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북한 김정은 ‘치적’ 홍보 무대로 전락?



▲남북은 17일 열린 차관급 실무회담을 통해 마식령 스키장에서 남북 스키 선수들의 공동훈련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은 지난 2013년 북한 김정은이 완공된 마식령 스키장에서 리프트를 타고 시찰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남북은 17일 열린 차관급 실무회담을 통해 북한 강원도 마식령 스키장에서 남북 스키 선수들의 공동훈련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마식령 스키장은 북한이 김정은의 대표적인 치적물로 내세우는 시설이라는 점에서 자칫 평창올림픽이 김정은의 치적을 선전하는 데 활용되는 홍보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마식령 스키장은 김정은 집권 초기인 지난 2013년 초 공사를 개시해 그해 말 완공됐다. 마식령 스키장 건설 과정에서 수해 등 자연재해와 장비 수입 문제가 발생해 완공이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북한은 ‘마식령 속도’를 내세우며 조기 완공을 독려했다.

실제 김정은도 건설 현장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마식령 스키장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고, 공사에 박차를 가할 것을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결국 북한은 당초 계획대로 스키장 건설을 완료한 뒤 매체를 통해 개장식을 대대적으로 보도·선전했다. 당시 보도를 통해 김정은이 개장식 전날 현장을 방문, 리프트를 직접 타고 있는 모습이 공개된 바 있다.

북한은 마식령 스키장 건설에 ‘주민들을 위한 여가시설 확충’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실상은 스키장을 중심으로 한 관광사업을 통해 새로운 외화벌이 창구를 개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이 인민생활향상과 후대사랑이라고 선전하면서 건설한 각종 유희시설은 일반 북한 주민들을 겨냥한 것이 아닌 중국·러시아 등 외국인을 겨냥한 시설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소식통은 앞서 데일리NK에 “북한은 일반 주민들도 유희시설을 모두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고 전한 바 있다. 일반 북한 주민들은 생계활동과 각종 동원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고위간부나 평양주민 등 일부 특권계층들만이 이러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고 인식한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 가운데 이번 실무회담에서 합의된 마식령 스키장에서의 남북 스키선수 공동훈련은 우리 정부가 제안하고 북측이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우리 측이 전날 북측에 마식령 스키장에서의 공동훈련을 제안한 배경과 관련, “평화올림픽 구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평화올림픽 구상이라는 것은 작년 새정부 출범 이전부터 됐고 출범 후 한반도 평화를 우선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해왔다”며 “현재 평창올림픽이 임박한 시점에서 남북이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안들을 의견교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북한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마식령 스키장에서 경기대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4월 최문순 강원지사와 만나 ▲북한 선수단 참가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협의 ▲금강산 육로를 통한 북한 선수단 참가 ▲북한 동계스포츠 인프라 활용 방안 협의 ▲북한 응원단의 속초항 입항 ▲금강산 온정각 일대에서 올림픽 전야제 개최 등 이른바 ‘평창 평화올림픽 5대 구상’을 논의했다. 이후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평화올림픽 8대 구상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마식령 스키장 공동훈련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참여하지 않아 평창올림픽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점, 그리고 스키장 이용료 등 북측에 경비를 지불할 경우에는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번 합의로 평창올림픽이 북한 마식령 스키장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지적에 통일부 당국자는 “평화올림픽 구현과 남북관계 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합의가 나온 것으로 이해해달라”며 “행사 일정과 내용 등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제재 위반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마식령 스키장에서 한국 선수들이 훈련하면 북한의 제재 회피를 눈감아 준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그런 내용도 충분히 감안해 관련 결정이 내려지는 것”이라며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대북제재 위반 등의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분명하고 확고한 기본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정영태 북한연구소 소장은 “남북이 합의한 마식령 스키장 공동훈련이나 금강산 공동행사가 닫혀있던 북한의 문을 연다는 측면에서 나름대로 의미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고 이에 대한 안보적 대응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행보는 조금 성급한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