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北 고아원생들, 소똥에 섞인 옥수수 씻어 먹어”

아동은 오랫동안 보호의 대상으로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다 1989년 유엔은 아동을 단순한 보호 대상에서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는, 아동권리협약을 채택합니다. 1990년 북한은 곧바로 아동협약을 비준하고 발효합니다. 국내법으로 아동권리보장법을 두고 있는, 어린이들의 지상 낙원이라고 하는 북한입니다. 어린이를 사랑한다는 김정은 정권의 아이들은 과연 마땅한 보호와 권리를 누리고 있는지 북한 아동의 인권실태를 알아보겠습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으로 북한의 고아원 실태에 대해서 알아보겠는데요. 고아원 실태에 대해서 증언해주실 이위력씨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시간에 저희가 고아원 실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걸 어떻게 먹는지 얘기 나눠봤습 니다. 오늘은 그 외에 입는 문제라든지, 그때 못했던 고아원 실상에 대해서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지난 시간에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이 유엔에서 먹을 게 들어왔는데도 오히려 죽는 아이들이 있었다고 했어요. 그렇게 힘들 때가 90년대 후반인가요?

네, 90년대 후반이요
 
– 사실 그 시기야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었지만, 고아원에서는 특히 더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군요. 또 궁금했던 게 고아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먹지도 못했다면 병에도 취약했을 것 같아요. 어떤 질병에 시달렸는지 궁금합니다.
 
그냥 고아원에서 병 걸리면 죽어야 해요. 제일 심각하게 생각하는 병이 결핵이예요. 결핵에 걸리면 답이 없다고 말해요. 한국에 오니까 결핵이 고칠 수 있는 병이라고 했던 게 신기했어요. 그리고 집단생활을 하는 시설이다 보니 전염병에 한번 걸리면 다 걸려요. 먹는 것도 준비가 안 되는 곳에서 위생이 지켜질 리가 없어요. 만약 저보고 타임머신 타고 그때 그 고아원에 가서 생활을 (다시) 하라고 하면 10분을 못 버틸 거 같아요. 냄새가 나서요. 위생상태가 정말 열악해요. 여름이든 겨울이든 옷 한 벌 가지고 버티는 거예요.
 
– 옷을 세탁을 하거나 그러진 않나요?
 
죽은 애들 옷을 벗겨서 입기도 하는데, 고아원 선생님들이 옷을 빨아서 줘요. 그런데 어린애들 경우에는 안 갈아입혀요. 갈아입히면 새 옷에도 이가 너무 껴서, 어떤 애들은 배고프다고 이를 먹는 애들도 있어요. 이 말은 하기 싫은데, 그거 딱 먹게 되면 피가 탁탁 터지거든요. 왜 먹냐고 물어보면 “내 피니까”라며, 벌레가 내 피를 먹었으니까 아까워서 먹는다고 해요. 심지어 소가 옥수수를 먹고 소화가 안돼서 설사에 옥수수가 나오면 그걸 다시 씻어서 먹기도 했어요. 그런 상황이니 위생이 지켜지지 않았어요.
 
– 아까 결핵이 가장 무섭다고 했는데, 또 어떤 병들이 있었나요?
 
결핵은 제일 위험한 병이에요, 바로 죽는 병. 제일 힘들었던 병은 옴이었어요. 한국에도 옴이란 병이 있나요? 옴에 걸리면 손가락부터 가렵기 시작하면서 구석구석이 다 가려워요. (고아원에서) 한명이 걸리면 한 달 안에 전교생이 다 걸려요. 문제는 치료하는 방법이 가관이에요. 옴이 보통 겨울에 많이 걸리거든요, 옷을 껴입다보니까. 치료는 유황을 가지고 해요. (옷을) 다 벗고 모닥불을 피우고 유황을 넣으면 연기가 독하게 나요. 그 연기를 몸으로 쬐는 거예요. 그럼 몸에 있는 병균이 죽는다고 생각해요. 진짜 효과가 있었고요. 그런데 고등학교 형, 누나들은 벌거벗고 해야 하니 부끄럽잖아요. 그래서 각자하라 하고 저학년들은 학교 마당 가운데 모아두고 모닥불을 피워요. 몇 바구니의 유황을 쏟아 넣고 봉지를 씌워요. 그리고 금을 그어 놓고 그 안에서 애들보고 나오지 말라고 해요. 나오게 되면 선생님들이 몽둥이로 때렸어요.
 
– 그 안에 있으면 뜨겁기도 했겠어요.

네, 뜨거워서 몸이 다 데는 거예요. 결국 옴균을 죽여야 하니까 고통을 견디는 거예요. 그래서 화상은 기본이에요. 저도 그때 그걸 참았던 이유가 가려웠던 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이렇게 해야지 낫는다는 생각으로 견뎠던 거 같아요.
 
– 그런 뜨거운 불안에서, (밖에서는) 선생님들이 몽둥이 들고 기다리고 있고, 그래서 맵고 뜨거울 텐데 그걸 견디는군요.
 
더 심한 애들은 옴으로도 죽어요. 고통스러워요, 진짜.
 
– 고아원에서도 이렇다 할 대책이 없어 많은 애들이 질병에 노출됐었군요. 그러다 죽기도 하고요. 영양실조 같은 경우는 고난의 행군시기에는 흔했겠네요.

(당시) 영양실조는 병도 아니고, 자연현상이에요.
 
– 감기 같은 건 어떤가요?

감기 많이 걸려요. 전염되는 감기도 있잖아요. 학교 선생님들까지 기침하고 그런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다른 옴이라든가 이런 게 너무 심해서 감기 같은 건 잘 기억이 안나요. 한국에 와서야 감기라는 게 새겨진 거 같아요. 북한에는 감기보다 더 큰 병들에 많이 걸려요.
 
– 온성지방은 굉장히 추운 지방 중에 하나인데, 겨울철이 되면 난방은 어떻게 하나요?

온돌에 나무 불 때서 해결했어요. 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양쪽으로 방을 나눠서 불을 지피는 거예요. 그 방을 달궈서 생활했어요. 24시간 불을 때줘야 해요. 최소한 밤에 잘 때라도 때줘야 하는데 근무를 교대별로 서면서 때줘야 해요. 그런데 나무가 얼마 없다보니. 저희가 해오는 나무가 통나무가 아니에요. 애들이니까 (나무)가지들을 가지고 오는데 이건 불길에 넣으면 종이처럼 확 타버려요. 선생님들이 춥더라도 조금 참을래, 아니면 나무하러 갈래?라고 물어봐요. 그럼 애들은 나무하는 게 너무 힘드니까 춥게 잔다고 해요. 그러면서 덜덜 떨면서 자는 거죠.
 
– 옷은 어떤 식으로 입나요? 배급을 해주나요?

교복하고 단복을 줘요, 소년단 단복이요. 교복은 제가 7년 동안 살면서 딱 한번 새 거로 받았어요. 단복은 새 거로는 2번 정도 받은 거 같아요. 그리고 동복을 주는데 동복은 물려줘야 해서 진짜 잘 입어야 해요. 개인소유가 아닌 거죠. 그런데 (심하게는) 애들이 양말이 없어서 쓰레기장에서 천을 주워 발싸개를 해요.
 
– 양말도 거의 없고 옷도 7년에 두, 세 벌 받다보니 옷이 성하지 않겠군요.
 
겨울에는 동화(冬靴)를 줘요. 산에 나무하러 가게 되면 눈이라든가 물 개울 이런데서 동화가 젖는데, 문제는 말리지 않아서 얼게 돼요. 그러면 또 동상에 걸리게 되고. 그래서 겨울에 운동화를 신고 다녔어요. 빨리 신고 빨리 말리기 위해서요.
 
– 신발은 충분했나요?
 
충분이란 건 없습니다. 고아원 사전에 여유란 없습니다. 그냥 단벌이죠. 근데 저는 (그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것보다 중요한건 먹는 거였어요. 내가 더 춥더라도 밥이라도 더 먹어서 배를 채울 수 있다면, 나는 내일 죽어도 행복하다 그거였어요.
 
– 고아원 아이들이 먹기 위해서(배를 채우기 위해) 밖에 나가서 먹었다고 했잖아요. 보통 무엇을 먹었나요?
 
주워 먹는 거죠. 다섯 가지 정도를 말하면, 겨울에는 이삭줍기를 합니다. (또) 어른들이 땅굴에다 파놓은 김치를 도둑질 해가요. 여름 파종 철에는 먹을 게 제일 없거든요. 어른들이 곡식을 자기 밭에 파묻으면 밤에 가서 손으로 파서 콩알을 하나하나 주워 먹어요. 종자를 겨우 아껴서 땅에다 파묻었는데 애들이 배고프니까 그 울타리를 넘어와서 짐승도 안하는 짓을 하는 거예요. 분명 고아원 아이들 짓인 줄 알지만 애들을 때리진 못했어요, 작은 애들이니까요. 그런데 때리는 사람도 있긴 했어요. 그때는 잡히면 죽는 거죠.

그리고 시장에 나가서 훔쳐 먹는 부류가 있는데 이건 배짱이 있어야 해요. 고통 속에 살면서도 천사 같은 애들이 많아요. 미개할 정도로 천사 같은 애들이 있어요. 저처럼 울타리를 넘어 나가는 애들은 남의 음식을 훔쳐 먹고 주워 먹어요. 제일 기억에 남는 게 두부를 훔쳐 먹을 때였어요. 너무 배고픈 거예요. ‘내일 죽고 오늘 일단 먹자’라는 생각으로 주변을 둘러보는데 아줌마가 두부를 물에다 몇 모 넣어두고 파는 거예요. 저희 같은 꽃제비들을 차단하기 위해 파는 두부 위에 그물을 얹은 상태로요. 원래 두부냄새가 안 나는데 그날은 향기로운 두부냄새가 나더라고요. 달리지도 못하고 (천천히 다가가) 대야 앞에 앉아서 두부를 손으로 꾹 눌렀어요. 그물 밖으로 삐져나오는 두부에 입을 대고 먹었어요.

그때 아주머니가 울면서 저를 때리더라고요. 그 사람한테는 두부가 전 재산이거든요. 집에는 입 벌리고 있는 자식들이 있고 두부를 팔아 이윤을 남겨서 옥수수를 사가야 하는데, 제가 그 두부를 먹으니 통곡을 하는 거죠. 쇠꼬챙이로 제 머리를 때리는데 머리에서 피가 났어요. 그런데도 저는 계속 두부를 먹었어요. 죽을 때 죽더라고 먹자, 배를 채우자 그거였죠. 피가 흘러서 두부대야의 하얀 물이 새빨갛게 됐어요. 그러다 제가 의식을 차려서 다시 일어나 보니 고아원이더라고요. 제 손을 보니 두부 깡치가 제 손에 있더라고요. 깨자마자 저는 그 깡치부터 먹었어요. 그게 기억나요. 만약 통일 되서 그분을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몇 천배로 갚고 싶어요. 너무 미안해요.

– 고등학교 다 끝날 무렵에 고아원을 나오셨군요?

네, 고등학교 끝나서 나왔어요. 졸업했으니 학교(고아원)에서는 나가라는 거예요. 나가면 제가 밥 먹을 곳이 없는 거예요. 그때 당시 학교(고아원)에서, 당에서 너희를 키워줬으니 당을 위해 일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돌격대에 나가게 됐어요.
 
– 학교를 별도로 다닌 게 아니라 고아원에서 수업을 한 거죠?

네, 그런데 학교(고아원)에 영어선생님, 물리선생님 등 각각 선생님들이 있었는데 수업을 들은 기억이 안나요. 수업이 될 수가 없어요. 수업이 45분인데 앉아있게 되면 애들이 목을 못 들어요.
 
– 다들 목을 가누지 못하고 책상에 목을 떨구고 있는 건가요?

애들이 다 그런 건 아니고 훔쳐 먹으면서 버틴 애들은 다르지만 (그렇지 못한 애들은) 자기 몸 중심을 못 잡는 애들이 많았어요. 선생님이 정신 차리라고 분필을 던지면 그걸 맞고 다시 몸을 세우려고 해요. 그런데 머리로는 힘이 없어서 못 세우니까 몸을 움직여서 중심을 잡았어요. 선생님도 배가 고파 수업을 해도 애들 주머니에서 나오는 옥수수를 까먹곤 했어요. 그래서 수업을 한 기억이 안나요.
 
– 수업을 한 기억이 많지 않고, 해도 집중 자체가 안됐겠군요.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 굶는 건 면역이 돼서 이제 공부 좀 해볼까 하고 책상에 앉으니까 기초가 하나도 없더라고요.
 
– 특히 고난의 행군 때 고아원 생활을 해서 더욱 열악하지 않았을까 하는데요. 그래도 최근 김정은 정권 들어 국제사회에 아동인권이 잘 보장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건지 몰라도, 고아원 같은 시설이 좋아졌다는 선전이 많이 나와요. 그걸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가보지는 못했는데 제가 분명히 말하지만 그 시설에 가는 애들은 일반 애들이 아닐 거예요. 그 시설이 북한 방방곡곡, 도에 한 개라도 있으면 그건 북한이 아닐 거예요. 아마 그 선전은 보여주기식 시설이 아닐까 싶고. 저희 때도 (그런 선전이) 있었어요. 저희가 영양실조 걸려서 죽어 가는데도 구원(선전)은 있었죠. 아이들이 나라의 왕이라고, 최고라고. 그렇지만 다 죽어 가는데 어른들이 밥 하나 해주지 못했죠. 그런 시설이 도에 한 개씩만 있어도 북한 애들이 고통을 안 받을 거예요.
 
북한의 아동인권 그 중에서도 고아원실태에 대해서 이위력씨 모셔서 증언 들어 봤습니다. 오늘 두 번째인데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늘 북한 고아원에서 지내는 아동들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 증언 들어봤습니다. 이에 관한 인권법적 측면을 전문가를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조정현 교수 전화연결 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이위력씨의 오늘 증언을 통해, 북한 고아원 실태에 있어 어떤 인권법적 문제를 이야기해 볼 수 있을까요?

오늘 고아원 관련 증언도 고난의 행군 시기 얘기라 더욱 심각하게 들리는데요, 지금의 상황도 그때만큼은 아니더라도 근본적인 상황이 변화되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북한이 당사국인 아동권리협약은 다양한 아동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데요, 우선 동 협약 제19조, 제32조 및 제36조에서는 아동의 혹사나 착취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농사일, 나무해오기 등 다양한 노동을 하루 일과의 대부분 시간 동안 시키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조항들의 위반으로 보이고요. 또한 이는 자연스럽게 제28조 아동의 교육권에 대한 침해로도 파악됩니다.

제27조에서는 모든 아동이 신체적, 지적, 정신적, 도덕적 및 사회적 발달에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고 인정하고 있는데요. 의식주 관련 다양한 차원이 이에 모자라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제대로 먹지 못하고 치료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동의 식량권과 제24조의 건강권의 침해일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아동의 사망률을 증가시켜 제6조 생명권 침해로도 이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부분에 걸쳐 아동권리협약 제3조 아동 최선의 이익 우선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과연 이런 원칙이 제대로 인식되고, 이행하기 위해 제대로 노력되어지고 있는지 매우 우려스런 상황입니다.

진행 : 네, 지금까지 북한의 고아원 아동 인권 실태에 관해 전문가 의견 들어봤습니다. 조정현 교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