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인민회의 新경제조치 맞춰 법률 개정 나설 듯

북한이 지난 4월에 이어 오는 25일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통상 년 1회 개최해 왔던 최고인민회의를 5개월만에 다시 소집한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는 헌법 수정 및 보충, 부문법 제정 또는 수정·보충할 수 있으며 국가의 인민경제발전계획과 그 실행정형에 관한 보고를 심의하고 승인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김정은의 결정을 헌법상 최고 권력기관을 통해 추인하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지만, 앞서 북한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예결산과 헌법을 개정한 만큼 이번 회의에서는 새로운 중요 안건이 처리될 개연성이 있다.


특히 이번 회의를 통해 김정은 체제의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법안 제·개정, 국방위원회와 내각 등 국가기구의 인사조치가 단행될 가능성이 커보여 주목되고 있다. 


실제 2010년 6월7일 열린 12기 3차 회의는 김정은 체제를 뒷받침하는 인선이 이뤄졌다. 당시 장성택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끌어 올렸고, 평양시당 책임비서인 최영림을 내각 총리에 임명하는 등 내각 성원을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우선 이번 회의 개최(9·25) 시점이 10월1일로 알려진 새로운 경제조치 시행일 직전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김정은이 지난 6월28일 밝힌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 체제 확립에 대하여'(6·28방침)의 시행조치를 공식화하기 위한 성격일 수 있다.


지난 7월부터 새로운 경제조치에 따른 시범사업을 실시해 왔던 것을 전국 전 공장·기업소, 협동농장대상으로 확대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新경제조치 지원 법률개정 가능성=북한은 기업의 자율성을 확대한 7·1조치를 폐지하는 대신 2010년 인민경제계획법안을 개정해 국가의 계획과 통제를 강화시켰다. 당시 개별 기업들이 관리한 봉사소와 판매소가 강제 철거됐다.


새로운 경제조치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민경제계획법안을 수정해 중앙 집중적 계획체계를 상당 부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시장가격에 의한 기업의 수익 관리를 위해서는 가격법과 개인재산보호법 등에서 변화를 줘야 한다.


최고인민회의는 1998년 헌법 개정을 통해 개인의 소유권한 확대를 통해 7·1조치 시행을 위한 토대를 제공했다. 당시 헌법 24조에 규정된 개인소유권 범위를 국가혜택과 노동보수, 텃밭 경작물에서 합법 경리활동을 통해 얻은 수입을 추가했다. 기업과 개인이 상업 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을 법적으로 보장한 조치다.


6·28방침이 지방 중소기업과 공장(4~7급)의 사실상 자율 운영을 허용함에 따라 자본이나 시설 투자 수익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할 상황이다. 북한은 협동조합이 집단 관리 명분으로 토지나 공장 소유를 인정해왔지만 개인 투자 화폐 및 현물재산, 공장기업소 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인정해온 ‘투자 재산 및 수익’을 헌법 개정을 통해 보장할지 관심이다. 


대내외적으로 법률을 공표함으로써 신뢰를 확보하자는 목적도 있다. 북한 주민들은 이번 새로운 경제체제에 대한 기대감은 밑바닥 수준이라는 게 내부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2002년 7.1조치와 2009년 화폐개혁 시행으로 당국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다시피 했던 주민들은 다시 속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최근 뚜렷한 이유 없이 북한 내부 환율과 물가가 40% 가까이 급등한 것도 이를 반영한다.


이런 상태에서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다. 주민 교양을 실시했지만 당국 정책에 대한 신뢰감이 없어 새로운 경제조치의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나 내각 결정을 통해 경제방침을 통보해 왔지만, 이번에도 기존 방식처럼 결정을 통보할 경우 주민들에게 신뢰감을 주기 어려워 최고인민회의를 통한 관련 법률 제·개정을 통해 확고한 신뢰를 주자는 차원이다.


2002년 7.1조치는 내각 결정이었고, 2010년 1월 27일 개정한 나선경제무역지대법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정령으로 발표였다.


◆최영림 총리 교체 등 내각 리모델링 가능성=최고인민회의는 내각 총리를 선거 또는 소환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최영림 총리를 대신해 새로운 경제조치를 이끌 새 인물이 등용될 수도 있다. 리영호 경질을 통해 군의 리모델링을 마무리한 김정은이 최영림 등을 교체해 내각 리모델링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7월 평양양말공장 현지지도 때 김정은 곁에는 경공업부장 박봉주가 있었다. 2010년 화폐교환 실패의 책임을 지고 국가 계획을 앞세운 박남기가 물러나고 실용파인 박 부장이 당시 당 중앙위 제1부부장으로 복권됐다. 올해 7월에는 경공업부장으로 정책 일선에 빠르게 복귀해 최고 지도자의 옆자리에 섰다.


경제문제의 ‘내각 중심’을 밝힌 김정은이 경제개혁을 밀고 가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라인업이 내각에 마련돼야 한다. 박 부장과 함께 2002년 7.1조치와 각종 후속 정책을 입안했던 곽범기는 당 비서에, 로두철·전승훈은 모두 부총리에 기용됐다.


결국 경제 라인업 완성은 총리 교체만 남은 상황이다. 또 현재 최영림 내각 총리는 당과 내각의 요직을 두루 거쳤지만 개혁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김정은은 최근 경제 개혁을 위한 실용주의적 시각을 간부들에게 주문해왔다. 당 간부들이 경제 관료들의 일에 참견해 일을 그르치지 마라는 지시를 내린 김정은이 개혁 성향의 박 부장을 중용해 개혁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특히 최근 당 내부에서 ‘박봉주 부장의 과오는 오해에서 비롯됐으며 충분히 해결됐다’는 재평가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총리 기용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경제 특구 확대 추진 가능성=이번 회의가 장성택이 방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에서 경제특구 확대 조치와 관련한 결정이 추진될 수도 있다. 장성택이 방중 당시 중국 측에 현재 5개 특구에 해주와 남포 등을 추가해 특구를 7곳으로 확대할 계획을 설명했다는 얘기도 흘러 나왔다. 따라서 이에 따른 새로운 법률 등이 나올 수 있다.


대외적으로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는 김정은 체제가 본격적인 경제개혁 추진을 위해서는 중국의 지원이 절실한 상태다. 때문에 중국 지도부와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차원의 조치나 법안 등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