섭이라는 불문율이 있는데 결국 북한이 이것을 깨는 것이고 남북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경제에 대한 강조는 핵실험으로 핵억지력을 보유한 상황에서 재래식 무기 생산에 다소 여유를 가진 만큼 주민생활에 좀더 주력하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핵문제는 대외관계를 푸는 키워드이고 그 진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책방향은 추상적이고 원칙적일 수 밖에 없다. 올해 공동사설이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내지 못한 것도 이런 환경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본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신년사의 절반이 핵보유에 대한 자긍심을 부추기고 있다.
앞으로 핵 포기를 쉽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군 기강문제나 식량문제 등 때문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음을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다. 나머지들은 통상적이다.

핵 억지력 보유부분을 큰 업적으로 내세우고 김정일과 김일성을 잔뜩 앞세운 것은 핵실험이 협상력 차원이 아니라 핵 보유국 위상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다.

국방력 강화를 강조한 것은 앞으로 계속 핵 보유를 해나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핵 포기를 쉽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6자회담 전망이 밝지 않다고 본다.

이번 6자회담이 안된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금융제재 BDA문제 때문으로 보고 있는데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DECOY’(적의 잠수함으로부터 어뢰가 날아올 때 자신의 군함과 똑같은 소리를 내는 물건 떨어뜨려 어뢰를 따돌리는 기만전술)를 사용한 것 같다.
신년사에서 강조된 핵 보유에 대한 자긍심도 이런 추정과 맞아 떨어진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핵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핵 폐기에 진전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핵 억지력을 상당히 중요시하고 그를 근거로 해서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핵 무기를 보유하면서 나머지 문제를 풀어가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향후 6자회담에서도 진전을 보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부문에 있어서 영농자재, 비료, 경공업 제품 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암시했다.

1차적으로는 자기들이 해결하려고 한다지만 필요한 것들이 대부분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측면에서 민간협력을 강화하면서 여건이 성숙되면 남북대화도 재개할 수 있다는 실리적 계산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남한 대선에서 한나라당 반대를 강조한 것은 남한 내부에서 활동하는 친북세력에 대한 활동 지침이 될 수 있고 남한 대선 후보들에게 북한에 적대적 입장을 가지면 앞으로 남북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일 수도 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