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참가에 대한 북한 당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지난 15일과 17일 남과 북은 평창올림픽 관련 실무회의를 연달아 가졌습니다. 특히 17일에 있었던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에서는 구체적인 내용들이 합의되어 남북 왕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북한 언론에서는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의 내용을 선별적으로 보도하여 그 의도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번 합의에서 남과 북은 한국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동시 입장하고,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또한 북측은 응원단 230여 명을 포함하여 예술단, 응원단 등 500여 명이 넘는 대표단을 한국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남측은 북측 대표단의 안전과 편의를 보장하기로 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북한 선수단의 체류 비용을 부담하고 그 밖에 북한이 파견하는 고위급 대표단과 태권도 시범단, 응원단, 기자단, 예술단의 체류비는 그간의 관행대로 한국 정부가 부담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한국이 차려 놓은 밥상에 북한 당국은 숟가락만 들고 오는 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주민들에게 알려지고 있는 내용은 사뭇 다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18일 오전 남북 차관급 실무회의 내용을 신속히 전하면서 마치 한국과 함께 북한이 동계올림픽을 공동 주최하는 것처럼 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북남 고위급회담 합의에 따라 우리 측의 제23차 겨울철 올림픽경기대회 및 겨울철 장애자 올림픽경기대회 참가를 위한 북남 실무회담이 1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진행되었다”면서 “회담에서 쌍방은 이번 겨울철 올림픽경기대회를 성과적으로 개최하는 데서 나서는 실무적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진지하게 협의하고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같은 보도 내용만 볼 때 우리는 마치 남과 북이 평창올림픽을 공동주최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할 소지가 상당합니다.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북한 언론들은 ‘평창’ 올림픽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9일 남북 고위급회담의 결과를 보도하면서도 동계올림픽이 ‘평창’에서 열린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회담에서 ‘쌍방이 이번 겨울철 올림픽경기대회를 성과적으로 개최하는 데서 나서는 실무적 문제들을 협의했다’는 내용도 실체적 진실을 모른 사람들이 볼 때에는 남북한이 동계올림픽을 공동 주최하는 것으로 착각할 소지가 많은 문구입니다. 뿐만 아니라 <조선중앙통신>은 남북이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기로 한 것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한 내용은 전하지 않고 마식령 스키장에서 공동훈련을 할 것이라는 내용과 금강산에서 남북합동문화행사를 개최한다는 소식은 선별적으로 공개했습니다. 한편, 조총련 즉,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규모 응원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하는데, 규모는 약 250명 선으로, 북한이 파견하는 응원단 230여 명보다 더 많은 규모입니다.

북한 응원단과 조총련 응원단이 어우러져 경기장에서 ‘인공기’를 휘두르며 ‘민족화합’을 외쳐댄다면, 그것은 남북화해를 강조하는 게 아니라 한국 땅에서 김일성 일가를 선전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민족 공조’ ‘우리 민족끼리’ 같은 구호를 강조할 때 민족의 의미를 ‘김일성 민족’으로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도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을 ‘민족의 경사’라고 했는데, 이번 한국에서 치러지는 동계올림픽을 자신들의 축제로 만들려는 의도는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과거에는 파견 선수단 수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선수단보다 예술단과 응원단의 규모가 월등히 커서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의 의도가 한국이 어렵게 개최에 성공한 평창올림픽을 자신들의 축제로 만들고 김 씨 일가의 찬양과 선전의 장으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또한 핵과 미사일의 완결성을 담보하기 위해 시간벌기 차원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전술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게 아니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북한 당국이 현재의 군사적 호전성을 포기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진솔한 태도로 임하는 것입니다. 7천 5백만 한민족의 미래를 위해 이번에는 북한 당국이 진정한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