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정부 ‘탈북자 북송’ 공개 발표 왜?

▲지난 2003년 태국을 통해 국내로 입국한 탈북자들 ⓒ연합뉴스

태국 정부가 2일 라오스, 미얀마 접경지대에서 밀입국하다 체포된 탈북자 52명을 북송하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태국 정부는 밀입국한 탈북자들에 대해서 경미하게 처벌한 뒤 추방시켜왔다. 탈북자들 대부분은 추방 형식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이번 52명의 탈북자도 이러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태국 경찰은 “탈북자 모두를 치앙라이 지방법원으로 보내 밀입국죄로 처벌한 뒤 북한으로 추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탈북자에 대해 비교적 온건한 태도를 취해왔던 태국 정부가 ‘북송’ 방침을 공개적으로 천명하자 탈북자들과 지원단체는 다소 긴장한 표정이 엿보인다.

◆52명 탈북자 한국행 유력 = 태국 정부가 아직까지 탈북자들을 강제 북송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현지 사정에 밝은 NGO 활동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태국에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이 주재하고 있고 전통적으로 태국 정부는 인도적인 문제에 관대한 정책을 펴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중시하는 입장도 반영됐다.

국내 탈북지원단체 활동가는 “탈북자들의 밀입국이 급증해 태국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에 국경지역 단속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태국은 1951년 체결된 ‘난민지위에 관한 유엔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탈북자의 난민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태국 국내법에 의거 탈북자들을 불법입국자로 간주하고 6천바트(약 16만원)의 벌금을 물거나 그 벌금액수에 해당하는 요일만큼 구류처분을 받는 등 비교적 경미한 처벌을 받아왔다.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는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태국은 미얀마, 베트남 등의 난민 문제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보여 왔다”면서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이 국제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태국이 북송을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기원 두리하나선교회 목사도 “태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탈북자들을 북송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기 쉽지 않을 것”고 말했다.

◆밀입국 막기 위해 북송 경고 = 태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탈북자들의 밀입국이 급증하자 라오스 및 국경 접경지역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태국이 제3국행을 위한 중간 경유지로 떠오르면서 2005년도에는 경찰에 체포된 탈북자가 50여명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400여명으로 급증했다. 태국 이민국에는 현재 150여명이 수용돼 있으며 한국 등 제 3국행을 기다리고 있다.

태국 정보관계자들은 방콕 시내에서 은신하고 있는 탈북자 숫자가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만여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이들이 계속해서 증가할 경우 이에 따른 범죄 등 사회적 문제를 우려해 국경지역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탈북자들의 밀입국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태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탈북자들을 북송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등지에서 숨어지내고 있는 탈북자들에게 태국으로 밀입국하려다 체포되면 북송된다는 일종의 경고로 볼 수 있다. 그동안 태국 정부는 탈북자들에게 북송될 것이라는 경고를 한 바 있으나 공개적으로 이야기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태국 정부는 태국주재 북한대사관으로부터 ‘탈북자 문제는 자국문제이므로 협조해 달라’는 요청을 꾸준히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정부는 탈북자들이 급증하게 되자 더 이상 북한 대사관의 요구를 묵인할 수 없다고 판단, 공개적으로 북송을 천명한 것으로도 보인다.

천기원 목사는 “그동안 태국 정부가 체포된 탈북자들이 북송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지만 결국 경미한 처벌만 받고 한국 등으로 추방된다”면서 “태국 정부가 밀입국하는 탈북자들이 급증하자 공개적으로 북송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이 태국으로 몰리는 이유 = 태국 정부의 국경 단속이 강화되고 북송을 공개적으로 경고하더라도 탈북자들의 밀입국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태국 북부 치앙라이-라오스-중국 접경지역은 밀림지역으로 국경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없어 탈북자들이 밀입국 루트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국 등지에서 숨어지내는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한국 등 제 3국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을 태국으로 꼽는다. 탈북자들은 태국 이외 몽골 지역으로 탈북하는 경우는 기후조건과 지리 조건상 위험 요소가 더 크다. 몽골지역으로 갈 경우 험한 산악을 넘어야 하지만, 태국 쪽을 택할 경우 따뜻한 기후에서 강을 건너는 것이 덜 위험하다고 한다.

또한 탈북자들은 베트남의 경우 단속이 아주 심하고 미얀마에서는 금품 탈취를 당하거나 폭행을 당하는 등의 위험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90% 이상이 라오스를 경유해 태국으로 밀입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6년초 태국을 통해 국내로 입국한 김철만(가명)씨는 “중국에 은신하고 있는 탈북자들 대부분은 태국으로 가려고 한다”면서 “많은 탈북자들이 태국으로 밀입국해 한국으로 입국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자연히 태국행을 선호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