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 수난 뮤지컬 ‘주여, 어디에 계시나이까’

▲탈북여성의 수난을 담은 뮤지컬 ‘Where are toy jesus(주여 어디에 계시나이까)’ /두리하나 제공

하나님을 섬긴다는 이유로 북한에 살 수 없어 중국으로 탈출한 여성. 중국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따뜻한 하나님의 품이 아닌 인신매매와 반복되는 윤간의 쇠사슬. 결국 죽음까지 내몰린 그녀에게 하나님은 어디에 계신 것일까?

탈북 여성의 수난을 다룬 뮤지컬 ‘Where are you Jesus(주여, 어디에 계시나이까)’가 6, 7일 서울 성균관대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작년에 ‘요덕스토리’가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비극을 고발한 작품이라면 이번 뮤지컬은 재중 탈북여성의 인권 유린을 고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웅장한 무대와 배우들의 화려한 춤사위. 비극적인 운명 앞에 내동덩이 쳐진 우리 누이들의 삶의 몸부림. 1시간 이상 진행된 공연은 보는 이들에게 탈북여성들의 비극을 가슴깊이 어루만져줄 것을 호소했다.

총 9막으로 구성돼 70분 동안 진행되는 뮤지컬은 화려한 율동과 안무, 음악, 조명으로 전개됐다. 뮤지컬은 대사 한 마디 없이 진행되는 무언극이다.

연극은 두 주인공 지혜와 은정이 북한 인민예술학교에서 춤사위를 연습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행복한 순간, 지혜는 은정에게 기독교를 상징하는 십자가 목걸이를 건네주려고 시도한다. 그런데 그 순간 다른 무용 단원이 그 십자가 목걸이를 보고, 순식간에 무대는 목숨을 건 탈출의 무대로 바뀐다.

강을 건너 도착한 중국에서 그들은 화려한 조명등 아래 술집에서 일을 시작한다. 빗자루를 들고 행복하게 춤을 추는 두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행복은 오래 가지 못한다.

곧 그들은 왕대인의 첩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거부하면 북송 당할 것이라는 협박까지 받는다.

‘북송’의 위협 속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현실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채찍질, 폭력, 그리고 공개총살까지. 두 주인공은 그 모습에 몸서리를 치고, 결국 은정은 몸을 파는 걸 수락한다.

▲왕대인과 그 주변 폭력배들로부터 강간당하는 모습을 연기한 장면

그러나 지혜는 몸 파는 일을 거부하다가 결국 왕대인과 그 주변 폭력배들로부터 윤간으로 몸을 유린당하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 때 등장하는 유일한 나레이션이 “Where are you, Jesus?”였다.

지혜의 죽음 뒤에 한국까지 무사히 탈출하게 되는 은정은 서울에서 행복한 삶의 모습들을 보지만 퇴폐와 향락 속에 또 다시 방황하게 되고, 결국은 십자가 앞에서 자신의 구원을 찾게 된다.

연극의 크라이막스는 탈북자들이 대사관으로 탈출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들이었다. 무대에서 배우들이 행진하는 가운데 그 뒤 스크린에는 목숨 걸고 대사관으로 탈출하는 수많은 탈북자들의 모습이 주마등같이 스쳐갔다.

탈출에 실패한 탈북자들이 ‘자유 아니면 죽음을’이란 플랫카드를 펼치면서 시위를 전개하는 영상이 나오자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공연을 관람한 한 탈북자는 “옛날 얘기를 보니 가슴이 참 아프다”면서 “지금 가족이 아직도 중국에 있는 현실이기에 정말 슬픔 가운데에서 뮤지컬을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리하나선교회에서 기획한 이번 공연은 이달 말부터 로스앤젤레스를 포함해 미국 5개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가진 뒤 국내에 들어와 전국 순회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올 겨울에는 영국과 일본에서도 공연 계획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