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배턴 터치’한 김영철…깜짝 카드 들고 올까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알려왔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깜짝 카드를 들고 온 김여정에 이어, 김영철은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된다.

앞서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을 진전시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북한의 제안을 수용했고, 청와대 측은 “문재인 대통령은 자연스러운 기회에 북측 고위급 대표단을 만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평창올림픽 폐막행사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철이 만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김영철이 전하게 될 김정은의 메시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북한 김정은의 특명을 받고 방남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만나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연합

①문 대통령 방북 재요청

북한이 통일전선부의 수장을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파견하려는 배경이 무엇일까. 통일전선부는 북한의 대남사업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노동당의 핵심부서로, 남북회담·대화·교류 및 통일전선전략 수립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김정은이 앞서 방남하고 돌아온 고위급 대표단을 만난 뒤 각급 기관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실무적 대책을 세울 것을 직접 지시한 만큼, 그 후속조치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대남총책이자 핵심 실세인 김영철을 파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단 김영철이 문 대통령의 방북을 재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북한 입장에서는 김정은의 방북 초청을 환기함으로써 재차 우리 정부에 공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23일 데일리NK에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남하면 청와대를 예방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평양 초청 의사를 다시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②이산가족 상봉

특히 북한이  대남사업을 담당하는 기구의 책임자들로 이번 고위급 대표단을 구성했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남북관계 개선에 주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김영철이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북한의 전향적 입장을 깜짝 카드로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9일 남북 고위급회담 당시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를 북측에 제안했지만, 공동보도문에는 담기지 않았다. 북측은 그동안 집단탈북 여종업원들의 송환을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어 왔는데, 당시 회담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9일 오전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공동보도문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연합

우리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제안에 줄곧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북한이지만,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간 평화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차원에서 이전과는 다른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지금 남북관계에 올인(All-in)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현 상황을 한층 발전시켜가겠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하기 위해 대남라인을 내려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측면에서 대북제재 논란이 없고 인도적이며 남북관계를 위해 통 크게 양보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③남북교류 활성화 및 군사회담

한편에서는 김정은이 앞선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결과를 들은 뒤 남북관계 개선 발전방향을 제시했다는 북한매체의 보도에 미뤄, 김영철이 남북회담의 정례화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남북 간 교류·협력 활성화와 관련한 문제들을 거론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밖에 일각에서는 김영철이 군 출신의 대남 강경파라는 점을 감안할 때 남북 합의 사항인 군사당국회담 개최와 관련한 구체적 입장을 전달하고, 패럴림픽 이후 재개될 것으로 알려진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다만 정 실장은 “(북한 대표단이)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가하기 위해 방남하는 만큼 한미훈련과 관련해 우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며, 우리도 이번에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 북측과 논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 선임연구위원도 “군사회담에서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과 비핵화 의제가 동시에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북 양쪽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군사회담 관련 논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