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개혁개방 30년] ⑤북한에 미친 영향

중국의 개혁개방 30년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점은 한반도 문제, 즉 북한과의 관계를 함께 놓고 바라보는 것이다.

이같은 관점은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과 그 결과물이 특수관계인 북한에 미친 영향과 북한이 앞으로 개방 정책을 통해 세계를 향해 닫힌 빗장을 풀 수 있을까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지난 30년간을 돌이켜보면 분명 중국의 개혁개방은 북한으로서는 큰 자극이었고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지만 최근 북한의 행보를 보면 당분간은 체제 유지에 주력하면서 전면적인 개혁개방 노선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오히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나오고 남북관계가 단절되면서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의 시계가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 북한에 미친 영향 =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은 북한과 사상 논쟁을 촉발하는 등의 마찰이 없지는 않았지만 북한에 큰 자극을 줌으로써 조심스러운 개방 행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북한은 중국의 개혁개방 초창기,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시장경제가 존재하며 생산력 발전을 위해 시장경제를 적극 받아들일 수 있다’는 중국의 실용주의를 수정주의라고 비판하면서 공산국가의 변절로까지 받아들였다.

중국 지도부가 1980년 말부터 1990년대 초 동유럽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북한에 개혁개방 노선을 받아들이라고 권했지만 북한은 자립적 민족경제라는 구호로 상징되는 ‘우리식 사회주의’를 내세우며 독자노선을 걸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북한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인정하는 쪽으로 변해갔다.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의 발언과 실제로 취해진 정책 등에서 북한 역시 중국식 시장경제에 대한 큰 호기심을 갖고 일정 부분 수용을 추진했음을 알 수 있다.

1979년 1월 김일성 주석은 신년사에서 “우리나라의 대외관계가 매우 넓어지고 경제의 규모가 비할 바 없이 커진 오늘의 현실은 대외무역을 더욱 발전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은 1984년 수출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합영법’ 제정, 중국의 선전(深천<土+川>) 경제특구를 모델로 한 1991년 12월의 라진·선봉 경제자유무역지대 창설, 1998년 금강산 관광 시작, 2002년 신의주 특구 선포, 개성공단 착공과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실시, 2007년 10월 남북 정상의 해주특구 합의 등 제한적인 범위에서 개혁개방 노선을 수용해왔다.

개혁개방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조차 2001년 1월 상하이(上海) 푸둥(浦東) 지구를 방문, 이른바 ‘천지개벽’이라는 언급을 통해 중국 개혁개방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이같은 점진적인 개혁개방은 대부분 중국의 개혁개방의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일성의 구상에서 출발한 라선 경제자유무역지대는 중국의 선전과 같은 연해특구 전략을 본뜬 것이이었고 후속 개혁조치로 1996년에 실시된 외화바꾼돈표 유통 폐지와 환율 현실화 등도 중국에서 대부분 먼저 시도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조치들은 개혁개방이 체제를 위협할 것이란 북한 지도부의 인식으로 인해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는데다 일정한 지향점이 없는 일시적 방편 즉 과도기적 조치란 점에서 중국의 그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 북한의 개혁 개방 전망 = 그렇다면 앞으로 북한이 중국을 모델로 삼아 더욱 전면적인 개혁개방에 나설 수 있을지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난 10월에만 해도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는 등 북핵 협상에 진전을 보이면서 북한이 궁극적으로는 북미 관계 정상화 등을 통해 개혁개방을 추진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왔었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지고 남북관계가 유례없는 단절 국면으로 접어든데다 최근 끝난 6자회담도 검증의정서 마련에 실패하는 등의 상황은 오히려 시계를 거꾸로 돌려 북한이 빗장을 더욱 세게 걸어잠그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통한 남북간 통행을 이달 들어 차단하고 개성공단의 비상주인력을 철수시키는 등 남북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은 데다 6자회담도 북한의 거부로 검증의정서 채택에 실패하면서 남북관계 경색국면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통치가 어려울 정도는 아니지만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을 잠근 채 체제 유지에 주력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그의 집권 기간에 전면적인 개혁개방으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통일연구원의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일 학술회의에서 정권의 취약함과 위기감을 느끼는 북한이 체제 방어 정책 때문에 핵포기, 인권개선, 개혁개방 등에 대한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러시아 출신의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양학부 교수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국제사회에 압력을 가하기 어렵고, 북한은 핵을 체제 유지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김정일 체제가 유지되는 동안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진 독재 세습체제를 유지하면서 주체사상이란 경직된 정치체제를 고수하는 북한이 중국과 같은 전면적인 개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환경적 배경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6자회담의 결렬에도 과거보다 북미 관계에서 큰 진전을 이뤘고 포스트 김정일 시대가 도래하면 궁극적으로는 개혁개방 추세로 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호주국립대학(ANU)의 리오니드 페트로프 교수는 김정일 통치 이후의 북한에 대해 “김정일과 같은 세대의 군부나 노동당 간부들이 장악하게 된다면 경제침체가 계속되겠지만 후계자가 김정일의 아들 등 젊은 세대에서 나온다면 북한이 시장경제로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며 개혁개방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근 북한 안팎에서 신의주 경제특구 개발설이 다시 대두되는데다 북한이 베트남과 경제교류를 강화하고 대북 지원과 투자에 적극적인 유럽과도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개방 가능성의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한 관건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정상국가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에 있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인다.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하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세계무대로 나오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극심한 경제난 속에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절실한 북한이 시기의 문제는 있겠지만 오바마 정부 들어 미국과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경우 북한의 대외 개방폭은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