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식량난 진실③] 北지원쌀 철저히 김정일 지시대로 분배

북한의 식량지원과 관련, 가장 중요한 문제가 ‘분배 투명성’ 확보, 즉 모니터링이다. 미국의 50만톤 대북 식량지원 문제와 관련, WFP(세계식량계획)가 현재 북한의 식량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의 식량위기를 알고 있으면서도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선뜻 대북지원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도 ‘분배의 투명성’ 문제가 쉽게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경우 북한의 대아사 사태가 국제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부터 대북 식량지원을 해왔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이후 작년 말까지 12년 동안 한국정부가 북한에 보낸 식량은 쌀 255만t과 옥수수 20만t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2006년을 제외하면 2002년 이후 매년 40만~50만t의 쌀을 지원해왔다.

한국의 식량지원 규모는 북한의 1일 쌀 수요량을 1만t 정도로 봤을 때 결코 적지 않은 양이다. 쌀 40만t이면 전체 북한 주민들을 40일간 먹여 살릴 수 있다. 따라서 지원 식량이 제대로 분배가 된다면, 산술적으로 계산해봤을때 지난 12년간 최소한 23일(275만t(쌀255만t+옥수수20만t)/12년=22.9일) 이상은 한국의 지원 식량을 먹었어야 정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 북한주민들 중 7~8% 정도만 한국 지원미를 받아봤다고 한다. 대부분 장마당에서 팔리는 한국 쌀을 돈 주고 사먹게 된다는 것이다. 유엔 등 국제기구의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규정에는 지원식량에 대한 시장 전용 등은 분명한 불법이다. 따라서 대북 지원미가 현실적으로 어떻게 분배되는지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南 대북지원 쌀 90%가 군량미로 전용”=북한주민들이 한국과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에 대한 정확한 정보에 어둡거나, 설사 알고 있다 하더라도 군, 당, 보안성, 보위부, 각급 행정기관 등 특권계층에 우선 분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중에서도 대북 지원미의 90% 정도가 군량미로 전용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탈북자 단체인 북한민주화위원회(위원장 황장엽·이하 위원회)가 지난해 10월 탈북자 2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한의 대북 지원식량을 일반 주민단위 배급소에서 배급받았다는 사람은 전체의 7.6%(19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19명도 한 달이나 보름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을 받은 것이 아니라, 김정일 생일과 같은 특별한 계기에 2~3차례, 한번에 1~2kg 정도 받은 것이었다.

지난 2006년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원회)가 중국 내 탈북자 1천3백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7%만이 대북 식량지원 사실 자체를 알았고, 그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실제 개인적으로 혜택을 보았다고 답변한 사람은 3%에 불과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남한이 지원하는 쌀 대부분이 북한군 군량미로 전용되었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대북지원 쌀의 90% 이상은 전쟁비축미로 저장되거나 현지부대로 보내지는 등 군량미로 전용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나머지 10%는 군수경제인 제2경제위원회 산하 기관과 기업소나 당정 기관 등의 순으로 배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 항구에 하적된 식량은 군부대 수송차로 2호 창고(전쟁 비축미 창고)나 현지부대로 보내지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일부가 장마당에 흘러들어 거래되고 있다는 것.

위원회 조사에서 ‘남한지원 쌀이 어느 곳(부서)으로 가느냐’는 질문에는 조사 대상의 60%(중복 답변) 가량이 ‘군대로 간다고 생각하다’고 답했다. 당 간부에 간다고 생각한 사람도 41%나 됐다. 일반 주민이라고 답한 비율은 1.6%에 불과했으며, 아동이나 임산부 등 취약계층에게도 돌아간다고 답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인권위원회 조사의 경우에도 응답자의 대부분은 대북지원식량이 군대로 들어가는 것으로(94%) 믿고 있거나, 북한 정부 관리들 수중으로 들어간다(28%)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편, 지난 2월에는 한국 정부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한에 지원한 쌀이 북한군 최전방부대로 유출된 사실을 우리 군 당국이 사진과 감청을 통해 여러 차례 포착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군 당국이 ‘대한민국’ 글자가 새겨져 있는 쌀 마대가 군 트럭에 실려 있다가 휴전선 부근 북한군 부대 내에서 하역되거나 야적돼 있는 장면을 고성능 카메라로 촬영한 장면이 공개된 것이다. 정보 당국은 통신감청을 통해서도 지난 5년간 대북지원 쌀이 군부대에 광범위하게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와 관련, 황장엽 위원장은 “한국에서 쌀 지원이 있을 경우, 김정일이 직접 분배를 결정한다”며 “어느 군부대 몇 %, 당 몇 % 식으로 결정하는데, 우선 군량미 확보가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황위원장은 “김정일은 지원식량을 철저히 자신의 권위를 높이는데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 대북지원 모니터링 한계…“차관은 도리어 인도 지원에 제약”=지금까지 통일부는 대북 쌀 차관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설명해왔다. 대북 쌀 차관이 10만t톤 씩 제공될 때마다 북측의 4~5개 지역을 현장 모니터링 하기로 북한과 합의하고, 2000년과 2002년 각각 한 차례, 2003년 12차례, 2004년 10차례, 2005년 20차례 등에 걸쳐 현장 분배 확인을 했다는 것.

그러나 10t차량 1만대 분량의 식량을 단지 3~4곳의 공급소를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형식적인 모니터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모니터 요원이 태부족한데다, 북한과 사전에 약속한 곳만 방문하고 있어 검증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은 국내 시민단체 뿐 아니라 국제 지원단체에서도 나오고 있다. 폴 리슬리 세계식량계획(WFP) 대변인은 올 초 “한국은 대량의 쌀을 북한 정부에 제공하고 있다. 어느 지역의 누구에게 그리고 얼마만큼의 쌀을 지원할 것인지, 그리고 분배 과정에 대한 감시와 검증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좀 더 세밀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의 대북식량지원이 차관 형식이기 때문에 모니터링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북한 기아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한 스테판 해거드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한국의 지원은 차관을 통한 지원이기 때문에 모니터 할 권리도 제약돼 있다”며 “차관 형태로 지원하고 있는 것은 정치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지만 인도적 지원 효과에는 장애요인으로 나선다”고 지적했다.

WFP의 경우 ‘현장 접근 없이는 식량도 없다(no access, no food)’는 원칙 아래 평양에 상주요원을 파견하고 있다. 전국 213개 군에 대해 한 달 평균 450회에 걸쳐 배급 상황을 확인하고 무작위로 70여 곳을 추출해 실사를 벌이는 등 강도 높은 모니터링 활동을 하다 북한 당국과 마찰을 빚고 일방적으로 추방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유엔 요청에 의해 외부기관이 실시한 WFP에 대한 특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WFP의 대북 식량지원 감시활동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되는 등 WFP의 모니터링 시스템에도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감사보고서는 WFP가 현장답사 일정을 북한 당국에 반드시 사전 통보해야 하고, 답사를 가도 현지 관리의 입회 하에 통역을 거쳐 면담을 하는 점 등을 들어 식량배분 감시 기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모니터링단이 눈으로 분배현장을 감시한다고 해서 지원 식량이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지원 단체 관계자의 질문에 답할 말을 미리 교육시킬 뿐 아니라, 앞에서는 배급을 주지만 뒤로 나와서는 다시 거두어가는 식으로 지원식량을 회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남한이나 국제기구의 현장감시에 대한 위원회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250명 중 7.2%(18명)가 실제 쌀을 받지 않았는데도 당국의 요구에 따라 받았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예컨대 “UN 사찰단에게 2kg씩 받았다고 하라”는 식의 당국의 지시를 받고 그대로 답변한 적이 있다는 것.

◆ 지원식량 배급돼도 지역·계층별 차별=국제사회의 지원 식량이 주민들에게 배급되는 경우라도 평양과 지방, 계층의 차이에 따라 그 양이 크게 달라진다.

지난 2005년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대북지원 쌀의 21.21%가 평양으로, 직할시인 남포시가 있는 평안남도에는 16.72%가 가는 반면, 식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양강도(4.57%)와 강원도(5.76%) 등에는 더 적게 배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북지원단체인 ‘좋은벗들’은 북한은 당 중앙기관, 각 급 당위원회 구성원과 평양 중심구역에 사는 주민 등을 배급 1순위, 군대를 포함한 군 관련자를 2순위, 특급 기업소(대기업) 직원을 3순위, 일반 주민을 4순위 등으로 정해 식량을 차등 배급한다고 주장했다.

‘좋은벗들’은 배급 1순위의 대상을 100만 명(인구의 4%), 2순위는 약 150만 명(인구의 6%)까지는 3순위는 약 400만 명(인구의 20%), 그리고 4순위에 속하는 주민들을 약 600만명(인구의 30%)으로 보고 있고, 배급 체계에 들어가지 않는 농민 계층을 약 800만 명(40%)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배급으로만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은 거의 전무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배급양의 차이가 빈부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또 배급을 받으면 식량 살 돈은 아끼지만 직장에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장사는 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당국의 시장 단속도 심해지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주요한 돈벌이인 장사길이 막히게 돼, 배급이 꼭 주민들에게 혜택만을 주지는 않는다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北식량난 진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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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식량난 진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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