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유엔 제재대상 北기업과 자국 기업 거래 차단 합의

미국과 중국은 21일(현지시간) 자국 기업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핵개발 연관성을 이유로 제재 대상에 올린 기업들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이 북핵 해결을 위해 독자제재에 나설 가능성을 거듭 경고해온 데 따라, 중국도 자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를 피하고자 미국의 대북 압박에 적극 동참키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첫 외교안보대화를 가진 미국과 중국 측은 고위급 회담 후 기자회견을 열어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협력을 강화할 뜻을 전했다.

이날 회담에 참석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모든 유엔 안보리 관련 해법을 전적으로 충실히 이행하도록 노력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면서 “미국은 중국이 역내 북핵 위기의 상승을 방지하려면 북한 정권에 훨씬 더 큰 경제적·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거듭 중국 측에 강조했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또 북한의 돈세탁과 외화벌이 및 사이버 공격 등을 언급, “북한은 핵 프로그램 자금을 대기 위해 많은 범죄적 기업들에 관여해왔다”면서 “우리는 이러한 (북한의) 수입원을 감축하도록 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엔 안보리와 각국은 이러한 노력을 함께해왔고, 우리는 중국도 이러한 자기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미국과 중국은 ‘완벽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CVI)’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고, 북한에 대해 즉각 불법적인 핵무기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북핵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원론적인 인식을 공유한 데서 한층 진일보한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미중 간 합의 내용은 미국이 대북 독자 해법을 모색하는 대신, 다시 한 번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기로 했음을 보여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미중 외교안보대화를 불과 하루 앞두고 자신의 사회관계망(SNS) 트위터에 북한 문제에 관한 중국의 노력이 통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중국 역할론’에 노골적인 회의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대북 압박에 있어 중국과의 협력보다 독자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일단 미국은 다시 한 번 중국의 대북지렛대를 활용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으로서도 자국 기업과 기관을 겨냥한 직접적인 제재를 피하기 위해 미국의 대북 압박 촉구에 적극 동참하는 태세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수그러지지 않고 중국 기업 및 기관과의 모종의 거래 흔적이 발견된다면, 미국이 본격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작지 않다.

실제 틸러슨 장관은 지난 13일 상원 외교위에 출석해 “북한 제재에 대한 국제적 협조가 부족하다”면서 “세컨더리 보이콧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번 미중 간 접촉에는 미국 측에서 틸러슨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이, 중국 측에서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팡펑후이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