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京올림픽]가까워진 韓中…멀어진 南北

‘산둥(山東)의 닭 울음소리를 인천에서도 들을 수 있다.’

중국식 과장이 섞이기는 했지만 1992년 한중 수교를 전후로 바다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한중 양국의 지리적 인접성을 비유할 때 자주 쓰였던 말이었다.

이번 2008 베이징(北京)올림픽은 양국 사이에 잠재하고 있는 여러 갈등 요소에도 불구하고 이제 두 나라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중국은 이미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했고 50만명이 넘는 한국인이 중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베이징올림픽은 인접국인 한국에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 대회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의 대통령으로서는 사상 처음 국외에서 열린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고 올림픽 기간 한국의 국회도 대표단을 꾸려 중국을 방문했다.

이런 움직임은 한국이 지난 4월 서울 성화봉송에서 빚어진 진통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제스처로 평가됐다.

베이징올림픽은 한국 기업에도 중국시장 진출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올림픽 공식스폰서 자격을 갖고 있는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의 로고가 올림픽 경기장 주변을 장식했고 삼성전자는 중국 선수단 전원에게 올림픽폰을 증정, 중국 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스포츠계 인사를 상대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기회로 올림픽을 적극 활용했다.

베이징의 명동으로 불리는 왕푸징(王府井)거리에 문을 연 롯데백화점은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명품과 화장품 등을 중심으로 올림픽 개막 이후 1일 평균 매출이 20% 증가하기도 했다.

경기 측면에서도 한중 양국은 서로 전통적 강세 종목을 넘보며 치열한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

중국이 한국 여자양궁의 올림픽 개인전 7연패를 저지하자 한국은 역도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따내 중국의 일방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중국은 태권도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종주국인 한국의 아성을 위협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스포츠 지도자들도 양궁과 하키, 핸드볼에서 중국팀을 세계 강국의 반열로 끌어올리는 등 스포츠 한류 태동에서 중요한 일익을 담당했다.

특히 한국인 김창백 감독이 이끄는 중국 여자하키팀은 중국에서 외국인 감독 영입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며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중국에서 귀화한 당예서 선수도 여자탁구 단체전에서 값진 동메달을 따내는데 한몫을 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수면 위로 부상한 중국인의 ‘반한(反韓) 감정’ 논란은 올해로 수교 16년째를 맞은 두 나라의 관계가 급속도로 발전을 거듭해왔지만 여전히 넘어서야 할 벽이 많다는 점을 실감케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인은 한국 방송사의 올림픽 개막식 리허설 사전방송으로 올림픽 개막 전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시작하더니 경기장에서 돌출된 중국인의 반한(反韓) 응원전, 특히 올림픽 야구 한일전에서 중국 관중들이 일본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장면을 당혹감 속에서 지켜봐야 했다.

특히 올해 5월 쓰촨(四川) 대지진 당시 한국 네티즌이 쓴 일부 악성 댓글이 중국 인터넷에 소개되면서 끓어오르기 시작한 중국인의 반한감정은 급기야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언론에서 ‘쑨중산(孫中山)이 한국 혈통’이라고 주장했다는 류의 출처불명의 짝퉁기사가 인터넷에 나돌면서 혐한 현상으로까지 발전, 상당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중국이 올해 잇따라 터진 대규모 자연재해를 극복하고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냄으로써 한국인에게 깊은 인상을 안겨주었고 이는 한국인이 중국에 대해 지닌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 중국이 더 이상 후진국이 아니라는 긴장감과 경계심을 심어주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단기적인 갈등 양상에도 불구하고 상호 이해와 교류를 촉진시키는 계기로 작용함으로써 향후 양국 교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양국관계에 반드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한도 이번 올림픽을 중국과 친선을 다지는 계기로 활용했다. 북한은 전통적 혈맹을 위해 이전까지 한번도 허용하지 않았던 올림픽 평양 성화봉송을 받아들였고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이후 처음으로 166명의 공식 응원단을 중국에 파견,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지지를 과시했다.

남북이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각자 중국과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사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남북관계의 현주소가 이번 올림픽에서 재연되기도 했다.

남북이 2007년 10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올림픽 남북 공동응원단의 경의선 열차 방중은 제대로 된 논의도 한번 해보지 못하고 무산됐고 2000년 이후 올림픽의 주요 이벤트 중 하나로 자리잡았던 남북 공동입장도 없었다.

후진타오 주석이 지난 8일 주최한 외국 정상을 위한 오찬에서도 이 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한 자리에 배치됐지만 간단한 인사 정도로 끝나고 말았고 오찬 과정에서 전혀 대화도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줬다.

다만 한국에서 건너온 400여명의 ‘코리아응원단’이 지난 12일 여자축구 북한 대 독일의 경기에서 단일기를 가지고 북한 응원단과 함께 응원을 펼친 정도가 이번 올림픽에서 남북이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유일한 행사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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