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장사꾼, ‘문서 도난사건’ 정치적 이슈도 돈벌이 기회로 간주



▲북한 평양시 중구역 한 상점에서 ‘감시설비’를 판매하고 있다./사진=강미진 데일리NK 기자

진행 : 몇 달 전 북한 전역에서 도난피해를 줄이기 위해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었는데요. 최근에는 어떤 상황인지 강미진 기자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강 기자, 우선 관련 소식 전해주시죠.

기자 : 일부 국가 기관이라든가 법 기관 등에서도 도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건데요. 이런 주변 실정에 민감한 장사꾼들은 감시카메라인 CCTV를 도매해 시장에 내놓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소식을 전해온 북한 평안남도 소식통은 “중요한 문서가 분실되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어 대부분 기관이 감시카메라 설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직장 내 문서고들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했거나 계획 추진 중에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추세를 빠르게 파악하고 있는 장사꾼들은 성능 좋은 감시카메라를 시장에 내놓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장사가 안 될 때에는 개인보다 기관을 상대하는 장사가 안정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진행 : 그렇다면 이렇게 기관들에서 감시카메라 설치에 주력하고 있다면 시장에서는 관련 장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봐도 될까요?

기자 : 최근 북한 전역에서 큰 기업소는 물론이고 작은 기업들에서도 감시카메라 설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과 또 일부 상점들에서도 판매가 되고 있고, 가격과 품질에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감시카메라 설치와 관련, 북한 양강도 소식통은 “도 보안국과 보위부 등 권력기관들의 매 부서들에서도 문서고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한 상태”라면서 “중요문서를 보관하는 부서들에서는 성능 좋은 카메라를 비싸게 구매해서 설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국경지역에서는 중국을 통해 유입되는 감시카메라가 있는데도 평양의 일부 상업망들에서 장마당보다 좀 싼 가격의 좋은 감시카메라를 판다는 소식에 너도나도 평양행 손님이나 지인에게 부탁을 하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진행 : 도난 사고는 북한처럼 경제가 어려운 곳만이 아니라 다른 일반 국가에서도 발생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최근 감시카메라 설치에 극성을 부리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 네. 올해 국경지역에서 강연자료 등을 중국으로 빼돌리려던 주민들의 체포 사건이 늘면서 이에 대한 중앙의 질책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지방의 간부들도 대책마련에 나선 것이라고 하는데요, 도시와 농촌의 모든 기관에 감시카메라 설치를 하라고 했다는 겁니다.

다만 감시카메라 하나를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에 아직 설치하지 못한 기관들도 있다고 해요.

일부 기관들에서는 감시카메라를 구해오는 주민에게 혜택을 주겠다면서 꼬드기기도 하고, 또한 간부들이 직접 돈이 좀 있는 노동자에게 지시가 아닌 부탁조로 매달리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진행 : 한국에는 기업이나 기관뿐만 아니라 도로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환자나 아이 심지어 애완동물 때문에 일반 가정집에서도 CCTV를 설치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북한의 감시카메라 설치 현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 솔직히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조한 상태라고 할 수 있죠. 북한 내부 소식통에 의하면 2000년대 말부터 국경지역과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 일부 도로에 감시카메라를 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도난사고로 분실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는데요.

한국처럼 마을의 곳곳에 설치된 것은 전혀 없고요. 현재는 대부분 국가기관 내부 문서고 주변에 설치한다고 합니다. 일반 기업소들에서는 기업 내 자체의 돈벌이나 혹은 8.3벌이(직장에 일정 돈을 들여놓고 장사를 하는 것)를 하는 노동자를 통해 감시카메라를 구매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진행 : 그렇다면, 현재 북한 내부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감시카메라의 가격은 어떻게 되는가요?

기자 : 한국에서는 한꺼번에 돈을 내기도 하고 아니면 할부로 사는 등 방법 등 여러 방법이 있잖아요, 다만 북한에서는 한 가지 방법만 통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북한 주민들은 ‘외상은 공짜다’는 공통 인식을 갖고 있거든요. 더구나 거액에 대해서는 절대로 외상을 하려고 하지 않거든요.

현재 북한 평양에서 판매되는 감시카메라 한 대의 가격은 200만 원부터 250만 원 정도라고 합니다. 시장환율로 환산해 보면, 250~300달러 정도 되는데요. 한국과 비교하면 2배 정도 비싸게 팔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비싼 건 독일제라고 소식통은 전했는데요, 이건 평양이나 각 지역 보위부 문서고에 주로 설치하고 다른 일반 기관에서는 보다 저렴한 중국산을 설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 : 오늘 북한 내 감시카메라에 대한 이야기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 시장에서의 물가동향 전해주시죠.

기자 : 네.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최근 시장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 6000원, 신의주 5995원, 혜산 60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옥수수는 1kg당 평양 2300원, 신의주 2305원, 혜산은 26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전국의 시장에서 하루에도 물가변동이 심하다고 전했습니다.

다음은 환율 정보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000원, 신의주는 8075원, 혜산 8120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 1210원, 신의주 1215원, 혜산은 1228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8000원, 신의주는 18500원, 혜산 200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휘발유 가격입니다. 최근 북한 시장에서 대북제재로 원유 원천이 차단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전국의 연유공급소와 개인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휘발유는 1kg당 평양 23500원, 신의주 23900원, 혜산 24400원으로 판매되고 있고 디젤유는 1kg당 평양 17900원, 신의주 18000원, 혜산 183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