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식량난 진실①]‘北 6월 대량아사說’…현장의 진실은?

◆ 4월 말~5월 중순 쌀값, 왜 폭등했나?=4월 말부터 보름 정도에 걸쳐 북한 식량가격이 급등했다. 이는 절대적인 식량부족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그보다는 북한 당국이 식량난에 대처하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 더 큰 이유다.

식량가격이 상승한 것은 지난 4월 말부터였다. 4월 중순경, 중국정부가 자국 내 식량부족 사태로 북한과의 식량거래를 중단했다. 또 북한당국이 ‘이명박 길들이기’ 일환으로 대남 비방에 집중했다.

이 시기 북한의 식량가격을 올린 첫번째 장본인은 장마당의 쌀 장사꾼들이다. 외국의 식량지원이 중단되자 장사꾼들이 폭리를 취하기 위해 기존의 쌀값 1500원 선을 2천 원 이상으로 올려서 팔기 시작했다.

북한의 식량위기설이 고조된 지난 5월 17일~18일 기자는 경기도 안양 하나원 분원에서 최근 북한을 탈출해 곧바로 한국에 온 탈북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북한의 쌀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추수기인 가을부터 식량을 독점하는 장사꾼들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들은 “북한의 장사꾼들이 옛날(2003년 이전)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말하자면 ‘매점매석’을 통해 폭리를 취하는 것을 습득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북한의 시장은 돈많은 몇몇 사람들에 의해 식량을 비롯한 생필품들이 독점되고 이들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고 있다.

장마당 쌀값이 급등하자 북한 당국은 대대적인 시장통제 조치와 함께 검열반을 동원하여 식량유통을 금지시켰다. 또 입쌀 가격을 2천 원 이상 못 올린다는 공지까지 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붙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되었다. 쌀을 구해야 하는데 시장에는 쌀이 없다. 이렇게 되니 장사꾼들이 집에 편히 앉아서 4천원씩 받아도 불티나게 쌀이 팔리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도 “당국의 시장통제 때문에 하루 밤 사이 쌀값이 1천원 넘게 뛰는 경우도 있다”면서 “검열성원들이 장마당에서 파는 쌀의 출처를 따지고 식량가격을 못 올리게 하니 도리어 쌀값이 엄청 올랐다. 시장단속이 장사꾼들 배만 불려주었다”고 말했다.

사태가 더 악화되자 급기야 북한당국은 당분간 시장의 식량통제를 하지 말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지난 5월 중순경에는 시장의 검열성원들을 철수시켰다.

소식통은 “최근 함경북도에서 있었던 국방위원회 검열은 김정일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김정철이 책임자였으며, 김정철은 이번 검열로 민심이 악화되자 검열에서 손을 떼고 다시 노동당 내부 사업으로 돌아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北 쌀값에 ‘거품’이 많다=북한에서 쌀값이 상승한데는 중국의 쌀값 상승과 대북 수출중단이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9월 말~10월 초, 국경지역인 회령, 무산, 혜산 일대 중국산 입쌀 가격은 북한돈 900원 선. 당시 중국 인민폐 1위안은 북한돈 400원이었고, 중국 위안화로 입쌀 1kg은 2원 40전이었다.

하지만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고 대북 식량수출이 중단되면서 국경도시들에서 1위안에 북한돈 480원으로 뛰었다. 여기에 중국 내부 쌀값이 오르면서 북한에 넘겨주는 쌀(밀수 쌀)가격이 1kg당 위안화 3원 20전으로 급등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 식량위기설이 고조되면서 북중 국경도시에서 밀수가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5월 현재 북한의 주요 밀수품인 구리 1kg당 가격은 북한돈 2만 4천원, 알루미늄은 5천원, 고철은 900원이다.

밀수꾼들이 넘겨받는 중국 입쌀은 25kg짜리 1마대당 80위안, 북한돈 3만7600원(1kg당 1,540원)이다. 지난해 가을 900원이던 중국 쌀이 지금은 ‘공식가’로만 쳐도 키로당 1,540원 이상이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밀수를 할 때 국경 경비대에 보호비 1만원(밀수를 허용해주는 대가)이 붙는다. 또 밀수꾼들이 장사꾼들에게 쌀을 넘길 때 1kg당 150원의 수수료를 붙인다. 따라서 밀수할 때 25kg에 3만7600원이던 쌀이 경비대와 밀수꾼을 거치면서 장사꾼 손에 들어갈 때는 5만1350원, 즉 1kg당 최소 원가가 2054원이 된다. 여기에 다시 장사꾼이 1kg에 150원을 붙이면 1kg에 2,204원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체로 1kg당 2,204원을 기준으로 하여 여기저기서 쌀값이 부풀려진다. 또 국경에서 내륙 도시로, 도시에서 농촌으로 가면서 덧붙여진 가격이 현재 북한의 식량가격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지난해 가을 900원 하던 쌀이 올해 5월에 들어 갑자기 몇 배로 뛰었다는 식의 주장은 일종의 ‘정보 조작’ 또는 ‘사실 왜곡’이 아니면, 정확한 북한 내부 사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 북한 식량은 ‘서민 기준’에 맞춰야=북한 식량난을 언급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다. 식량을 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야지, 간부계층이나 일부 잘먹는 사람들의 기준에 맞추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늘 쌀을 먹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평소 쌀값이 높지 않을 때도 농민이나 서민들은 감자, 옥수수가 주식이었다. 그렇다면 북한의 식량가격 기준을 입쌀 가격을 중심으로 맞추는 것이 옳은지, 서민들의 통상적인 배합인 옥수수 6, 입쌀 4의 비율에 맞추는 것이 합리적인지를 진지하게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5월 27일 현재 ‘데일리엔케이’가 북한 내부의 여러 정보들을 입수하여 종합적으로 파악한 북한의 식량가격은 다음과 같다.

▲ 5월 27일 현재 북한 주요도시 곡물가격(단위/북한 원화) ※’옥수수쌀’은 옥수수 알갱이를 쌀 크기로 잘게 부순 것을 말함

◆ 북, 대량아사 발생은 없다=최근 주요 도시들인 남포, 평성, 순천, 함흥, 혜산, 청진 등의 쌀값은 2,500원 안팎으로 안정되어 가고 있다.

황해북도와 강원도 지역은 식량난이 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5월 첫 주에는 국가적으로 강원도 군인들을 돕기 위한 원호미 지원과 일부 도시들의 전시(戰時) 비축미가 강원도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의 식량가격 폭등에도 불구하고 ‘대량 아사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 내부소식통과 탈북자들은 대부분 “가능성 없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90년대 중반 시기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남한 일각에서 우려하는 ‘6~7월초 대량아사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에서 대량아사가 발생한다면 보릿고개의 최고조인 5월이 가장 많이 죽어나가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대체로 사람들이 도시로 몰린다. 그들이 꽃제비들인 것이다. 만약 지금 북한의 농촌이 ‘고난의 행군’ 시기와 같은 상황이라면 농촌에서 죽는 만큼 도시 역전이나 장마당 근처에도 주인 없는 시신들이 나돌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그런 상황은 아니다.

특히 일부에서 말하는 6월 말~7월 대량 아사설도 북한 사정에는 맞지 않는다. 6월 15일경이면 완두콩 같은 햇곡물이 나오고, 6월 22일부터 함경남북도, 자강도, 평안남북도 지방에서 햇감자와 햇보리를 수확하게 된다. 이때가 되면 식량난이 해소된다까지는 말할 수 없어도 최소한 아사 사태는 지나가는 시기라고 보아야 한다.

북한 주민들이 굶게 되는 이유는 북한당국이 시장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국이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들이 발생하는 데 대비해 시장통제를 완화하고 지역간 식량유통을 허용하는 한편, 아사자가 발생할 경우 해당 기관, 지역 책임자들을 처벌한다는 지시문까지 내렸다고 한다.

농장에서는 일부 식량사정이 시급한 세대(가구)에 농장 간부, 분조장, 세포비서들까지 절량(絶糧)세대를 돕기 위한 식량모금을 벌인다. 또 그나마 식량 여유가 있는 세대들과 노동당 입당 대상자들을 상대로 애국미 지원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

도시 지역들의 경우, 인민반마다 굶는 세대들을 정해 국가에서 지급되는 저축미를 보장받고 있다. 지난 5월 20일경부터 꽃제비들을 중등학원과 애육원(보육원)에 보내기 위한 조치가 취해졌다.

물론 일부 아사자가 발생하는 것은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시에 몇 천명, 몇 만 명씩의 대량아사 사태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북한 내부 소식통 등의 공통된 견해이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