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선박·中기업 등 무더기 제재…‘최대의 압박’ 박차

미국 정부가 21일(현지시간) 중국인과 중국 기업, 북한 선박 등에 대한 무더기 대북 제재를 추가로 단행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년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또 한 번 고강도 대북압박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미 재무부는 이날 북한의 불법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개인 1명과 기관 13곳, 선박 20척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9월 26일 북한 은행 10곳과 북한인 26명에 대해 무더기 제재를 가한 지 약 두 달 만에 추가로 이뤄진 제재다.

이번 제재에는 중국인 쑨쓰둥 단둥 둥위안 실업 대표와 이 회사를 비롯한 중국 무역회사 4곳이 포함됐다.

북한 쪽에서는 해사감독국과 육해운성 등 정부 기관과 릉라도선박, 릉라도 룡악무역 등 무역회사 및 선박·운송회사, 노동인력 송출회사(남남 협조회사) 등 9곳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특히 선박이 제재 대상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트럼프 정부는 지난 1월 출범 이후 지금까지 총 6차례에 걸쳐 46개 기관과 개인 49명, 선박 20척을 대북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번 제재 대상들 역시 미국의 대북 제재 행정명령 13810호 및 13722호의 적용을 받아 미국 내 자산 및 자산 이익이 전면 동결되며, 미국인들과의 거래 행위도 전면 금지된다. 여기서 창출된 수익이 결국 북한 정권으로 유입돼 핵·미사일 개발 및 통치자금으로 전용됐다고 미 재무부는 보고 있다.

미 재무부는 성명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탄도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불법적 돈줄을 봉쇄하기 위해 다자간 또는 독자적 조치를 계속 취해왔다”면서 “이번 제재는 북한의 수익창출에 도움이 되는 교통·운송 네트워크뿐 아니라 북한과 오랫동안 거래해온 제3국인까지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북한이 국제적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북한을 외부와의 무역 및 수익으로부터 고립시키기 위한 경제적 압박을 최대화하겠다는 우리의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제재대상에는 누계 기준으로 북한과 수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해온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고 밝히면서 다음날 미 재무부가 ‘최고 수준’의 대북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지 하루 만에 고강도 제재를 단행한 것은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 기조에 따라 북한을 완전히 고립시켜 비핵화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인과 중국 기업을 제재 대상에 포함한 것은 가장 유력한 북한으로의 자금 유입 루트를 원천 봉쇄하는 동시에, 북한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을 압박하려는 뜻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제재에 중국 금융기관은 대상에서 누락됐다는 점에서 ‘세컨더리 보이콧’ 성격의 조치는 포함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지난 한 달 반 사이 유엔 차원의 제재와 별개로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 작전’에 동참한 국가가 약 20개국에 달한다고 밝혔다.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적어도 전 세계 약 20개국이 최대의 압박 작전에 관한 것들을 해줬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결의나 제재와는 별도로 우리가 개별적으로 접촉한 나라들로, 북한 노동인력 진출 규모 축소 내지 추방, 대사관 축소 등을 해당국들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실제 멕시코와 페루, 쿠웨이트, 스페인, 이탈리아 등 5개 국가가 자국 내 북한 대사를 추방했고, 지난달에는 포르투갈이 모든 대북 관계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최근에는 수단이 아프리카 국가로는 처음으로 대북 교역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아울러 노어트 대변인은 이날 미 재무부가 발표한 대북 독자제재에 중국 기업들이 포함되면서 미중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어떤 것도 위태롭게 하지 않는다”면서 “중국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으며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