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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님 아닌 걔”…북한 장마당 세대 충성도 추락

민심 이반 현상 지속 포착돼…소식통 “北당국 민감한 호칭서도 자유분방함 뽐내”
이상용 기자  |  2017-07-13 13:29



▲북한 장마당 세대들은 패션에 민감하고, IT 기기에 능숙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외부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장마당 세대’라고 불리는 북한 20‧30대 청년층에서 민심 이반 현상이 지속 포착되고 있다. 수령의 교시나 방침 등을 관철하는 데 선봉에 서야 한다는 과제를 부여받아왔지만, 오히려 수령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젊은이들이 김정은에 대해 ‘걔’라고 표현하는 게 일상화됐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의 경우 주민들이 일상대화에서도 ‘수령님, ‘장군님’ 호칭을 습관적으로 붙인 것과 대비된다. 물론 김정은에 대해서 ‘원수님’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이는 공개된 자리에서 처벌을 피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일 뿐 습관화 되지는 않고 있다.

겉으로는 세뇌 당한 모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격화가 내밀하게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읽혀진다. 아무리 우상화 교육을 진행해도 시장을 통해 확산되는 외부의 정보와 비교대조해 볼 수 있게 된 장마당 세대들은 최고지도자가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호칭 문제에서도 자유분방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김정은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용어도 없다. 노동신문 등 매체에서 상황에 따라 ‘최고존엄’ ‘원수님’ ‘동지’ ‘각하’ 등을 사용하면서 혼란을 줬고, 이에 따라 젊은층에서는 ‘그’ 혹은 ‘걔’라는 표현이 먼저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청년들 사이에서는 “‘걔(김정은)’가 우리를 먹여 살려줄 것 아니니, 그냥 우리끼리 잘 살자는 분위기도 팽배해지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선전이 강화되고 있지만 선대 수령과는 달리 권위가 높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대량 아사 시기(1990년대 중반) 어린 시절을 겪은 이들이 배급체계 붕괴의 대안으로 떠오른 시장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하게 되면서 당국의 선전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누구보다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그 이전의 북한 주민들과 의식체계와 가치관 등 정신적인 측면에서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 같은 현상은 조선노동당의 조직적인 통제가 과거에 비해 약해진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 북한은 노동당원 외에도 전체 주민을 각 부문별 조직에 묶어 개개인의 생활과 사고까지 철저히 관리해왔다. 특히 김정일이 후계자로 전면에 등장했던 1974년 ‘당의 유일사상체계확립의 10대 원칙’을 발표한 이후 전 주민에 대한 조직생활은 매우 강해졌다.

북한의 실질적인 최고지상법인 10대 원칙에서 “조직생활의 격일 및 주간 총화사업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수령의 교시와 당 정책을 척도로 자기사업과 생활을 높은 정신사상적 수준에서 검토 총화해야 한다(8조5항)”고 명령하고 있다. 이 지시에 따라 모든 당원들은 당 생활총화에, 비당원들은 자기가 속한 근로단체조직의 생활총화에 무조건, 성실히 참가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조직생활은 이젠 형식적인 통제에 그치고 있다. 특히 2002년 ‘7·1경제관리 조치’가 실시되고, 2003년 종합시장이 합법화되면서 공장기업소와 개인의 독자적인 경제활동이 장려됐고, 근로단체조직의 조직생활은 점차 이완돼 왔다. ‘독립채산제’가 강화되면서 각 공장기업소에서는 돈을 벌어서 일정액을 해당 직장에 바치고 나머지 이윤은 개인이 가지도록 하는 ‘8‧3'을 장려했다. 이에 직장에 적((籍)만 걸어두고 사적(私的)인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됐다. 직장에서는 이들로부터 돈을 받는 대신 생활총화를 주(週) 단위에서 월(月)단위로 조정해주거나, 각종 조직활동에서 빼주는 등 편의를 봐줬다.

평안북도에서 돈주로 불렸던 탈북민 이정희(가명, 40대) 씨는 “(그래도) 2010년 무렵까지 ‘8‧3’활동을 할 수 있었던 사람은 경제적 수완이 좋거나 돈이 많은 일부 돈주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때만 해도 직장에 나가지 않은 사람을 ‘비사회주의적 행위자'로 단속해 강하게 처벌했기 때문이다. 공장기업소에 자재나 원료가 없어 생산을 못하고 월급을 주지 못해도 통제를 위해 출근을 강요했다.

그런데 최근 2~3년 사이에 ‘8‧3’이 보편화되는 추세다. 특히 직장에 나가지 않은 청년들이 대폭 늘었다고 한다. 양강도 소식통은 “그래도 벌이가 괜찮은 편인 무역기관 등을 제외하곤 일반 공장기업소는 생산활동이 거의 마비됐다.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은 아예 공장에 출근 자체를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공장의 당 조직에서도 출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동선만 보고하라”고 당부할 뿐, 돈벌이를 장려하고 있다. 생활총화도 1달에 1번 형식적으로 하도록 편의를 봐준다는 것.

이런 현상이 심해지자 김정은은 지난 1월 ‘무직자들에 대한 재조사 및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비사회주의 그루빠(단속원)들이 직장에 나가지 않은 청년들을 단속하기도 하지만, 과거처럼 강력한 통제를 가하긴 쉽지 않은 분위기다.

북한 주민들과 전화통화를 정기적으로 하는 탈북민 김철민(가명, 30대) 씨는 “직장에 나간다고 해도 일감이 없고, 일을 해도 봉급을 줄 수도 없는 형편이다”면서 “때문에 (북한 당국에서도) 무직 청년들에 대해 예전처럼 강력한 처벌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청년들 사이에서 북한 특유의 ‘집체적’인 분위기는 사라지고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다. 당국의 선전이 마음속으로 깊게 전달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국가의 발전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려는 모습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인지 김정은은 집권 이후 흐트러진 청년 조직을 정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엔 청년동맹 대회를 23년 만에 개최했고, 명칭도 기존 ‘김일성사회주의 청년동맹’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으로 명명한 바 있다. 특히 각종 정치적 행사 때마다 청년동맹을 내세워 단결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의 입장에서 흐트러진 충성심을 확보하기란 여전히 난제다. 국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경제활동으로 생존하고 있는 청년들이 ‘혁명의 후비대’라는 역할을 점점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

8·3이란?=인민소비재 생산을 위해 해당 기업소나 공장이 알아서 생산원료를 확보하라는 취지의 김정일 지시(1984년 8월 3일)를 속칭 8·3이라고 부르며 사회 곳곳에서 응용하면서 일반화됐다. 이를 테면, 2000년대 들어 직장 등에 나가지 않고 매달 일정의 돈을 납부하는 8·3돈 형태가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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