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式 대북기조 발표…“경제제재·외교압박·협상 병행”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6일(현지시간) 경제제재와 외교적 압박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유도하도록 하는 내용의 새 대북 기조를 발표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선제 타격을 비롯해 ‘모든 옵션’을 고려하겠다고 경고했지만, 뚜껑을 열어본 트럼프식(式) 대북정책에는 ‘협상’의 문도 열어놓겠다고 언급해 주목된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 장관,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상원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북한 관련 브리핑을 마친 뒤 합동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은 경제 제재를 강화하고 우리 동맹국 및 역내 파트너들과의 외교적 조치를 추구함으로써 북한이 핵·탄도 미사일, 그리고 핵확산 프로그램을 해체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미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로운 비핵화를 추구한다”면서 “우리는 그 목표를 향해 협상의 문을 열어두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성명은 “우리는 우리 자신과 동맹국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성명은 또 “북한의 불법 무기 프로그램과 핵·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시키기 위한 과거의 노력은 실패했다”면서 “북한의 핵무기 추구는 국가 안보에 대한 긴급한 위협이고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성명은 “우리는 북한이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의 길로 돌아오도록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들이 북한에 대한 압력을 키우도록 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역내 안정과 번영을 보전하고자 협력하고, 특히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의 긴밀한 조율과 협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합동성명서 ‘큰 틀’ 제시한 트럼프, 대북정책 세부 내용은?

이번 성명은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팀이 발표한 첫 대북 합동 성명이지만,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갈 대북정책의 큰 틀을 제시하고 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발언으로 미뤄봤을 때 경제 제재와 외교적 압박은 일찍이 예상됐지만, 군사적 압박을 시사해온 것과 달리 협상 여지도 남겨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물론 성명은 “북한의 불법 무기 프로그램과 핵·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시키기 위한 과거의 노력은 실패했다”고 밝히면서, 이른바 ‘전략적 인내’로 표현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폐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특히 북한 위협을 ‘동북아의 안정 위협’ ‘동맹국과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 ‘국가안보에 대한 긴급한 위협’이라고 간주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직면한 과제 중 북핵 문제가 최우선 순위가 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까지 큰 틀로 제시된 경제제재와 외교적 압박 조치는 이후 경제·금융제재 강화와 테러지원국 재지정, 김정은 일가 자산 동결, 중국의 대북압박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 시행 등이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군사적 조치로 거론됐던 북한 핵·미사일 시설 선제타격 등 강경 대응책에 대해선 가능성은 열어두되 후순위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옵션 검토’라는 표현으로 군사 조치를 시사해왔으나, 이번 합동성명에는 해당 문구가 빠져 있다.

다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를 비롯한 미사일 방어시스템 강화, 전술핵 재배치와 같은 카드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식 대북정책과는 선을 긋고 새로운 대북 기조를 천명하겠다고 나섰지만, 일각에선 사실상 오바마 때와 크게 다를 것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명에서 “미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로운 비핵화를 추구한다. 우리는 그 목표를 향해 협상에의 문을 열어두겠다”고 밝힌 것은 곧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북한이 김일성 생일(4·15)와 창군 85주년(4·25)을 별다른 대형 도발 없이 마무리하자, 이에 미국도 협상 카드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 이례적인 외교·안보 수장들 합동성명…왜?

한편 미 행정부 외교·안보수장들이 합동성명을 발표해 대북 기조를 발표한 것도, 전체 상원의원들을 대상으로 백악관 브리핑을 한 것도 모두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특히 대북 기조 발표와 관련한 합동성명은 사실상 처음이다.

미 행정부가 유례없던 형식의 대북기조 발표를 진행한 데는 그만큼 북핵 문제에 대해 외교·안보 부처가 단결돼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그간 트럼프 행정부 고위 각료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대북 발언을 내놓아 혼선이 빚어진 바 있는 만큼, 본격 확정된 대북 기조를 발표하는 데 있어서는 불필요한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합동성명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