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현지 독자투고] 라면만 먹는 북한 아주머니

▲ 북한의 라면

사업 차 중국에 머물고 계시는 독자분이 데일리NK로 보내주신 편지를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아내가 잘 아는 한국 아주머니가 한 명 있다.

자식이 많은 이 아주머니는 보모 겸 가정부 일을 시키기 위해서 사람을 한 명 고용하게 됐다. 여러 곳에서 찾다가 중국 사람을 찾지 못해 결국 북한에서 돈을 벌기 위해 잠시 국경을 넘은 아주머니를 들이게 됐다.

아주머니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중국 사람이 아름아름으로 소개를 해주었다. 구체적인 것은 모르지만 함북에서 왔고 현재 아이들이 북한에 살고 있는데, 생활비를 벌려고 일단 국경을 넘어오게됐다고 한다.

처음에 이 아주머니는 북한 아주머니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했다. 딱히 나갈 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도 성실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단,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버리지 않는 것만 빼고 말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빵이나 음료수, 과자 등에 곰팡이가 쓸어 버리라고 하면 ‘이런 것을 어떻게 버리느냐’고 하면서 감춰둔다고 한다. 북한 아주머니는 이렇게 방 한쪽에 숨겨둔 음식들을 짬이 날 때마다 먹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조미료를 많이 쓴다는 것이다. 한국 아주머니 입장에서는 건강을 생각해서 조미료를 최소한으로 넣거나 넣지 말라고 말했지만, 조미료를 넣어야 맛이 좋다면서 듬뿍듬뿍 넣었다는 것이다. 조미료를 그렇게 넣고 싶었는가 보다고 이해하려고 해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그 북에서 온 보모 아주머니의 소식을 다시 듣게 됐다. 우연히 만난 한국 아주머니는 그 아주머니를 다시 중국 친척집으로 보냈다고 했다. 이유인즉 원래 위장병을 앓고 있던 이 북한 아주머니가 병이 심해져서 밤마다 거의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고 해서 두 달 동안에 10kg이 빠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걱정도 되고 겁도 나고 해서 그냥 원래 아는 중국 친척집으로 보냈다고 한다.

북에서 온 사람들이야 위장병을 달고 사는 사람들이니까 그렇지만, 왜 그렇게 심해졌을까 하고 다시 물어보았다. 한국 아주머니 말에 따르면 도무지 먹는 것을 조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부터 위장병이 있는 줄 알았기 때문에 이런저런 음식은 먹으면 안되고 조심하시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북한 아주머니는 빵도 곰팡이 쓴 부분만 버린 후에 먹는 것은 기본이고, 가공식품들만 계속 먹었다. 심지어는 야채는 맨날 먹던 것이라고 입에도 안 댔고 밥도 처음에는 좀 먹다가 먹지 않았다. 위가 안 좋을 때는 이런 것 먹으면 안된다고 일부러 다 치우고 된장국 같은 국을 드시라고 말해도, ‘이런 것을 언제 먹어보겠냐’고 하면서 가공식품, 특히 라면만 계속 먹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라면을 다 치우고 사놓지도 않았더니 받은 월급으로 라면을 몽땅 사 먹는 모습을 보고 그냥 포기하고 두었다고 한다. 그렇게 세 달 가까이 지내면 건강한 사람도 탈이 나는데 위장병까지 있는 사람이 몸이 성할 리가 없었다.

물론 이런 경우를 한 두 번 본 것은 아니다. 북에서 막 건너온 어린아이에게 사탕을 몇 봉지 사주면 하룻밤에 다 먹어버리고(세상에 밤새도록 사탕만 먹는다), 어른 한 명이 쌀 10kg을 며칠만에 뚝딱 해치우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북한 사람들을 간혹 만날 때마다 웰빙이니 건강식이니 하는 말들이 얼마나 호사스러운 단어인지 새삼 느껴져 가슴이 뻐근해진다.

한상원/39세, 단둥(丹東)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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