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제의에 대답 없던 北, 정전협정일 기해 도발 준비하나

북한이 우리 정부의 군사회담 제의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동시에, 정전협정 64주년을 맞는 오는 27일을 기해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양상이다. 북한은 이날을 미제국주의의 항복을 받아낸 날’이라는 이른바 전승절로 기념하고 있어 ‘축포’ 성격의 미사일 발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AFP통신은 25일(현지시간) 익명의 미국 국방부 관료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추가 미사일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 관료는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가 대륙간발사탄도미사일(ICBM)이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일 수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도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평안북도 구성에 ICBM이나 중거리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장비를 옮긴 게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청와대는 26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임박했다는 징후에 따라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별도로 점검할 것으로 보는데, 국방부·외교부와 함께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위협에 대비해서 한미 공조 하에 감시자산을 통합 운영하며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북한이 우리 측의 대화 제의는 무시한 채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대화’를 앞세운 정부의 대북 평화구상에도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남북관계의 운전석에 앉겠다는 취지로 적극적인 대북 대화공세를 펼쳤지만, 이 같은 구상이 사실상 북한의 반응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되레 남북관계 주도권을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미 정부는 문 대통령의 신(新)한반도 평화구상, 이른바 ‘베를린 구상’에 따라 북한에 21일까지 군사회담에 나올 것을 제의했으나, 북측으로부터 아무런 답을 받지 못해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정부가 제의한 적십자회담 개최일은 8월 1일로 아직 시간은 남았지만, 북한의 대화 호응은커녕 도발 징후가 포착되는 상황에서 이마저도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27일을 기해 제안한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상호 중지’도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북한이 호응을 보일 시 정부가 내세울 수 있을 만한 카드로는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과 대북전단 살포 금지 등이었다. 북한이 체제 불안정을 우려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했던 사안들인 만큼, 정부가 이를 대화 유도에 활용할 시 북한이 어느 정도 반응을 보이리란 전망도 컸다. 하지만 27일을 하루 앞둔 이날까지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일단 정부는 ‘북한의 호응을 기다린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모습이다. 백 대변인도 “대화에 데드라인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기다리는 방법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데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회담 준비는 착실히 해왔는데 북한의 반응이 없어 다소 붕 뜬 상황”이라면서 “섣불리 수정 제안을 하기도 애매하니 일단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으로 추가도발에 나설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응 향배에도 이목이 쏠린다. 안보리는 지난 4일 북한의 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 이후,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논의하느라 상당 시간을 할애해왔다. 일각에선 국제사회가 대북제재 수위를 놓고 교착상태에 빠진 틈을 타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이에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25일(현지시간) 안보리의 새 대북제재를 놓고 엇박자를 이어왔던 미국과 중국 간의 논의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수주 전 제재 결의안 초안을 중국에게 전달했고, 중국은 가능한 새로운 대북제재를 놓고 러시아와 협의 중에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그러면서 헤일리 대사는 “중국이 러시아 측과 문제를 푸는 것이 진정한 시험대”라고 강조했다.

다만 헤일리 대사는 새 대북제재의 내용에 관해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헤일리 대사는 “우리는 강력한 결의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논의의 진전을 위해 다른 제재들에 관해서도 대화를 하고 있고 진전을 보이고 있다”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제의하는 제재 내용이) 약할지 강할지는 기다려 봐야 안다. 하지만 그들이 어느 정도 진지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류제이(劉結一)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는 진전을 보고 있다”면서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매우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