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반갑게 악수를 했지만 시각과 속내는 완전히 다르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김 위원장은 평소 중국과 동맹관계인 자국은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른 반면 미국과 손잡은 한국은 눈부신 성장을 했다면서 중국에 대해 섭섭함을 갖고 있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한 외교 소식통은 5일 “김정일 위원장은 미국의 경우 형제국이 잘 살도록 지원해 주는 반면 중국은 형제국을 거의 굶어 죽기 직전까지 내몰면서 복종을 요구하는 비열한 제국주의 국가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나아가 과거 북한의 도움으로 보릿고개를 넘긴 중국이 북한에 경제적으로 광폭 보답을 하는 것은 당연하며 자위를 위한 북한의 핵무장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후진타오 주석은 평소 당 간부들과 만난 사적인 자리에서 김 위원장을 빗대어 인민을 굶어 죽이는 지도자는 나라를 다스릴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면서 김 위원장의 무능력과 사치성을 거론한다고 소식통들은 전한다.
다른 한 외교 소식통은 “후 주석은 과거와는 달리 갈수록 오만불손한 북한과의 동맹외교를 이제는 재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북한의 핵무기도 절대 포기하도록 강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두 정상의 계산법이 상반되는 것은 자국의 국익을 우선한다는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인 성장배경이나 성향이 틀린 것도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후 주석은 찻잎을 하는 가게 주인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열 살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홀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성격도 다소 내성적이거나 온순했으며 침착한 모범생이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최고 권력자인 김일성 주석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남부러울 것 없는 풍요 속에서 자랐으며 성격도 통이 크고 대담하며 활달하고 다혈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이 1942년생으로 동갑이고 두뇌 회전이 빠르며 권력의 생리를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닮은 꼴도 있지만 서로 ‘동상이몽’하는 관계라는 것이 외교 소식통들의 한결 같은 평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