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사회담 제안에 나흘 째 묵묵부답…21일 회담 불발되나

북한이 우리 측 남북 군사당국회담 제의에 나흘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데 대해 정부는 20일 오후까지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군사회담과 관련해 아직 북측의 반응은 없고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오늘 오후까지는 기다려봐야 할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일이 회담 제의한 날인데 북한이 오늘 중이라도 호응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가 군사회담 제의와 함께 제시한 회담 날짜는 21일로, 회담을 하루 앞둔 이날까지 북한의 회신이 없을 경우 사실상 21일 회담은 개최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관계가 오랫동안 단절된 상황이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회담 개최가) 하루 만에 개최되기는 어렵다. 대표단을 정하고 통신선 복원 등 기술적인 준비를 고려하더라도 서로 준비 기간이 필요하지 않겠나”라면서 “물론 남북 간에 회담을 하기로 합의만 하면 준비 시간은 얼마든지 단축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회담 불발 이후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군사분계선상 적대행위 중지일로 잡은 27일 이전에 북한이 호응해온다면 회담을 열 가능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회담 불발시 이후 계획에 대해 “상황을 가정해 말하진 않겠다”면서도 “(21일을 넘기더라도) 27일 전에 회담이 열린다면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남북대화를 통한 비핵화 노력에 있어선 데드라인이 없다”고 덧붙였다.

문 대변인도 ‘북한이 오늘까지 답하지 않으면 수정 제안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런 관련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면서 “회담에 대비해 실무적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이날 노동신문에 ‘온 민족의 대단결에 통일이 있다’는 제목의 정세논설을 싣고, “남조선 당국이 상대방을 공공연히 적대시하고 대결할 기도를 드러내면서 그 무슨 관계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여론 기만행위라고밖에 달리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또 “현 남조선 당국도 미국과 보수패거리들의 장단에 춤을 추면서 구태의연한 대결 자세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현 남조선 당국은 민족자주의 원칙에서 북남 관계를 개선해나가기 위한 우리의 선의와 노력은 외면하고 외세와의 동맹과 대북압박 공조의 강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북핵문제 해결의 간판 밑에 우리의 자위적인 핵 억제력 강화 조치를 악랄하게 헐뜯으면서 반공화국 제재압박과 군사적 도발 소동에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강변했다.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을 우리 측의 군사당국회담 및 적십자회담 개최 제의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으로 보긴 어렵지만, 문재인 정부의 첫 남북회담 제안에 나흘 째 공식 답변을 하지 않는 와중에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향후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일정이나 의제를 끌고 가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