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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왔습니다

‘내 사랑은 당신’ 北출신 트로트 가수 최사랑의 데뷔기

[탈북자 정착스토리 ⑰]가수 꿈 잊지 못해 도전…트로트 가수 전향해 인기
김지승 기자  |  2017-11-14 11:25

국내 정착 탈북민 3만 명 시대. 이들은 한국에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 각자의 분야에서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먼저 온 통일’이라는 사명감에 따른 이들의 노력은 향후 통일 한반도에서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다만 이 과정에서 남북 문화 이질화로 인해 여러 갈등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데일리NK와 국민통일방송은 취업, 창업, 학교진학 과정에서의 성공 사례와 실패한 경험이 있더라도 교훈을 줄 수 있는 사례를 발굴, 한국 및 해외 독자들에게 탈북민의 삶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한다.

2008년에 한국에 입국한 최 사랑(황해남도·45) 씨는 현재 트로트 가수로 활약하고 있다. 1집 앨범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북한 가요 휘파람이나 복음성가 위주의 노래를 불렀는데 더 많은 대중들에게 다가가고자 트로트 가수로 전향했다.

트로트 가수로 전향한 이후 넘어야 할 고개는 생각보다 많았다. 남한 노래를 잘 모를 뿐만 아니라 개인 연습실조차 없었기 때문. 게다가 최 씨에게 잘 맞는 작곡가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3년간 수소문한 끝에 가수 주현미가 부른 신사동 그 사람의 작곡자 남국인 씨와 대한민국 대표 편곡자 정경천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최 씨의 발성과 목소리에 어울릴 수 있게 25인조 오케스트라 연주를 넣어 편곡까지 해줬다. 그렇게 탄생한 곡이 내 사랑은 당신이라는 곡이다.

2집 가수가 된 이후 최 씨는 전국을 다니며 노래를 하고 있다. 2집 신곡이 나온 이후부터는 행사 섭외 요청도 자주 들어온다. 북한 출신 가수라는 점 때문에 반갑습니다’와 같은 노래를 먼저 불러야만 하는 고충도 있지만 북한에선 기쁨조를 제외하곤 개인이 앨범을 내는것이 쉽지 않은데 한국에서 자신만의 노래로 가수 활동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노래는 내 인생 북한에서 노래만 했던 터라 한국 적응 막막해

최 씨는 어렸을 때부터 노래에 소질을 보였다. 학교를 졸업한 후 6년간 군 선전대에서 노래를 했으며 제대 이후 황해남도 도전선대에서 성악으로 12년간 노래를 했다. 북한에서 노래만 했던 터라 한국사회에선 어떤 일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최 씨는 정착 초기 직업세무회계 전문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하기도 했다. 한국사람들도 어려워하는 분야지만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했다. 서울에서 모란을 오가며 배웠지만 회계 자격증 취득은 어려웠고, 적성에도 맞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수에 대한 열망이 가슴 한편에 자리 잡아 다른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최 씨는 양로원, 장애인 복지관, 경로당 등 불러주는 곳이라면 무료 공연을 했다. 그러면서 백화점 내 판매 아르바이트, 식당 서빙 등을 함께하며 생계를 이어나갔다. 뭐든 열심히 하는 성격 때문인지 판매 성과도 좋았다. 백화점 모자 매장에서 근무할 땐 하루 매출 190만 원이 넘은 적도 있었다고.

매장을 방문한 손님들은 북한에서 온 판매원인데 일도 잘하고 싹싹하다면서 물건을 많이 구매해줬다. 이에 업체 사장님은 최 씨의 판매력을 인정해주면서 매니저로 일할 생각이 없냐며 제의했다. 단기 아르바이트보다 매니저의 대우가 훨씬 좋아 당장 수락할 수 있었지만 최 씨는 당시 행사 섭외가 들어와 거절했다고 했다. 이후 모든 일을 접고 본격적으로 가수의 길을 걷기로 했다.

전국노래자랑에 도전해 최우수상 수상까지

당시 최 씨는 트로트를 처음 접해 연습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시기였다. 북한식 발성과 창법을 바꾸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도전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지인에게 전국노래자랑 예선전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론 준비된 노래가 없었지만 지인의 추천곡으로 무작정 가사부터 외워 나갔다.

예선에 참가한 1500팀 중 본선에 오를 수 있는 팀은 단 11팀뿐. 최 씨는 치열한 예선전을 거쳐 합격했다. 정식으로 가수 데뷔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북한에서 왔고 가수가 꿈이라는 자기소개 말에 방송국 직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본선에 오른 최 씨는 자신감 있게 무대를 펼쳤다. 상을 못 받더라도 4천 명 이상 되는 사람들 앞에 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인기상, 장려상, 우수상 등 하나둘 상을 수여되고 마침내 최우수상에 최 씨의 이름이 불렸다. 무엇보다 진행자 송해 씨가 자신도 황해도 출신이라면서 “우리 고향 상탔네”라고 소개해 감격이 더해졌다.

최 씨는 한국에서 노래를 할 때 “그 어떤 백만장자가 부럽지 않다”면서 “무대에서만큼은 내 세상이고 이 세상에 부를 가진 사람이 부럽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유롭게 가수 활동을 할 수 있어 한국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현재 신곡이 나온 지 얼마 안 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노래를 모르지만 KBS 가요무대에 설 수 있는 그날까지 힘내서 노래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남북이 통일되는 날 그 기쁨을 담아 직접 작사, 작곡을 한 곡을 발표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그러면서 남북이 함께하는 통일 콘서트를 하는 그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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