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이 죽든 내가 죽든 둘 중 하나”

최근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김정일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자유북한군인연합(가칭)> 대표 임천용(42)씨. 그의 눈에서는 섬뜩하리만치 빛이 났다. 마치 무언가 사생결단이라도 낼 듯한 강렬한 눈빛, 입술을 굳게 다문 근엄한 표정이었다.

“김정일과 북한인민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누가 사느냐’ 하는 선택에서 북한인민이 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정일이 살면 인민이 죽고 인민이 살면 김정일이 죽는다.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다. 이것이 <자유북한군인연합> 회원들의 중론이라고 임씨는 말한다.

임천용씨의 ‘반(反)김정일 직투론’

김정일 정권에 대한 임씨의 개인적 감정도 크다. 북한 교도지도국 19여단 2대대 상위 출신으로 1999년 국내에 입국한 임씨는 자신의 남한행이 북한에 알려지면서 가족들이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간 쓰라린 아픔을 안고 있다. 그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원하는 바도 북한체제 변화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김정일이 죽거나 내가 죽거나 둘 중 하나”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의 눈에서 금새 불꽃이 튀어나올 듯 했다.

그는 “북한인권에 대한 목소리에는 한계가 있다”며 “직접적 행동을 하지 않으면 북한체제의 변화는 없다”고 강조했다. 80년대 학생운동권에 반제(反帝) 직투론(直鬪論)’이 있었다면 임씨의 생각은 ‘반(反)김정일 직투론’이라 부를 만하다.

<자유북한군인연합>은 북한에서 특수부대원으로 복무했던 탈북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임씨는 정확한 것은 밝힐 수 없지만 “직접적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들이 활동을 시작한다면 “북한군 내부에서 반김정일 활동을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북한 내부와 벌써 어느 정도 연계가 되어있다고도 암시했다.

임씨는 조만간 기자회견을 연 후 구체적 행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수용소 끌려간 가족 위해 목숨 내놓을 것”

– 그 동안에도 탈북자들의 북한 인권 ∙ 민주화운동 단체는 많았는데.

“탈북자들은 북한의 현실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 그러하기에 북한에 대한 목소리를 더욱 높여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소리나 치는 길거리 캠페인이 아닌 행동을 보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그런 활동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내가 남한으로 온 것을 북한에서 2003년에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가족들이 모두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고 있다. 난 가족들에게 죄를 짓고 있다. 가족들이 원하는 바도 북한 인민들이 자유와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것이라 본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난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 비밀과 보안유지, 엄격한 규율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그런 활동을 할 자신이 있나.

“17살에 북한 특수부대에 들어갔다. 특수부대출신들은 일반부대원들과 질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다. 끈끈한 동지애로 뭉쳐있다. 제반 재정적 문제, 신변위험 등의 문제가 있지만 2년 전부터 꾸준히 키워온 동지적 관점으로 해결할 수 있다.

김정일과 북한인민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누가 사느냐’ 하는 선택에서 북한인민이 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의 체제는 이미 실패한 체제다. 내부상황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우리가 나서서 체제를 바꿔야 한다.”

– ‘체제를 바꾼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북한은 기로에 서있다. 김정일이 아무리 ‘선군(先軍)’을 외치고 있지만 군내부의 기강이 해이해졌고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져가고 있다. 내가 북한을 탈출하기 전부터 이러한 현상이 있었는데 지금은 더욱 더 심화되고 있다.”

북한군을 통한 체제변환을 시도하는 것인가.

“우리는 군 출신들이다. 나만 하더라도 교도지도국 상위출신이다. 밝힐 수는 없지만 나보다 더 높은 계급출신의 탈북자도 함께 결의하고 있다. 여전히 북한내부의 특수부대원들에게 우리의 영향이 끼친다고 확신한다. 구체적 활동은 말할 수 없음을 이해해달라.

군 출신들은 북한체제 붕괴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특히 지난 90년대 후반의 대량아사와 인권유린, 정치범수용소 등의 현실을 겪거나 또는 알고 있다. 실례로 96년 여름 북한 자강도 전천군 학무노동자구(미사일발사대 공장)에서 영아를 유괴한 후 그 인육을 먹었던 사건은 우리 부대 옆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이처럼 북한체제는 사람을 짐승으로 만들고 있다.”

“제2, 제3의 ‘임천용’이 준비되어있다”

– 현실이 끔찍하다고 저절로 그에 맞선 행동이 표출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북한은 현재 점진적으로 붕괴과정에 있다고 본다. 우리는 민족, 통일의 거시적인 문제에서뿐만 아니라 북에 두고 온 가족, 군대의 친구들을 위해 힘을 쓸 것이다.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다.

김정일이 죽거나 내가 죽거나 둘 중 하나다. 내가 죽더라도 제2, 제3의 ‘임천용’이 준비되어있다. 나는 동지들을 믿는다. 여전히 북한에 있는 그들과의 연계는 가능하다고 본다. 그들과의 동시적 행동이 주로 이루어 질 것이다.”

– 6자회담이나 인권, 마약, 위폐제조 문제 등을 통한 국제사회의 대북압박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게는 해결될 수 없다. 북한의 문제는 국제사회가 겉도는 형식으로 접근해서는 국제사회의 이권분쟁으로 변질될 것이다. 북한문제는 내부적인 움직임 없이는 해결될 수가 없다.”

– 언론에 단체결성 소식이 알려진 후 사람들의 반응은?

“많은 사람들의 격려를 받았다. 국민들의 지지와 국제사회의 성원이 있어야 더욱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나와 <자유북한군인연합>은 북한체제를 변화시켜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다. 우리 때문에 죽어간 수많은 가족과 동료들에게 빚을 갚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후대들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빚을 갚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겠다.”

– 남한에는 북한 체제에 동정적이거나 동경하는 청년들도 적지 않은데.

“감정이나 현상적인 부분으로 북한을 봐서는 안 된다. 김정일의 전술 전략에 쉽게 동화되는 것이 안타깝다. 기회가 된다면 북한현실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청년들을) 만나보고 싶다.”

– 일반적인 남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대통령이 착각하면 기둥뿌리가 흔들리고 국민이 착각하면 둥지가 없어진다. 남한사람들은 북한체제와 김정일의 전술 전략에 대해 명확히 말아야 한다. 김정일은 자신의 부와 권력을 위해 인민을 볼모로 잡고 있다. 지금 북한은 김정일 한 사람이 사는가, 2천3백만 인민이 사는가 하는 기로에 서있다. 남한 사람들은 이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절대 김정일 체제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