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개혁개방 30년] 북한에 미친 영향과 전망

이 물음은 덩샤오핑(鄧小平)이 1978년 12월 제11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11기 3중전회)에서 개혁개방 노선을 선언한 이후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시장경제가 존재하며 생산력 발전을 위해서는 시장경제를 적극 받아들일 수 있다는 중국의 실용주의는 초창기 북한으로부터 ‘수정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중국 지도부 역시 1980년 말부터 1990년대 초 동유럽 사회주의권 붕괴에 따라 사회주의 경제권이 사라지자 북한에 개혁개방 노선을 수용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자립적 민족경제라는 구호로 상징되는 ‘우리식사회주의’를 내세우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북한은 1984년 합영법 제정, 1991년 라진-선봉 경제자유무역지대 창설, 1998년 금강산관광 개시, 2002년 신의주특구 선포, 개성공단 착공과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실시, 2007년 10월 남북 두 정상의 해주특구 합의 등 제한적인 범위에서 개혁개방 노선을 수용해왔다.

이런 움직임이 바로 중국의 개혁개방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아울러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1년 1월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지구를 방문해 이른바 ‘천지개벽’이라는 발언을 내놓음으로써 중국 개혁개방의 성과, 다시 말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의 성공을 인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북한은 경제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혁개방을 체제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작년 10월 2∼3일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개방 언급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낸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결국 중국의 성공한 개혁개방은 결국 북한에는 체제유지와 경제발전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느냐는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개혁개방은 실패와 좌절의 역사 = 중국이 개혁개방 노선을 공식 천명한 직후인 1979년 1월 김일성 주석은 신년사에서 “우리나라의 대외관계가 매우 넓어지고 경제의 규모가 비할 바 없이 커진 오늘의 현실은 대외무역을 더욱 발전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언급은 1984년 9월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유도, 수출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한 ‘합영법’의 제정으로 구체화됐다. 하지만 자본주의식 경영을 인정하지 않았던 합영법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이후 총련계 자본을 중점 유치하는 ‘조조(朝朝)합영’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북한은 1991년 12월 동해안의 라진.선봉을 경제자유무역지대로 선포하는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사실상 중국의 선전(深천<土+川>) 경제특구를 모방한 라진.선봉 경제특구는 시장경제 논리에 따른 기업경영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전에 비해 훨씬 진보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을 비롯해서 그리스, 영국, 태국, 홍콩, 네덜란드 등에서 정유공장, 금융, 통신, 인프라 건설 등 분야에 대한 투자의향을 나타냈지만 북한 당국의 과도한 개입과 북핵문제 등 대외환경의 악화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2002년 10월에도 북한은 신의주행정특구법을 선포함으로써 파격적인 개혁개방 실험에 나섰다. 하지만 신의주특구도 중국과 마찰을 빚은 끝에 북한이 행정장관으로 임명했던 양빈(楊斌)을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함으로써 미완의 실험으로 막을 내렸다.

같은 해 7월부터 실시된 7.1 경제관리개선조치는 제도권 테두리 바깥에 사실상 암시장으로 기능을 해왔던 장마당을 합법화하고 기업에 인센티브 제도를 허용하는 등 시장경제적 요소를 대폭 도입해 북한이 점진적으로 시장경제로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북한은 작년 8월 말부터 노동당의 지시로 40대 이하 부녀자들의 장사행위를 금지하고 공산품의 유통을 국영상점으로 일원화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오히려 이런 예상을 뒤엎었다.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흐름을 타고 1998년 금강산관광과 2002년 개성공단 착공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나갔다. 개성공단은 남측의 자본과 기술이 북한의 노동력과 결합한 남북경협 모델이면서 동시에 북한이 시장경제를 학습하는 공식무대로서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개혁개방 전망 = 중국은 지난 30년 개혁개방을 통해 이제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미국의 패권을 위협할 수 있는 강자로서 거듭나는데 성공했다.

중국의 개혁개방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는 일개국가의 특수한 발전모델을 넘어서 공산당 유일영도라는 특징을 갖는 사회주의도 시장경제 요소를 적극 활용해 생산력을 고도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일반적 사회주의 발전법칙으로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최춘흠 통일연구원 박사는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의 눈부신 성공에 힘입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제창한 ‘과학적발전관’을 통해 사회주의 일반이론으로 체계화되는 과정에 있다”고 분석했다.

쉽게 말해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은 중국 지도부 내부의 치열한 이론투쟁을 거쳐 탄생했고 여러 가지 도전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천으로 증명함으로써 역사적 합법칙성이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이 사회주의 일반이론으로 정립된다고 해도 공식적인 영도이론으로 주체사상을 내세우고 있는 북한에는 현실적으로 적용이 힘들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개혁개방을 선포했을 당시 미국과 수교를 통해 외자유치의 걸림돌을 없앴고 화교자본의 전폭적 지원을 받을 수가 있었지만 북한은 미국과 적대관계로 인한 국제적 고립 외에 주체사상으로 상징되는 정치체제의 경직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더불어 실패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중국은 1976년 마오쩌둥(毛澤東) 사망 이후 덩샤오핑 등 개혁파들이 마오쩌둥 사상의 재평가를 통해 개혁개방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만들어낸 반면 아직까지 김일성 주석의 유훈통치를 내세우고 있는 북한에서는 내부적 이론투쟁을 통해 개혁개방을 뒷받침할 정치이념이 탄생할 수 있는 공간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중국의 한 한반도문제 전문가는 “북한의 개혁개방은 결국 김일성 주석으로 상징되는 혁명 1세대의 이념을 극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역시 경제발전에 매달리고 있는 만큼 중국과는 달리 체제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를 최소한 가운데 속도조절을 통해 점진적으로 계획경제의 틀을 깨나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치고 있다.

단적인 예로 김영일 북한 총리가 작년 10월말 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북한이 중국과 더불어 베트남의 경험을 연구함으로써 개혁개방에 따른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박사는 “베트남이 개혁개방의 부작용이 나타나자 잠시 계획경제로 후퇴했다 나중에 도이머이라는 개혁정책을 내세웠던 사례에 비춰보면 북한 역시 체제에 미치는 충격을 우려해 일시적으로 시장경제 도입에 주춤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있지만 결국은 이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