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탈북민 납치작전 진행 중…임지현씨도 당했을 가능성”

국내에서 방송 활동을 하다 재입북한 탈북민 임지현 씨와 관련해 ‘납치설’ ‘자진 입북설’ 등이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 국가보위성(우리의 국가정보원격) 요원과 일부 중국 공안(公安·경찰)으로 구성된 납치조가 대대적인 탈북민 체포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당국이 탈북 가족들에게 탈북민 재입북을 회유토록 하는 동시에, 공안 기관에는 북중 접경에 은신해 있는 탈북민 체포를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이에 따라 재입북한 임 씨 역시 북한 공안기관 납치조에 의해 강제 북송됐거나, 가족을 내세운 협박 또는 회유에 따라 재입북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중 접경지역 사정에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에 “최근 북한 당국이 탈북민 납치를 위해 국가보위성 요원들로 납치조를 구성, 중국 연길(延吉)과 심양(瀋陽), 단동(丹東)에 대거 파견했다”면서 “이들 납치조가 북중 접경지역 호텔이나 식당에 주둔하면서 은신해 있던 탈북민을 체포해 강제 북송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납치조가 중국 공안들 중 일부를 포섭해 개인적으로 돈을 주고 탈북민 위치를 파악하게 하는 등 반탐(反探) 활동까지 자행하고 있다”면서 “돈을 받은 공안이 탈북민 동선과 위치를 파악해 알려주면 북한 납치조가 현장을 덮쳐 체포하는 식이다. 작전이 매우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어 한 번 납치조의 타깃이 되면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탈북민 북송을 위한 북한 납치조와 중국 공안의 합작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데일리NK는 지난해 11월에도 국가보위성이 중국 공안에 금(金)을 대가로 지불한 뒤 탈북민 체포와 북송을 협조하도록 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바 있다.(▶관련기사 : “탈북민 30여명, 中선양서 공안에 체포…북송 위기”) 당시에도 북한 보위성과 중국 공안의 합작에 의해 탈북민 38명이 선양서 체포, 북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북중 접경지역에서 대대적인 탈북민 납치 작전이 펼쳐지는 동안, 북한 내부에선 탈북민의 재입북을 유도하는 회유 작전이 진행 중이다. 탈북민 가족을 포함한 일반 주민들을 시켜 탈북민들에게 ‘원수님(김정은)이 돌아온 사람을 용서해줄 것’이란 말을 퍼뜨리도록 한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는 이른바 북한식(式) 투 트랙(Two-Track) 전략이다. 억압적인 모습과 유화적인 태도를 동시에 보이면서 ‘하나의 방법이라도 통하면 된다’고 보는 것이다.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탈북민 가족이나 주민들을 시켜 탈북한 사람에게 ‘돌아와도 용서해준다’는 말과 함께 재입북을 회유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탈북 후 중국에 불안정하게 은신해있는 탈북민 등은 가족들의 재입북 회유에 속아 되돌아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또 “때로는 가족의 신변을 위협하면서 재입북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대로 도망치면 가족을 죽이지만, 재입북시 가족과 함께 살려주겠다는 말로 회유하는 것”이라면서 “제 발로 북한에 돌아간 탈북민 상당수는 눈앞에서 가족이 아른거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일단 북한에 되돌아가면 납치였는지 자진 월북인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탈북민 중 재북 가족들 문제로 협박을 당해 자진 월북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북한 대외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에 출연한 재입북 탈북민 전혜성 씨. 전 씨는 이 영상에서 자신이 한국 종편 방송에 임지현이란 가명으로 출연했다고 밝혔다. / 사진=우리민족끼리 캡쳐

이런 가운데 최근 재입북한 임 씨와 관련해선 사업 및 개인적 이유로 중국을 오가던 과정에서 북한에 납치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초까지 임 씨의 행적을 알고 있었다는 제보자에 따르면, 임 씨는 그간 중국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어 중국을 방문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이 제보자는 데일리NK에 “임 씨가 4월 초 본인이 운영하던 인터넷 쇼핑몰 일과 개인적 용무로 중국에 건너간 것으로 안다”면서 “마지막 행적이 5월 중순 연길에서 파악됐는데, 시기상 5월 15~20일경 실종됐다. 이 때 북한에 납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제보자는 이어 “임 씨가 한국 방송에 나와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발언을 해놓고 중국을 자주 오갔으니 어느 순간부터 보위성의 타깃이 돼 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제보자는 “보위성 납치조 등에 의해 북송됐을 수도 있지만, 재북 가족들의 신변 위협을 견디다 못해 재입북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면서 “하지만 이 경우라 해도 강제 입북인데 납치와 다를 게 뭔가”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이 제보자는 국내 언론 및 북한 관영매체 인터뷰 등으로 유포된 임 씨에 관한 정보들이 상당수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도 밝혔다. 그는 “임 씨가 북한 관영매체에 나와 한국에서의 생활이 지옥 같았다고 표현했는데, 함께 방송출연을 하며 알고 지냈던 탈북민들에 따르면 인간관계도 원만했고 평소 별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면서 “북한에서 진행한 인터뷰는 정해진 답변을 읊은 데 지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각에선 임 씨와 탈북민 몇 명이 함께 체포됐다는 말도 나오는데, 확인 결과 임 씨가 무리 지어 있지 않았다”면서 “홀로 개인 일정을 소화하다 납치됐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 대외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16일 ‘반공화국 모략선전에 이용되었던 전혜성이 밝히는 진실’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하고, 본인을 ‘전혜성’이라고 밝힌 탈북 여성을 출연시켰다.

이 여성은 “2014년 1월 탈북했고 지난 6월 조국(북한)의 품에 안겼다. 평안남도 안주시 문봉동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면서 국내에 있을 당시 종편 프로그램에 ‘임지현’이라는 가명으로 출연한 사실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남한 방송에 나와) 시키는 대로 악랄하게 공화국을 비방하고 헐뜯었다”면서 “돈을 벌기 위해 술집 등을 떠돌아다녔지만 돈으로 좌우되는 남조선에서 육체적, 정신적 고통만 따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17일 “탈북여성으로 추정되는 한 명이 북한 선전매체에 등장한 것과 관련해 현재 관계기관에서 재입북 경위 등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