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2500만 北주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미국정부가 북한 당국에 대해 최후통첩에 가까운 파격적인 제안을 했습니다. 지난 12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북한 당국과의 첫 만남을 갖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인데요, 백악관에서는 여전히 지금은 북한 당국과 대화할 시점이 아니라고 하고 있지만, 대화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의 반응과 2천 5백만 북한 주민들의 운명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 당국에 대한 대화제의가 최후의 양보 카드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면서도 대화가 실패할 경우 군사행동이 뒤따를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인데요, 이와 관련해서는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도 “바로 지금이 북한과 무력 충돌을 피할 마지막 기회이자 최고의 기회”라면서 틸러슨 장관의 제안을 뒷받침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미국은 북한 당국에 최후의 대화 기회를 제안했지만 이 같은 외교적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면 군사 옵션을 실행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인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반응은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 당국은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 제의에 대해 여전히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는 것입니다. 미국이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것은 일단 북한 당국과 마주 앉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기 위함이 아닙니다. 북한의 비핵화가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에 그럴 일은 전혀 없을 것입니다.

또한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북한 당국이 미국을 주적으로 상정하고 대미 적대시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반세기가 넘도록 미-북 간의 갈등구도가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면 미-북 관계는 자연스럽게 개선되고 국교정상화도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요구를 조건으로 내걸면서 미국과의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내부 결속과 김정은의 권력강화를 의도하고 있습니다. 미-북 관계의 전격적 변화가 가능할지의 여부는 14일부터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안보협력이사회(CSCAP)에서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북한 당국은 미국과의 대화를 저울질할 때가 아닙니다. 본격적인 겨울철이 시작되고 매서운 한파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데 주민들의 주거상태와 식량난은 열악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북한을 식량부족국가로 재지정했는데요, 이 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쌀 등 주요 작물 수확량이 지난해에 비해 감소해 주민 대부분이 식량 부족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외부 지원이나 수입으로 충당해야 할 식량 부족량이 45만 8천t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테러지원국뿐 아니라 식량부족국가로까지 재지정되면서 북한의 국제적 위상은 추락할대로 추락했고, 국제사회에서는 북한 주민들이 추운 겨울철을 어떻게 견뎌낼지를 심히 걱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라도 북한 당국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대화로 신속히 복귀해야 할 것입니다.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핵무기폐기국제운동의 베아트리스 판 사무총장이 지적했듯이, 북한 당국은 자존심 싸움에서 비롯된 핵 위협을 중단하고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 제의에 응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만이 2천 5백만 북한 주민들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