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일방송, 쿠바·미얀마 사례통해 北 정보유입 방안 모색

진행 : 오는 7월 20일, ‘국경의 연결 : 북한의 미디어 지하로를 위한 쿠바와 미얀마의 경험’이라는 주제의 국제회의가 국민통일방송의 주최로 서울 중구 글로벌센터에서 열리게 됩니다. 오늘은 염승철 기자와 함께 국제회의에서 논의 될 주요 내용들을 먼저 살펴보는 시간 가져보겠습니다. 염 기자, 우선 행사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시죠.

네. 이번에 진행되는 국제회의, 국경의 연결 : 북한의 미디어 지하로를 위한 쿠바와 미얀마의 경험’은 북한과 유사한 억압적인 언론 환경 속에서 활동하는 해외 정보자유화 단체의 경험과 사례를 공유하고, 해외 사례를 반영해서 새로운 북한정보유입 방법을 제안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습니다. 쿠바와 미얀마에서 활동하는 단체 관계자들이 직접 한국을 찾아 현지의 사례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인데요. 이번 회의를 계기로 북한 내부 정보유입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대안 마련의 성과 등이 기대됩니다.

진행 : 북한 내 정보 유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린다고 볼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한국의 북한인권단체들은 그동안 북한 내부의 정보 자유화를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요. 그 중 하나가 대북 단파 라디오 방송으로 벌써 1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김정은 정권의 정보 통제가 더 강화되고 있어 대북방송 등 북한 내 정보 유입 활동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번 국제회의를 통해 그동안의 활동 내용에 대해 평가해보고, 해외 성공 사례를 교훈 삼아 새로운 활동 방식을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행 : 이번 국제회의에 쿠바와 미얀마 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두 나라가 선정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네. 먼저, 두 나라 모두 정보 및 미디어에 대한 통제가 지역의 민주주의 인권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지역이라는 점에서 북한과 공통점이 있는데요. NGO 미디어 즉, 비영리기구 매체의 주도로 당국의 정보 통제에 저항해 왔고, 사회 내부에 자유로운 정보 유통을 촉진하기 위한 활동을 오랜 시간 진행돼 왔다는 것도 선정 이유 중 하나입니다.

정보 유입 측면에서 디지털화된 방식을 추구하는 등 기술적인 측면의 개선을 이미 꾀하고 있다는 점, 정보 통제나 검열에 대해 내부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하고 그 대응 사례를 꾸준히 문서화하는 점도 참고할 만한 부분입니다. 통제된 사회 상황을 외부로 보도하는 부분도 국내의 북한인권단체의 활동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 : 그럼 구체적으로 이번 회의에 참가하게 될 쿠바와 미얀마 단체들의 활동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쿠바부터 설명해주시겠어요.

네, 먼저 미디어 단체인 디아리오 델 꾸바(Diario del cuba)는 마드리드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쿠바의 사회, 정치, 경제, 문화적 발전을 위한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 독립적인 언론인, 예술가, 지식인, 그리고 학자들과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단체는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한계점으로 인해 해외에 나온 정부관계자, 교포, 청년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또 다른 참가단체인 아쁘레따스떼(Apretaste) 역시 쿠바가 아닌 미국 플로리다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쿠바 주민들의 정보 접근 강화를 위해 활동하는 곳인데요. 인터네트로 보내는 편지, 즉 메일 서비스를 통해 쿠바 주민들에게 교육, 뉴스 또는 일상 생활에 필요한 거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쿠바 주민들이 이메일을 통해 단체에 원하는 정보를 요청하면 저장된 정보 중에서 적합한 내용을 찾아 이메일로 답변을 보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진행 : 쿠바의 경우도 국내에서의 활동이 쉽지 않은 탓에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쿠바 내에서 활동하는 단체도 있나요?

네, 쿠바넷(Cubanet)이라는 단체인데요. 이 단체는 쿠바의 사회, 정치, 경제, 문화적 발전에 관련한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섬 전체의 독립 언론인들과 협업하고 있고요.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단을 통해 쿠바 시민들에게 이러한 정보들을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온라인은 인터네트에 연결한 상태, 오프라인은 인터네트에 연결되지 않아도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상태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쿠바넷은 쿠바 사회에 대한 뉴스와 보고서, 오피니언 외에도 쿠바의 정보접근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신기술, 그 이용 방법에 대한 소식도 정기적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쿠바넷은 오프라인 방식을 통한 정보 유입 경험이 많은 단체라 국내 인권단체들에게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진행 : 지금까지 쿠바 단체들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이번에는 미얀마 단체들에 대해 알아볼까요?

네, 이번 국제회의에는 버마 민주의 소리방송국과 몽랜드인권재단이 참여하는데요. 먼저 버마 민주의소리(DVB, Democratic Voice of Burma)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DVB는 이전에는 단파 방송 중심이였다면, 지금은 위성TV와 라디오 중심으로 방송을 송출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초창기 열악한 상황에서 출발해 25년 간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는데요. 초기에는 방송 기능이 없는 녹음용 PC와 헤드셋 등 간단한 장비만 갖춘 채 간이녹음실에서 방송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후, 버마 민주화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후 노르웨이 정부의 지원으로 노르웨이 오슬로에 방송국을 세웠습니다. 이후 성장을 거듭해 초기에 4명에 불과했던 직원이 지금은 200명으로 늘어난 상황이라고 합니다.

진행 : 민주화 시민운동 단체로서는 놀라운 성공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네, 목숨을 걸고 버마의 현실을 담아내는 비디오 저널리스트들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들이 제작한 버마 VJ(Burma VJ) 프로그램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인 오스카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단파 라디오 방송을 했었다는 것과 작은 규모에서 시작해 위성TV 방송까지 할 정도로 성장을 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민간 대북방송 단체들에게 큰 시사점을 주는 단체입니다.

진행 : 미얀마의 사례를 소개해줄 또 하나의 단체가 있죠. 몽랜드인권재단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시죠.

네, 몽랜드인권재단은 버마의 여러 소수민족 중 하나인 몬 민족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인권, 민주주의 증진 단체입니다. 이 단체는 1988년 버마의 학생 봉기에 참여한 친민주주의 활동가들을 주축으로 결성됐는데요. 대학생이나 활동가, 여성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거나 인권 관련 문서를 제작하고 영상을 제작해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인권 개념 및 민주주의, 평화 구축, 민족적 권리 등에 대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사회참여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수민족의 인권 의식을 향상시키는 데 주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진행 : 북한 내 정보 유입 활동에 있어서 쿠바와 미얀마의 경험과 사례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네, 그렇지만 쿠바와 미얀마의 정치적 상황은 북한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요. 북한은 두 나라에 비해 훨씬 더 강압적인 체제 아래 놓여있고, 최소한의 정보 자유조차도 누릴 수 없습니다. 쿠바의 경우 인터넷 접속이 완전히 차단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외부 사회의 정보 유입이 여러 부분에서 활발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정보 접근이 제한되는 문제는 정치 체제보다는 경제적인 낙후와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미얀마의 경우도 최근 문민 정부로의 이양을 마친 상태로, DVB 역시 미얀마 내로 근거지를 옮겨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두 나라 모두 지금의 변화를 만들기까지 정보자유화 운동을 펼친 여러 단체들의 활동이 큰 힘이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북한 역시 지금은 철저한 정보 통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정보 유입과 관련한 활동이 한국을 포함해 국제적으로 좀 더 효과적으로 이뤄진다면 체제 변화를 이끌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20일 국제회의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행 :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염승철 기자와 함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