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수들, 자연스러운 행동도 철저한 사상 교육의 결과”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어느새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대회 시작 전부터 지금까지 북한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고위급 대표단 등 북측 대표단은 국내 언론의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언론의 취재 열기에도 불구하고, 가장 취재가 어려운 것이 또 북측 대표단에 관한 부분이다.

북한 선수들이나 응원단은 공식적인 행사나 활동에만 참가하고 그 외의 활동은 철저하게 가려져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선수단이 한국에 파견됐던 과거 다른 대회에서의 모습보다 표정이나 행동에서 자유롭게 보인다는 분석이다.      
   
한국에 도착했을 때만해도 무표정한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았던 북한 선수들은 올림픽 일정이 진행되자 얼굴에 미소를 띠고 취재진을 향해 손인사를 하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짧게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 선수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장난을 치는 장면도 포착됐다. 북한 피겨 페어 김주식 선수는 지난 8일 한국의 이강복, 이미현, 장유진 선수와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으며 한국의 피겨 감강찬 선수와 셀카를 찍은 사진이 SNS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북한 선수들이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맥도널드를 이용하는 장면도 보였다. 지난 6일 북한 쇼트트랙팀이 강릉선수촌 내 식당에서 숙소로 이동하면서 맥도널드 포장 팩을 들고 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것. 그 외에 다른 북한 선수들도 맥도널드에서 음료를 마시는 모습이 목격됐다.



지난 6일 북한 쇼트트랙 대표팀이 강릉선수촌 내식당에서 숙소로 이동하는 모습. 사진 맨 왼쪽 정광범 선수가 맥도널드 종이 봉투를 들고 가고 있다. / 사진=연합

또 선수촌에 마련된 무료 자판기에서 콜라와 사이다를 뽑는 북한 선수의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릉선수촌 내 자판기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음료를 뽑고있는 북한 관계자의 모습/ 사진=연합

북한 국가대표 선수 출신 탈북자 이지영(가명) 씨는 이 같은 북한 선수들의 모습에 대해 “북한에서 국가대표 운동 선수들은 다른 일반 주민들보다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편”이라며 “햄버거나 콜라 같은 음료는 평양에도 패스트푸드 음식점이 생겼기 때문에도 많이 접해본 음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의 시각에는 북한 선수들이 자본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고 콜라를 마시는 것이 의외라고 생각되겠지만 북한 선수들에게 그리 낯선 음식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볼 때 과거 김정일 시대에 비해 김정은 체제 들어서 선수들의 대외적인 모습들이 자연스러워 진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씨는 “북한 선수들의 자연스로운 행동들은 한국 선수들과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취재진의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각 상황에 대한 행동 수칙을 미리 교육받고 온 결과이지 선수 각자가 개인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 사람들의 눈에는 조금 어색하게 보이는 장면들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 8일 북한 선수단 입촌식에서 취주악단의 음악에 맞춰 강강술래를 하며 흥겨운 모습을 보이던 선수들이 인공기가 게양되자 눈물을 글썽였다.



지난 8일 북한 선수단 입촌식에서 인공기가 게양되자 북한 선수들이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사진=연합

북한 선수단의 원길우 단장은 지난 6일 선수촌 미디어 개방행사에서 자원봉사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인사하다 ‘고정은’이라는 이름의 봉사자를 만나자 수 초간 아무말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길우가 “차마 (정은이라는) 이름을 부르지 못하겠다”고 말해 다같이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북한 선수단의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어색해 보이기도 하는 행동들에 대해 이 씨는 “첫째는 북한 선수단의 대외적인 행동들은 철저한 사상 교육을 통해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집단주의적이고 유일영도체제적인 북한 사회 특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한과 북한의 사회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어색한 것이지 북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행동들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