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외교정책]‘韓-美·日·中관계 강화’ 성과…北核은 ‘글쎄’

출범 100일, 이명박 정부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목표로 미국·일본·중국과의 관계를 격상시키는데 주력하면서 한편으론 북핵 6자회담 재개를 통한 북핵문제의 해법 마련에도 몰두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 중국을 차례로 방문해 ‘21세기 전략동맹’과 ‘성숙한 동반자 관계의 신시대 개척’,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라는 격상된 외교관계의 지향점을 이끌어냈다.

이른바 ‘노무현과는 반대(ABR, Anything but Roh)’정책을 추진했던 새 정부가 균열된 미∙일∙중과의 관계를 격상 시킨 것은 단기간 최대의 외교적 성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직후 터진 미국산 쇠고기, 일본의 독도 교과서 표기, 중국의 외교결례 논란 등으로 빛이 바랬다.

북핵문제 역시 6자회담 관련국들과 보조를 맞추는데 주력했다. 특히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를 둘러싼 미∙북협상 과정에서 미국과의 튼튼한 공조 체제를 유지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불능화 조치에 따른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 등 상응조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취했다.

아울러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단계별 경제 협력’ 원칙을 고수하면서 ‘민족공조’보다는 ‘국제공조’를 우선시 하겠다는 외교 전략을 유지했다.

◆균열된 한∙미∙일 관계 복원…한-미, 한-중 관계 균형 숙제=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권의 ‘자주외교’에 따른 한미간 균열을 메우는 데 힘을 집중했다. ‘비핵∙개방∙3000’구상의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중국, 일본의 협조를 당부했다.

지난 3월 11일 외교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안보를 튼튼히 하는 외교’의 일환으로 한미관계를 복원하고 ‘미래동맹’ 관계를 정립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21세기에 맞는 ‘전략적 동맹관계’에 합의했다.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정상은 안보에 국한돼 있던 한미동맹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는 동맹으로 발전시키자는 데 합의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7~30일 중국 방문에서 거둔 최대 성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로의 양국 관계 격상이다. 질적인 관계 변화로 정치·경제·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의 전방위적인 교류의 확대가 예상된다.

그러나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의 강화에 따른 갈등요소도 관측돼 정부가 이를 어떻게 조정해 나갈 것인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한·미, 한·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일본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구상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힌 반면, 중국은 부정적 반응을 비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체제(MD)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등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중국은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군사동맹은 지나간 역사의 산물”이라는 중국 외교부 친강 대변인의 발언까지 나와 논란이 됐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 등과 관계를 진전시킨 것은 이명박 정부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한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쟁점이 될 수 있는 PSI나 MD문제에 대한 입장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도 “그동안 원활하지 못했던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복원했고, 중국과의 관계를 ‘전략적’관계로 격상시키는 등의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면서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한중, 한일관계는 한미동맹과 전략적 협력관계로 국익을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미, 한중 관계 정립에 있어 균형 감각이 새 정부의 절대적 과제다. 이 대통령도 지난달 29일 베이징 특파원 간담회에서 “동북아 평화유지를 위해 균형적인 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 모색=정부는 북핵문제를 6자회담 틀 내에서 해결한다는 원칙을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미국, 중국, 일본 등 관련국과 밀접한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는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추고 있다. ‘비핵·개방∙3000’구상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도 미국과의 공조를 확인했다.

일단 정부는 조만간 북한이 핵 신고서를 중국에 제출하면 6자회담이 재개되고 이후 검증 및 폐기 단계의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북핵 폐기단계의 대상을 놓고 미북간 입장차가 드러나 6자회담 재개도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과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6자회담 3단계는 실질적으로 북한의 핵폐기가 이뤄지는 단계로, 불능화된 영변 핵시설은 물론 모든 핵프로그램과 핵무기, 핵물질을 폐기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이를 위해 구(舊)소련 핵무기 폐기 때 미국이 적용했던 ‘넌-루가 프로그램’처럼 북한의 폐연료봉과 핵물질, 핵무기 등을 대가를 지불하고 북한에서 구매하는 방안까지 구상해왔다.

하지만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등을 폐기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향후 논란이 확대될 양상이다. 최근 관측에 따라 북한이 ‘현재 핵’과 ‘미래 핵’만 동결하는 선에서 그친다면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해온 6자회담은 사실상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아직 3단계의 내용에 대해 명확하게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없으나 북한 김정일이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할 의지가 없기 때문에 북핵문제에 대한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북핵 해법에 있어 한·미·일 공조를 분명히 밝히고 있는 이명박 정부도 북한의 입장에 따라 태도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유 교수는 “북한이 성실하게 핵프로그램 신고서를 제출할 경우 당분간 우리 정부는 관련국 등의 상응조치를 촉구하는 등의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검증’과 핵폐기 단계에선 우리 정부의 역할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미국도 8월이면 대선 정국이기 때문에 북핵 폐기 단계에 적극적인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우리 정부도 핵문제 해결을 목표로 제시하기만 했을 뿐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분명치 않은 어정쩡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 노력을 지속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했을 때 북한의 미래를 보장한다는 ‘비핵∙개방∙3000’구상 추진 등 두 가지 방향의 접근을 시도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6자 틀 속에서 북한의 핵신고를 추동해 나가야 한다”면서 “다만, 완전한 신고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신고문제를 마무리하려고 하면 허점이 들어나 핵폐기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핵신고에 우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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