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일방 취소’ 불발된 북미대화…성사되면 문제 풀릴까

평창올림픽 개회식을 계기로 북미대화가 성사될 뻔 했다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는 북한과 미국이 강경 대치 속에서도 대화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또, 우리 정부가 평창올림픽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계기로 북한과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해 물밑에서 많은 노력을 했음을 인식하는 계기도 됐다.

하지만, 북미대화가 직전에 무산된 것은 현 시점에서의 북미대화 한계를 또한 명백히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북한이 북미대화 2시간 전에 만남을 취소하게 된 과정에서 북미 간의 간극이 명확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北, 미국 만나도 실익 없다고 판단한 듯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일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서울에서의 북미대화를 승인했고, 북한은 이후 김영남과 김여정을 고위급대표단으로 남한에 파견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에서의 북미 간 만남을 위해 미국 부통령과 북한 최고지도자의 여동생이라는 고위급 대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번 대화를 협상이 아닌 ‘미국의 강력한 비핵화 의지를 전달하는 계기’로 활용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때문에 펜스 미 부통령은 한국 방문 길에 나서면서도, 또 한국에 와서도 북한에 대한 강력한 압박 의지를 감추지 않았고, 탈북자들을 만나고 천안함을 찾는 등 대북 압박 행보를 이어갔다.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치로 미국과 협상을 해보려 했던 북한에게 펜스의 이런 행보는 북미대화 자체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미국과 만나더라도 핵을 포기할 의사는 전혀 없는데, 펜스 부통령이 북한에게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강한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통보하는 자리라면 굳이 그 자리에 나갈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다.

평창올림픽 개회식 날 사전 리셉션에서 펜스가 5분 만에 자리를 나가면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회 상임위원장과 악수도 하지 않는 모습을 지켜 본 북한은 결국 북미대화 취소를 결정했다. 미국과의 만남에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북미, 핵 문제 둘러싸고 접점 못 찾아
 
어렵게 고안된 북미대화가 결국 취소된 것은 핵개발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 북한과 핵개발을 용인할 수 없다는 미국 간에 접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의 대화가 고안되는 과정은 어렵고 복잡했으나, ‘핵’을 둘러싼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미대화는 성사되기도 어려웠고 또 성사됐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물론, 앞으로 북미대화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전술적 차원에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잠정유예’나 ‘핵동결’까지는 협상 카드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지금 ‘탐색적 대화’라도 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이런 정도의 카드만 나와도 북미대화는 일정 기간 동안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개발 의지를 꺾지 않는 한, 또 미국이 본토를 타격할 북한 핵능력을 용인할 수 없다는 의지를 거두지 않는 한, 협상의 한계는 명확하다. 북한의 핵능력을 지금 정도로 동결시키는 수준에서 타협을 모색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되면 적어도 우리는 북한의 핵위협 속에 살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 수준으로도 남한이 북한 핵무기의 타격권에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북미대화가 한반도 긴장을 푸는 데 주요한 수단인 것은 틀림없지만, 북미대화가 시작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풀리지는 않는다. 북미대화를 위한 노력도 계속해야 하지만, 북미대화가 잘 안될 경우에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