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성-12형’ 추정 탄도미사일 발사…정부 “강력 대응”

북한이 15일 오전 사거리 3700여km에 달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유사시 미군 증원기지인 태평양 괌 타격도 가능하다는 것을 대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신규 대북제재 결의 2275호 채택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 기조에 대한 반발의 뜻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6시 57분께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불상의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이번 미사일은 최대 고도 약 770여km, 비행거리 약 3700여km로 날아가, 일본 홋카이도를 통과해 태평양 해상으로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군 당국은 비행 거리로 볼 때 최대 사거리 5000km로 평가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지금까지 정상각도로 쏜 것 중 가장 긴 거리를 비행했다. 방향이나 비행거리 등을 고려했을 때 괌 타격 능력이 입증됐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평양 순안에서 발사한 화성-12형’은 일본 상공을 통과해 2700여km를 비행한 바 있다. 북한이 17일 만에 미사일의 사거리를 1천여km 늘려 발사한 셈이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이 비행한 거리를 보면 태평양 괌을 타격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평양에서 괌까지의 거리는 3400여km다. 즉 북한이 이날 미사일을 3700여km 날린 것은 괌 타격 능력을 입증하기 위한 과시용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유독 괌을 겨냥한 위협을 계속하는 건 유사시 괌을 타격해 미국의 증원전력 사용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괌은 유사시 미 본토에서 출발한 미군 증원병력이 집결하는 장소가 된다.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는 B-1B 폭격기와 글로벌호크 정찰기 등의 전략무기가 상시 대기 중이며, 괌 해군기지에도 미 핵 추진 잠수함이 배치돼 있다.

또한 북한이 유엔 안보리가 11일(현지시간) 신규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한 지 나흘 만에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 기조에 대한 반발 성격이라고도 풀이할 수 있다.

앞서 북한 외무성은 안보리 결의안 채택 이후인 1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의 주도 밑에 또 다시 감행된 불법무도한 제재결의 채택 놀음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선택한 길이 1000만 번 정당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끝을 볼 때까지 이 길을 변함 없이 더 빨리 가야 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굳게 가다듬게 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추가 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정부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와 관련, 성명을 내고 “북한이 최근 ICBM급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이어, 또 다시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는 물론 국제 평화와 안전에 대한 매우 심대하고 엄중한 도전”이라면서 강하게 규탄했다.

정부는 이어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는 것이 자신의 안보와 경제발전을 보장하는 진정한 길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무모한 도발을 즉각 멈추고 조속히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하여 우리는 국제사회와의 일치된 공조와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면서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대응역량을 한 층 더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한이 이번 미사일 발사로 괌 타격 능력을 입증함에 따라 향후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를 또 한 번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내달 10일에는 노동당 창건 기념일도 있는 만큼 이 날을 계기로 ‘화성-14형’ 시험발사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3형’ 능력을 과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